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이어 다큐로…‘쿡방’ 열풍이 되새기는 ‘한식’의 의미 [D:방송 뷰]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입력 2026.02.20 08:21  수정 2026.02.20 08:21

예능이 낮춘 '미식' 진입장벽

'공양간의 셰프들'→'셰프의 DNA' 등 다큐가 파고드는 한식 의미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시즌2는 지난달 종영했지만, 쿡방의 열기는 식지 않았다. 셰프들이 예능의 주인공이 돼 활약하는가 하면, 한식을 깊이 있게 파헤치는 다큐멘터리까지. 다양한 시도들이 요리의 유통기한을 늘려나가고 있다.


ⓒ웨이브, MBC

최근에는 다큐멘터리로 깊이를 더해가는 노력이 활발하게 이어진다. 대표적인 예는 지난달 KBS 다큐멘터리 ‘다큐인사이트’에서는 뉴욕의 한식 셰프들을 조명했다. 2014년 12월, 미쉐린 3스타를 획득하며 미국 내 최초의 미쉐린 3스타 한식당이 된 정식 뉴욕(Jungsik New York)의 임정식 셰프를 비롯해 뉴욕 한식당 옥동식의 옥동식 오너 셰프 등이 출연해 한식의 매력을 뉴욕에 뿌리내리는 과정을 공개했다.


12일에는 SBS 2부작 다큐멘터리 ‘더 코리안 셰프’가 시청자들을 만났다. 1부에서는 강민구, 임기학, 이용우 오너 셰프의 이야기를 통해 한국 파인 다이닝의 현재를 담아냈다면, 2부에서는 뉴욕에서 도전하는 셰프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한식 또는 한국의 셰프를 중심으로, ‘요리’의 본질을 파고드는데 방점을 찍었다.


한식 메뉴 개발을 위해 한국을 찾은 입양아 출신 벨기에 셰프 애진 허이스가 전북 정읍에서 ‘손맛 한 상’을 완성해 가는 여정을 담은 ‘셰프의 DNA’를 선보인 MBC는 밥상에 숨겨진 정성과 지혜를 찾아 떠나는 3부작 다큐멘터리 ‘밥상의 발견’도 선보였다. 셰프들의 식당이 아닌, 일상 속 식탁에서 진정한 ‘K-푸드’를 찾는 과정을 통해 한식의 의미를 새롭게 짚었다.


웨이브에서는 ‘공양간의 셰프들’ 통해 선재스님의 음식 철학을 다뤘다. ‘흑백요리사2: 요리 계급 전쟁’에 출연한 선재스님, ‘셰프의 테이블’을 통해 인지도를 얻은 정관 스님을 비롯해 계호 스님, 적문 스님, 대안 스님, 우관 스님 등 총 6인의 명장이 2025년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된 사찰음식에 대한 각자의 해석을 보여줬다. 공양(供養)을 준비하고 나누는 과정을 통해 각자가 가진 음식 철학을 풀어냈다.


예능가에서는 셰프들의 유쾌한 활약이 ‘요리’를 향한 진입장벽을 낮췄다면, 다큐멘터리에서는 의미 있는 메시지를 통해 여운을 남기는 모양새다. 2024년, 종영한 지 5년 만에 부활한 JTBC ‘냉장고를 부탁해’는 실력 탄탄한 셰프들이 예능감까지 발휘해 즐거움을 선사한다면 다큐멘터리에서는 셰프들의 진심과 열정을 진중하게 포착 중인 것이다.


해외 시청자는 물론, 한국의 시청자들도 다시금 한식의 의미를 곱씹게 된다. 해외에서 한식의 뿌리를 이어나가는 셰프들(‘다큐인사이트’, ‘더 코리안 셰프’) 혹은 진정한 K-푸드를 찾기 위해 한국을 찾은 셰프(‘셰프의 DNA’) 등 시청자들은 자연스럽게 ‘무엇이 한식일까’라는 질문의 답을 다양한 시각으로 들여다보게 됐다.


이 과정에서 “스토리가 꽉 찬 음식”이라며 김밥을 파인 다이닝 메뉴로 재해석한 임정식 셰프의 소신은 한식의 의미를 확대했으며, 완성된 요리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낸 선재스님은 음식이 곧 삶과 연결돼 있다는 메시지를 남기기도 했다.


쏟아지는 쿡방에도 피로도가 쌓이지 않는 이유와도 닿아있다. 요리에서 제과·제빵으로 소재만 바꾼 MBN ‘천하제빵’에는 실망감이 이어지는 등 부정적인 사례도 있지만, 다큐멘터리가 남긴 여운은 쿡방의 필요성을 상기시킨다.


‘천하제빵’ 스튜디오의 온도와 습도가 작업하기 힘들다는 일부 참가자의 지적, 완성도 부족을 이유로 심사를 거부해 시청자들의 빈축을 산 장면 등 참가자들의 진심을 오롯이 담는 것보다 방송상의 재미에 초점을 맞춰 ‘인기 소재에 숟가락만 얹은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야기했었다. 시청자들의 관심사를 좇아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의미 있는 변주로 깊이를 더해가는 시도가 더 반가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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