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기상캐스터 대신 기상분석관 투입
방송국 내 비정규직 프리랜서 문제는 여전
MBC가 대기과학을 전공하고, 기상예보사 면허를 보유한 윤태구 기상분석관을 평일 뉴스데스크 기상 코너에 투입했다. MBC 기상캐스터였던 오오안나가 2024년 세상을 떠난 뒤 ‘직장 내 괴롭힘’이 있었다는 사실이 인정되자 MBC가 사과하며 내놓은 재발 방지책 중 하나다.
윤 기상분석관의 화려한 이력에 일부 시청자들은 ‘긍정적인 변화’라며 호평을 보내고 있다. 다만 비정규직이었던 기상캐스터들을 아예 ‘지워버린’ MBC의 선택에는 엇갈린 시선이 이어진다.
윤태구 기상분석관ⓒMBC
MBC는 지난해 9월 기상캐스터 폐지를 결정했다. 고(故) 오요안나의 1주기를 맞아 MBC는 “고인의 명복을 빌고 유족께 위로의 말씀을 올린다”며 “프리랜서 기상캐스터 제도를 폐지하고, ‘기상기후 전문가’ 제도를 도입해 정규직으로 채용하기로 했다”고 밝힌 것이다. 기존 기상캐스터의 역할은 물론 취재, 출연, 콘텐츠 제작을 담당해, 전문적인 기상/기후 정보를 시청자들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며 지원 자격은 기상/기후/환경 관련 전공자나 자격증 소지자 또는 관련 업계 5년 이상의 경력자로 기존 프리랜서 기상캐스터들도 지원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대기과학 전공자이자 기상예보사 면허를 보유한 윤 기상분석관이 지난 3일부터 평일 뉴스데스크 기상 코너에 투입됐다. MBC는 보도자료를 통해 “호주 모나쉬대학교에서 대기과학을 전공했으며, 기상기사 자격증과 기상예보사 면허를 보유한 기상 전문가다. 또 대한민국 공군 기상장교로 복무하며 기상 분석과 예보 경험을 쌓았다”고 윤 기상분석관의 이력까지 상세하게 공개했다.
MBC의 자신감처럼, 윤 기상분석관의 전문성에는 시청자들도 신뢰를 표하는 모양새다. 기후 위기로 인해 날씨 변화가 커지는 요즘, 기상 관련 전문가가 관련 보도를 담당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시청자도 많다.
그럼에도 MBC의 이번 선택이 아쉬운 건, 오요안나의 사망 이후 ‘변화’를 위해 외쳐 온 오요안나 유족의 목소리는 무시됐다는 점이다.
고 오요안나의 어머니 장미연 씨는 직장 내 괴롭힘의 원인으로 방송국 내 비정규직 문제를 꾸준히 지적해 왔다. 고용노동부는 특별근로감독 실시 결과 고인이 프리랜서임에도 명확한 서열과 위계질서가 존재했고, 선배들의 개인적 감정에서 비롯된 불필요한 발언들이 있었으며 사회 통념상 업무상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려운 행위가 반복됐다고 지적하면서도 고인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되지 않아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로 인정될 수 없다고 말했다.
비정규직은 괴롭힘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없는 현실도 문제지만, 언제든 해고될 수 있다는 불안 속 과열된 경쟁을 유발하는 방송국 내 비정규직 프리랜서 처우 문제를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MBC의 기상캐스터 폐지 발표 후 장 씨와 단체는 “오요안나의 노동자성을 전혀 인정하지 않고 기상캐스터들이 공채 경쟁에서 떨어지면 해고당하는 안”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냈었다.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는 5일 프리랜서 아나운서 및 기상캐스터 노동실태 토론회를 열고 방송사 및 지자체 소속으로 아나운서·기상캐스터·리포터 직무를 수행하는 9명의 프리랜서(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의 의견을 담았다.
이에 따르면 조사 참여자들은 대체로 프리랜서 계약으로 여러 방송사를 전전하고 있었다. 아르바이트로 일한 경우를 제외하고, 참여자들이 일한 적이 있는 방송사 29곳 중에서 정규직 근로계약을 한 경우는 3곳에 불과하였다. 근로계약을 맺은 경우는 4곳에 불과했으며, 나머지 25곳은 용역 계약 형태였다. 기본 계약 기간은 6개월이나 1년으로 하고 반복 갱신하는 방식으로, 방송사나 상급자의 판단에 따라서 차이가 있으나 업무적으로 능력을 인정받더라도 2년을 초과하는 계약 연장은 이뤄지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었다.
고용 형태의 불안함은 물론, 월 200만원에도 미치기 힘든 저임금도 지적 사항이었다. 무엇보다 고용불안과 어린 나이, 여성이라는 지위는 직장 내에서의 괴롭힘에 취약한 상태에 놓이게 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결국 기상캐스터를 ‘폐지’한 MBC는 이 같은 문제를 모두 ‘지우는’ 선택을 한 셈이다. 김영민 센터장은 이 자리에서 “이제는 더 이상 이러한 현실을 방치해서는 안 되며, 여성 청년 노동자들을 쓰고 버리는 방식이 아니라, 최소한의 처우와 안정성을 보장하는 방향의 개선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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