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란 전쟁을 바라보는 포인트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6.03.05 07:07  수정 2026.03.05 07:07

이란이 탄도미사일과 자폭 드론으로 맞서지만, 미국·이스라엘 군사력에는 한계

이란 혁명수비대가 하메네이 아들을 차기 최고지도자로 세우면서 강경 분위기 점입가경

이스라엘은 미국의 이란 공격이 가속화되도록 하고 헤즈볼라 등에 대한 궤멸도 추진

이란의 새 최고지도자에 지명된 하메네이 차남 모즈타바 하메네이 사진을 들고 있는 이란 시민. ⓒ EPA=연합뉴스
1. 트럼프가 전쟁을 시작한 진짜 목적은?

이란이 UAE(아랍에미리트)와 튀르키예 등 인근 국가에 미사일을 쏘아 대는 ‘물귀신 작전’을 벌이고 전 세계 해상 석유 물동량의 20%가 지나는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는 등 분기탱천하고 있지만, 군사적 결말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란은 2700개가 넘는 탄도미사일과 하루에만 400개가 만들어지는 샤헤드-136 자폭 드론 등을 보유하고 있지만, 공군과 해군이 무력화(無力化)된 데가 첨단무기를 갖춘 미국과 이스라엘의 추가 공격이 지속되면 피해는 심각해진다.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지역연구센터장의 설명대로, 미국과 이란은 군사력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다. 현재 미국은 B-1B, B-2, B-52 등 3대 전략폭격기에다 2개 항모전단 배치, 그리고 지상군 투입까지 검토하면서 사상 최대의 총력전을 치를 기세다. 미국은 “아직 매서운 타격은 시작도 안 했다”라고 이란을 압박했다. 여기에 이스라엘은 별도 공격을 단행, 미사일 발사대 300곳을 박살 내고 지하 핵 개발 시설도 폭격했다. 모사드는 이란 수뇌부에 대한 추가 암살도 준비하고 있다. 군사력 최강 미국과 정보력 최강 이스라엘의 양면 공격에 이란이 두 손 드는 것은 시간문제다.


따라서 국제사회가 우려하는 부분은 전쟁의 승패가 아니라,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유가나 경제에 어느 정도 악영향을 미치느냐이다. 그러자면 일단 공격을 시작한 미국 측의 명시적·묵시적 목표를 파악해야 한다. 과연 그것이 달성됐느냐가 전쟁의 관건이다.


처음 트럼프는 “4~5주가 걸릴 수도 있다”라면서 이란의 핵·미사일 시설을 파괴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가, 이후 여러 가지를 언급했다. 가령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등 권력을 가진 군부가 스스로 무기를 내려놓고 이란 국민에게 항복 △최고지도자만 핀셋으로 제거하고 기존 정부 시스템은 그대로 유지하되 미국과 실용적으로 협력하는 친미(親美) 정권으로 탈바꿈 △이란 국민들이 직접 들고 일어나 정부를 완전히 무너뜨리는 시민혁명 등의 시나리오를 거론했다. 하지만 실현 가능성이 적은데다, 최근 이란 시위대의 구심점이 없어서 당국의 강력한 탄압을 뚫고 시민혁명으로 나가기는 불가능하다.


그래서 미국 허드슨연구소 리부아 연구원의 분석처럼 이란 원유의 80%를 헐값에 사들이는 중국과의 석유 네트워크를 봉쇄하겠다는 것이 미국의 의도라는 분석도 나온다. 베네수엘라를 기습해 마두로 대통령을 체포한 배경과도 일맥상통한다는 말이다. 중국은 전체 석유 수입량 가운데 13%를 차지하는 이란과 4%인 베네수엘라에 대한 미국의 공격이 심히 못마땅한 상황이다.


트럼프가 진정으로 이란 공격에 나선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최근 루비오 국무장관이 잠시 언급했다가 철회하긴 했는데, 트럼프가 이란을 공격한 것은 이스라엘의 집요한 요구를 받아들였거나 아니면 이란과 이스라엘의 직접 충돌 가능성이 커지자 이스라엘에 대한 선제적 보호를 위해서였다는 주장이다.


전 세계를 윽박지르는 트럼프이지만 유독 이스라엘에 대해서만은 얌전한 모습을 보인다. 트럼프는 이스라엘의 재건과 부흥에 대한 기독교적 사명감을 중시하는 ‘기독교 시온주의(Christian Zionism)’를 신봉하고 있다. 이를 과소평가하면, 트럼프의 중동 문제를 언급할 때 늘 정치·군사·경제 변수만 언급하는 수박 겉핥기 분석을 하게 된다. 트럼프는 “난 네가 싫어하는 일이라면 두 손 들고 막아 줄게”라며 더욱 이스라엘과 찰떡궁합을 보일 것이고, 이란 전쟁에 대한 스탠스도 같이 할 전망이다.

2. 폼생폼사 이란 지도부의 선택은?

중동국가들의 문화는 대체로 ‘뻥’이 심하고 폼에 살고 폼에 죽는 ‘폼생(生)폼사(死)’ 성향이 강하다. 특히 이란은 과거 페르시아 왕국의 후계자인데다 이슬람 세계에서도 시아파의 수장이라는 자부심이 세다. 그래서 쉽게 남에게 항복하는 일이 적고, 대신 “중동의 군사·경제 인프라를 완전 파괴해 버리겠다” “지옥을 맛보게 해주겠다” 식의 뻥튀기 메시지를 남발한다. 이란 관영매체가 지난 2일 지하터널에 드론 수백 기가 줄지어 서 있는 그로테스크한 사진을 공개한 것도 결사 항전이라는 폼생폼사 정신 때문이다.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알라의 이름을 빙자한 신정체제(神政體制) 독재 권력 맛에 취한 호메이니(1902~1989)와 하메네이(1939~2026) 주변 인사들은 ‘큰 사탄’ 미국과 ‘작은 사탄’ 이스라엘에 굴복하지 않는 것을 순교자 적 사명감으로 알고 있다. 처음 호메이니가 호신용으로 창설한 혁명수비대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괴물로 커졌고 최근 시위대 3만명 이상을 죽였다. 혁명수비대는 이란 기업의 절반 가까이 직·간접 운영하는 해괴한 시스템으로 온갖 이권을 챙겨 왔다.


혁명수비대는 특히 사망한 하메네이의 후계자로 그의 차남인 모즈타바 하메네이(56)를 차기 최고지도자로 선출했다. 1979년 왕정을 무너뜨리고 공화정을 했다는 나라가 친구인 북한을 모방했는지 사실상 세습에 돌입하는 진풍경을 노출했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이란 개혁파와 강경파를 기민하게 이간질하며, 민생을 도외시하고 반대파를 잔혹하게 탄압하면서 권세를 휘두른 인물”이라고 사망한 하메네이를 평가했다. 아들인 모즈타바 역시 아버지 곁에서 비선 실세로 행세해 온 점을 감안할 때, 통치 스타일이 아버지와 크게 다르지 않을 전망이다. 하메네이 일가는 1979년 이슬람 혁명 당시 몰수한 자산을 관리하기 위해 만든 비밀조직 ‘세타드’를 관장하며 막대한 부를 쌓았고, 일부 자산은 지난해 말 반정부 시위 발발 후 해외로 빼돌렸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다만 그가 아버지와 같은 절대 권력을 독자적으로 행사할지는 미지수다. 실권을 잡은 혁명수비대 간부들이 입김을 행사해 실제로는 연립정부 비슷하게 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럴수록 미국과의 협상 가능성은 낮아진다. 어쨌든 강경보수파인 모즈타바가 ‘폼생폼사’를 지속하면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세는 더욱 거세지고, 모즈타바 제거 작업도 동시에 진행될 것이다.


그런 가운데 4일 미국과 이란의 물밑 접촉설도 등장했다. 공습을 당한 이란 정보당국이 미국 CIA에 물밑 협상을 제안했다는 뉴욕타임스 보도다. 국제정치 역시 살아 있는 생물이므로 협상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미국의 공습 후 연기가 치솟고 있다. ⓒ AFP=연합뉴스
3. 내심 확전을 바라는 이스라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지난해 12월부터 트럼프에게 이란을 공격하자고 종용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하메네이를 죽일 때는, 평소 해킹해둔 테헤란의 교통 카메라를 보고 고위 관리들의 회의가 열리는지 파악했을 정도로 치밀한 정보 역량을 동원했다. 이스라엘 입장에선 중동에서 어느 정도 국가안보의 걸림돌을 제거했지만, 이란이 가장 큰 위협으로 남아 있어 이번 기회에 결정적으로 힘을 약화시키겠다는 심산이다. 국민들도 그런 점을 알기에 이란 공격에 대한 지지도가 높은 편이다. 대폭락을 거듭한 한국과 달리, 이스라엘은 전쟁 이후 주식시장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그런 가운데 레바논의 시아파 무장 정파인 헤즈볼라가 하메네이 살해에 대한 보복을 명분으로 2024년 11월 휴전 이후 처음 이스라엘에 공격을 개시했다. 이스라엘이 쳐 놓은 덫에 헤즈볼라가 걸려들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헤즈볼라가 로켓과 드론을 발사한 것은 이스라엘이 기다려 온 순간”이라고 짚었다. 이스라엘은 그렇지 않아도 궤멸하고 싶었던 헤즈볼라가 알아서 먼저 공격하며 명분을 제공해주니 내심 웃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이스라엘은 즉각 보복을 개시, 수도 베이루트 인근의 헤즈볼라 무기 시설과 주요 인사를 겨냥한 공격을 단행했다. 헤즈볼라의 로켓 한 발은 요격됐고 또 다른 한 발은 공터에 떨어진 미미한 수준이었는데, 이스라엘은 전면적 보복에 나선 것이다. 이스라엘로서는 이번 기회에 이란의 군사력을 치명적으로 타격하는 동시에, 그간 완전 소탕하려고 했던 헤즈볼라·하마스·후티 반군에 대한 궤멸 작전도 함께 벌이고 싶어 한다.

4. 이란과 이스라엘 사이에 제2의 부림절이 올까?

때마침 지난 3월 3일은 이스라엘에서 부림절(Purim) 축제일이었다. BC 5세기 페르시아(이란)에 노예로 끌려가 살던 유대인들(이스라엘)은 하만이란 페르시아 총리대신의 농간에 걸려 대량 학살 위기를 겪었다. 하지만 당시 페르시아 왕 아하수에로(크세르크세스 1세)의 왕비이자 유대인이었던 에스더의 지혜로 위기를 모면하고 오히려 하만은 높은 장대에 매달려 죽었다. 이스라엘 민족을 이란의 사악한 지도자 하만으로부터 구출한 것을 기념하는 날이 바로 부림절이다. 지금 이스라엘에게 '하만'은 바로 호메이니와 하메네이 같이 47년간 “반미·반이스라엘”을 외치며 철권 통치를 펴 온 독재자들이다.


역사적으로 이란과 이스라엘은 부림절 이후 딱히 적대 정책을 펼 일도 없었고, 1979년 이슬람 혁명 직전까지 사이가 좋았다. 1948년 이스라엘의 독립을 중동에서는 2번째로 공인해준 것도 이란이다. 이스라엘은 이란의 석유를 사다 썼고, 이란은 이스라엘과 군사·정보 분야 교류를 시작하면서 공동 군사훈련까지 진행했다. 당연히 이란과 미국의 관계도 좋았다. 그러던 것이 팔라비 왕조의 경제정책 실패와 왕가 부패 등을 빌미로 1979년 호메이니에 의해 이슬람 혁명이 일어나면서 이란과 이스라엘은 원수로 변했다.


중동에서 진정한 평화가 오려면 이란과 이스라엘이 다시 ‘제2의 부림절’을 만들고 화해하는 일이다. 지금으로선 꿈같은 일이다. 하지만 어떤 일로 관계가 악화됐다면, 또 다른 계기로 다시 친해지지 말라는 법도 없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팔라비 왕가의 후손인 레자 팔라비(65)를 이란의 차기 통치자로 세우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비록 그것이 현실적인 대안이 아닐 수 있지만, 언젠가 있을 제2의 부림절을 꿈꾸는 계기가 될 수는 있겠다.

글/ 최홍섭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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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로운여행자
    그래서 미국이 베트남에게 그리도 처참하게 쳐잘렸었구나? 내가 보기엔 얼마 안있어 주한미군 빼겠다고 할 것 같다.
    2026.03.06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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