국제법 위반인가, 정당한 개입인가
‘마약과의 전쟁’이 진짜 목표인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소셜미디어에 올린 송환 중인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사진
1999년 우고 차베스 집권 이후 금이 가기 시작한 미국과 베네수엘라의 비우호적 관계는 제재와 봉쇄, 군사적 압박을 거치며 20여 년간 누적됐다. 그리고 2026년 1월 3일, 미군의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 공습과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체포로 양국의 갈등은 돌이킬 수 없는 국면에 도달했다. 이번 사태는 ‘마약과의 전쟁’을 위한 정당한 개입일까, 아니면 미국이 타국에 자행한 또 하나의 주권 침해일까.
ⓒ게티이미지
[타임라인]
1999~2013년|갈라서기 시작한 두 나라
미국과 베네수엘라의 관계가 틀어지기 시작한 계기는 1999년 2월 2일, 우고 차베스의 베네수엘라 대통령 취임이었다.
차베스는 반미·사회주의 노선을 전면에 내세우며 미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려 했고, 미국은 인권·언론 자유·사법 독립의 후퇴를 문제 삼아 비자 제한과 자산 동결 등 초기 제재에 나섰다. 이로써 양국 관계는 ‘혁명 대 제국주의’라는 이념적 대립 구도가 고착됐다.
이 시기를 기점으로 상호 신뢰는 사실상 붕괴했고, 미국과 베네수엘라는 상대를 외교 파트너가 아닌 정치·이념적 경쟁자로 인식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2013~2019년|마두로 집권과 ‘제재의 시대’
14년간 집권한 차베스가 2013년 사망한 뒤, 측근이던 니콜라스 마두로가 대통령직을 승계했다. 그러나 집권 초기부터 국제 유가가 급락했고, 석유에 과도하게 의존해 온 경제 구조의 취약성이 한계를 드러내면서 초인플레이션과 대규모 해외 탈출이 이어졌다.
야권과 시민은 ‘부정선거 의혹’과 ‘권위주의 강화’에 반발해 거리로 나왔고, 정부는 시위대를 강경 진압해 논란은 더욱 증폭됐다.
미국은 이 과정에서 베네수엘라 고위 관료와 군부, 국영 석유회사 PDVSA를 겨냥한 금융·석유 제재를 연이어 발표하며 사실상 정권 교체를 압박하는 수준으로 대응 수위를 끌어올렸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미국의 제재가 경제 붕괴를 가속화 한 핵심 요인이라며 반발했고, 갈등은 외교 문제를 넘어 사실상의 ‘경제 전쟁’ 국면으로 확산했다.
2019~2023년|강화되는 제재와 마약과의 전쟁
2019년 미국과 일부 우방국이 야권 지도자 ‘후안 과이도’를 임시 대통령으로 인정하면서, 워싱턴은 마두로 정권을 합법 정부로 보지 않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그러나 국제적 인정 여부와 달리, 베네수엘라 내부에서 국가 기구와 군·경·관료 조직을 실질적으로 통제한 세력은 끝까지 ‘마두로 정권’이었다. 미국의 제재 역시 이 정권을 정조준한 채 멈추지 않았다.
이후 미국은 마두로와 군부 핵심 인사들을 마약 범죄와 테러를 결합한 ‘나르코 테러리스트’로 규정하고, 마약 밀매·자금 세탁 혐의를 근거로 형사 기소와 현상금을 걸어 압박 강도를 한층 높였다.
국제 금융망에서 고립된 베네수엘라는 정권 생존을 위해 러시아·중국·이란과의 정치·군사·경제 협력을 강화했고, 미국은 이를 서반구 안보 질서를 위협하는 도전으로 받아들였다.
2024~2025년|해상 작전과 사실상의 봉쇄 국면
트럼프 행정부는 카리브해와 인근 해역에서 이른바 ‘마약 선박’을 겨냥한 공습과 나포 작전을 대대적으로 감행하며, 그 배후로 베네수엘라를 공개 지목했다.
2025년에는 베네수엘라 인근 해역에 미 해군 군함이 상시 배치됐고, 베네수엘라산 원유를 실은 것으로 의심되는 유조선들이 나포되거나 회항 조치되는 사례가 잇따랐다. 이로 인해 미국은 베네수엘라의 석유 수출길을 거의 끊어 놓았고, 베네수엘라산 원유는 국제 시장에서 ‘고위험·거래 기피’ 자산으로 분류되기 시작했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이를 ‘경제 봉쇄이자 집단 처벌’이라고 국제사회에 호소했지만, 미국은 ‘마약과 부패 정권을 고립시키기 위한 정당한 압박’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2025년 말|전면 충돌 직전의 긴장
갈등이 장기 소강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던 전망과 달리, 2025년 말 워싱턴은 라틴아메리카 마약 카르텔에 대한 군사력 사용 범위를 대폭 확대하는 내부 지침을 승인한 것으로 알려지며 긴장이 급격히 고조됐다.
같은 시기 베네수엘라 인근에는 항모전단과 해병대, 특수부대가 대거 전개됐고, 이를 두고 ‘압박용 과시’인지 ‘전쟁 준비’인지를 둘러싼 논쟁이 이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개 석상에서 “필요하다면 지상 작전도 배제하지 않겠다”고 발언했고, 베네수엘라군 역시 국경과 해안 일대에서의 대규모 군사 훈련과 미사일 시험으로 맞대응했다.
양쪽 모두 “상대가 먼저 도발했다”고 주장하는 가운데, 국경과 해역에서는 우발적 충돌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2026년 1월 3일|카라카스 공습과 마두로 체포
미군은 2026년 1월 3일,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의 군사·통신 시설을 동시에 타격하는 대규모 공습을 단행한 뒤 특수부대를 투입해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과 그의 부인을 체포했다고 발표했다.
미국 측은 “무력 충돌을 최소화하기 위해 제한된 표적만을 정밀 타격했다”고 설명하며, 이번 작전을 “마약·테러와 인권 유린 정권을 제거하고 민주주의 회복을 돕기 위한 합법적 행동”이라고 규정했다.
반면 베네수엘라 정부 인사와 우호국들은 유엔 승인 없이 주권국의 수도를 공습하고 국가 원수를 체포한 행위라며, 명백한 침략이자 국제법 위반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들은 해당 사안을 유엔 무대에 공식 문제로 상정하겠다고 경고했다.
ⓒAP/뉴시스
쟁점① 국제법 위반인가, 정당한 개입인가
비판 진영은 유엔의 승인 없이 주권국을 공습하고 정상급 인사를 체포한 행위는 명백한 국제법과 유엔 헌장 위반이라고 지적한다.
반면 미국은 마약 테러 조직에 대한 자위권 행사이며, 중남미와 자국 안보를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맞서고 있다.
쟁점② ‘마약과의 전쟁’이 진짜 목표인가
인권 단체와 일부 학자들은 이번 군사 개입의 핵심 목표가 마약 단속이 아니라 정권 교체, 에너지 자원, 지정학적 경쟁에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다.
반대로 미국과 일부 라틴아메리카 보수 진영은 “마두로 정권 제거 없이는 민주주의 회복도, 마약 문제 해결도 불가능했다”며 이번 작전을 옹호하고 있다.
쟁점③ 베네수엘라 국민과 지역 질서의 미래
경제 붕괴와 제재에 전쟁까지 겹치며 베네수엘라의 인도적 위기는 더욱 심화하고 있고, 난민과 이주 흐름 역시 다시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남미 국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사태를 두고 ‘독재를 끝낸 개입’인지, ‘또 하나의 미국식 개입 실패의 시작’인지를 놓고 의견이 엇갈리는 가운데, 결과적으로 새로운 냉전식 진영 구도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중론을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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