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극적인 멘트, 선은 어디까지 허용될까
연애 예능에서 패널은 더 이상 단순한 관찰자가 아니다. 출연자들의 행동을 대신 해석하고 감정을 요약해 주는 역할을 맡으며 프로그램의 재미를 끌어올리고 있다. 하지만 최근 방영 중인 넷플릭스 '솔로지옥5'를 둘러싸고 패널의 직설적인 발언이 '일반인 출연자를 향한 비난과 조롱을 증폭시킨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최미나수 ⓒ넷플릭스
10일 '솔로지옥5'는 마지막 회차인 11·12회를 공개했다. 시즌5는 기존 '솔로지옥' 시리즈가 쌓아온 고자극 연애 구도 위에 보다 노골적인 감정 표현과 빠른 관계 전개를 얹으며 화제성을 키웠다. 그 중심에는 단연 출연자 최미나수가 있다.
최미나수는 초반부터 여러 남성 출연자에게 동시에 호감을 표하며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 사람에게 확답을 주지 않은 채 다른 출연자에게도 가능성을 열어두는 태도, 감정이 흔들릴 때마다 솔직하게 드러내는 발언은 프로그램의 긴장감을 끌어올렸다. 그러나 이러한 모습은 곧 '이기적이다', '상대를 배려하지 않는다'는 비판으로 이어졌다. 특히 자신이 뒷담화했던 참가자 민지에게 '너는 너를 잘 모르는 것 같다'는 말을 들은 뒤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오열하는 장면은, 감정에 충실한 모습이라는 평가와 동시에 '내로남불'이라는 상반된 반응을 낳았다.
논란을 키운 지점은 출연자의 행동 그 자체보다 이를 바라보는 패널들의 태도였다. '솔로지옥5' 패널들은 최미나수의 선택과 감정 변화에 대해 비교적 직설적인 평가를 이어갔다. '무례하다', '작작하세요' 같은 표현은 물론 '우리도 마음대로 평가했는데 화났으려나, 미안해요'와 같은 멘트는 조롱과 농담의 경계를 오갔다. 웃음을 유도하는 장면이었지만 일부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패널의 발언이 출연자에 대한 희화화로 소비되며 악플을 정당화하는 역할을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패널의 말 한마디가 시청자에게 공식 해석처럼 받아들여지며 출연자의 이미지가 고정되고 그 여파가 방송 밖까지 이어지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감정의 진폭이 클수록 몰입도는 높아지지만 그만큼 일반인 출연자가 감당해야 할 부담 역시 커진다.
이 같은 논란은 연애 예능 전반의 패널 역할을 다시 보게 만든다. 같은 연애 예능이라도 패널의 태도는 프로그램 성격에 따라 전혀 다르게 작동한다. '나는 솔로'처럼 출연자들이 스스로를 과장된 캐릭터로 내세우고 일정 부분 웃음을 전제로 한 포맷에서는 패널의 독설이 풍자나 농담으로 소비된다. 출연자 역시 일정 수준의 '빌런화'를 감수하고 참여하는 구조다.
반면 '솔로지옥'이나 '환승연애'처럼 비교적 현실적인 감정선과 관계의 진정성을 전면에 내세운 포맷에서는 상황이 달라진다. 이들 프로그램에서 출연자들은 실제 연애와 크게 다르지 않은 선택과 실수를 보여주고 시청자 역시 이를 '현실 연애'로 받아들인다. 이때 패널의 평가는 단순한 해설을 넘어 출연자의 도덕성과 인격을 판단하는 기준처럼 작용한다. 시청자들은 패널의 발언을 일종의 공식 해석으로 받아들이며 출연자를 피해자와 가해자, 진심과 계산으로 나누기 시작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일반인 출연자들이 감당해야 할 후폭풍이다. 방송 속에서 만들어진 캐릭터는 프로그램이 끝난 뒤에도 검색어와 댓글, 커뮤니티를 통해 반복 소비된다. 출연자의 행동은 맥락이 삭제된 채 짧은 영상이나 자극적인 문장으로 재가공되고 패널의 말은 그 판단을 정당화하는 근거처럼 인용된다. 출연자가 이미 충분히 비난받고 있음에도 패널의 직설적인 멘트가 추가적인 상처를 남기는 구조다.
최근 종영한 '환승연애4' 출연자 현지는 방송 직후 SNS 계정을 공개하자마자 악성 댓글에 시달렸다. 팬덤이 견고한 민경의 전 남자친구 유식과 이어졌다는 이유만으로 '가해자' 이미지가 씌워진 것이다.
앞서 방송된 jtbc '연애남매'에서도 출연자 용우가 러브라인 노선을 바꾸자 시청자 반응이 급격하게 싸늘해졌고 일부는 용우의 과거 사생활까지 캐내며 비난했지만 이를 제지하는 사람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 역시 패널의 해석과 방송 편집이 시청자들의 판단을 한 방향을 밀어준 결과라는 지적이 나왔다.
연애 예능이 갈등과 선택을 다루는 장르인 이상, 패널의 해설과 평가를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다만 지금의 문제는 그 경계가 지나치게 개인의 센스와 즉흥성에 맡겨져 있다는 점이다. 어떤 발언은 사이다로 소비되고 어떤 말은 낙인으로 남지만 그 기준은 프로그램 내부에 명확히 설정돼 있지 않다. 제작진 역시 패널의 발언이 방송 이후 어떤 방식으로 확산되고 소비되는지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책임을 지지 않는 구조다.
결국 연애 예능의 관전 재미를 키워온 패널의 역할은 이제 새로운 질문을 마주하고 있다. 출연자의 행동을 설명하는 것과 평가하는 것, 웃음을 주는 것과 조롱을 만드는 것 사이의 선은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을까. 자극적인 멘트가 시청률과 화제성을 보장하는 시대일수록, 그 말 한마디가 일반인의 삶에 남길 흔적까지 함께 고민하는 시점에 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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