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9 영빈, 뮤지컬 ‘은밀하게 위대하게’ 리해랑으로 연 배우의 첫 장 [D:PICK]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6.03.05 11:20  수정 2026.03.05 11:20

4월 26일까지 NOL 씨어터 대학로 우리카드홀에서 공연

올해는 SF9에게도, 영빈에게도 상징적인 해다. 데뷔 10주년을 맞은 팀의 중심에 서 온 그가, 역시 10년동안 사랑받은 뮤지컬 ‘은밀하게 위대하게: THE LAST’의 기념비적인 시즌에 합류했기 때문이다.


영빈은 지난 1월 30일 개막한 뮤지컬 ‘은밀하게 위대하게: THE LAST’에서 공화국 최고위층 간부의 아들이지만 남한에서는 가수 지망생으로 살아가는 리해랑 역을 맡아 무대에 오르고 있다. 냉철한 임무 수행 능력과 자유분방한 외피가 공존하는 인물로, 작품 속에서도 강렬한 존재감을 지닌 캐릭터다.



작품은 2016년 초연한 창작 뮤지컬로, 올해 10주년을 맞아 기념 공연으로 돌아왔다. 북한 남파 특수공작 5446부대의 엘리트 요원들이 조국 통일이라는 사명을 안고 남한의 달동네에 잠입해 각기 다른 신분으로 위장한 채 살아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동네 바보로 위장한 원류환, 가수 지망생 리해랑, 평범한 고등학생으로 신분을 숨긴 리해진까지 세 인물이 만들어내는 긴장과 우정, 그리고 비극적인 운명이 작품의 중심 서사를 이룬다.


이 가운데 리해랑은 극의 핵심 인물이다. 임무 앞에서는 냉정한 판단을 내리는 엘리트 요원이지만, 남한에서는 자유분방한 가수 지망생의 얼굴을 하고 있다. 겉으로 드러나는 능청스러운 태도와 가벼움은 사실 자신의 정체성과 비극적인 운명을 감추기 위한 방패와도 같다. 차갑게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 요원이면서도 그 속내를 철저히 숨긴 채 살아가는 인물인 만큼, 배우의 해석에 따라 캐릭터의 결이 크게 달라지는 역할이다.


흥미로운 대목은 리해랑과 인간 영빈이 지닌 기질적 대비다. 그동안 SF9의 리더로서 늘 진중하게 팀의 중심을 잡아온 영빈은, 이번 무대에서 그 묵직한 책임감을 잠시 내려놓고 한없이 자유롭고 여유로운 리해랑으로 변신했다.


팀의 호흡을 조율하던 섬세한 시선은 무대 위 상대 배우와의 교감으로, 찰나의 박자와 흐름을 포착하는 감각은 극의 활력으로 치환된다. 늘 중심을 지켜온 인물이 이토록 대범하고 자유분방한 얼굴로 관객 앞에 설 때, 그 예상 밖의 간극은 무대 위에서 반전매력으로 작용한다.


포지션에서도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그동안 래퍼로 무대에 서 왔던 영빈은 이번 작품에서 노래 통해 또 다른 표현을 보여준다. 뮤지컬 넘버가 단순한 가창이 아닌 만큼, 그는 대사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호흡을 유지하며 리해랑의 감정을 무대 위에 풀어낸다.


군무와 액션이 어우러진 장면에서 존재감은 한층 더 또렷하다. 신체 활용과 정확한 동선으로 군무의 에너지를 살리는 동시에, 긴박한 액션 장면에서도 날렵한 움직임을 보여준다. 춤과 몸의 움직임을 통해 장면의 흐름을 끌어가는 감각은 영빈이 오랜 시간 무대에서 쌓아온 퍼포먼스 경험이 자연스럽게 확장된 지점이다.


이번 공연은 영빈이 뮤지컬 배우로서의 첫 가능성을 꺼내 보이는 자리다. 아이돌 출신이라는 선입견보다 더 크게 다가온 것은 스스로에 대한 증명일 터다. 그는 그 해답을 오직 연습에서 찾은 모양이다.


무대 위에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지만, 뮤지컬 연습실에서의 영빈은 가장 낮은 자세로 돌아갔다. 발성부터 대사 호흡, 장면의 감정선까지 하나씩 새롭게 익히며 캐릭터를 만들어갔고, 대사의 감정을 온전히 전달하기 위해 캐릭터 연구에 몰두했다는 후문이다.


10년 동안 사랑받아 온 작품의 기념비적인 시즌이 자신의 데뷔작이라는 점은 배우에게 결코 가볍지 않은 부담이다. 여기에 10년 동안 팀을 이끌어 온 책임감까지 더해졌다. 자신의 도전이 팀의 이름에 누가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은 자연스럽게 더 많은 연습으로 이어졌다.


SF9의 리더로서 늘 자신보다 팀 전체의 방향을 먼저 고민해온 태도는 이번 작품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첫 뮤지컬이라는 부담 속에서도 그는 묵묵히 자신의 역할에 집중하며 무대를 채워가고 있다. 이제 막 첫발을 뗀 영빈이 남은 시즌 동안 어떤 리해랑을 무대 위에 새길지, 그 답은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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