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돌 전성기, 어디서 흔들리기 시작했나 [다시 남돌의 시간①]

전지원 기자 (jiwonline@dailian.co.kr)

입력 2026.03.10 11:01  수정 2026.03.10 11:02

차트와 앨범 판매량에서 드러난 변화…여돌 중심 시장 둔화

2022~2023년 가요계는 여자 아이돌 중심 시장으로 요약된다. 뉴진스(Newjeans), 아이브(IVE), 에스파(aespa), 르세라핌(LE SSERAFIM) 등 주요 걸그룹이 음원 차트와 대중 화제성을 동시에 장악하며 ‘여돌 전성기’라는 표현이 자연스럽게 등장했다. 그러나 2024년 이후 아이돌 시장 분위기는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여돌 중심 흐름이 유지되고는 있지만 확장 국면은 한풀 꺾였고, 그 사이 남자 아이돌의 존재감이 점차 커지는 모습이다.


에스파 ⓒSM엔터테인먼트

여돌 전성기의 시작은 2020년 전후로 거슬러 올라간다. 에스파와 스테이씨(STAYC)가 등장하며 4세대 걸그룹 경쟁이 본격화됐고, 2021년 말 아이브가 데뷔하면서 이들의 영향력이 빠르게 확장됐다. 이어 2022년 르세라핌과 뉴진스가 잇달아 데뷔하며 시장은 사실상 ‘여돌 중심 구조’로 재편됐다. 이 시기 걸그룹들은 음원 차트에서 강세를 보이며 대중성과 팬덤을 동시에 확보했다.


대표적으로 뉴진스는 ‘하입보이’(Hype Boy)와 ‘디토’(Ditto) 등을 통해 장기 흥행에 성공했고, 아이브 역시 ‘러브 다이브’(LOVE DIVE)와 ‘아이 엠’(I AM) 등으로 연속 히트를 기록했다. 에스파와 르세라핌도 각기 다른 콘셉트와 퍼포먼스를 앞세워 시장에서 확고한 입지를 구축했다. 2023년까지 이어진 이 흐름 속에서 걸그룹은 음원 차트, 광고, 브랜드 협업 등 대중적 영향력 측면에서 강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2024년을 전후해 분위기가 조금씩 달라졌다. 여전히 주요 걸그룹의 영향력은 유지되고 있지만 시장 확장 속도는 둔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부 그룹의 활동 공백과 논란이 이어지면서 ‘전성기’라는 표현이 다소 힘을 잃기 시작했다.


뉴진스는 2024년 이후 소속사 분쟁과 관련된 갈등이 이어지며 활동보다는 법적 다툼이나 그룹 존패에 대한 관심이 집중됐고, 르세라핌은 라이브 실력 논란이 불거지며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아이브 역시 ‘해야’ 활동 당시 이전만큼의 음원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2024년 ‘슈퍼노바’(Supernova)와 ‘아마겟돈’(Armageddon) 등을 통해 강한 존재감을 보여준 에스파 역시 2025년 들어 시상식 태도, 정치색 인증 논란부터 정국 윈터 열애설까지 음악 외적인 이슈들이 이어지며 이전과 같은 압도적인 대중 반응을 만들어내지는 못했다.


하츠투하츠 ⓒSM엔터테인먼트

새로운 걸그룹 역시 기대만큼 빠르게 시장을 장악하지는 못하는 분위기다. 베이비몬스터(BABYMONSTER) 등 대형 기획사의 신인 걸그룹이 등장했지만 국내에서의 대중적 파급력은 아직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하츠투하츠(Hearts2Hearts), 키키(KiiKii) 등 신인 그룹들도 등장했지만 이전 세대 걸그룹만큼 빠르게 시장을 주도하는 흐름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멜론 연간차트를 보면 2023년에는 상위 10곡 가운데 8곡이 뉴진스 ‘디토’, ‘하입보이’, ‘오엠지’(OMG), ‘어텐션’(Attention), 아이브 ‘아이 엠’(I AM), ‘키치’(Kitsch), ‘애프터 라이크’(AFTER LIKE), (여자)아이들 ‘퀸카’(QUEENCARD) 등으로 여돌 중심 시장이 뚜렷했다.


반면 2025년 연간차트에서는 걸그룹 곡이 상위 10위 안에 2곡으로 줄었다. 에스파 ‘위플래시’(Whiplash)가 3위, 아이브 ‘레블하트’(REBEL HEART)가 8위를 기록했을 뿐이며, 이후 가장 높은 순위의 걸그룹 곡은 23위로 그마저도 에스파가 2024년 발매한 ‘슈퍼노바’(Supernova)다. 대신 우즈 ‘드라우닝’(Drownig), 지드래곤 ‘홈 스위트 홈’(HOME SWEET HOME), 데이식스 ‘해피’(HAPPY)이 상위권에 포진했고 보이넥스트도어 ‘오늘만 I LOVE YOU’, 투어스 ‘첫 만남은 계획대로 되지 않아’ 등 신인 남돌의 약진 등 차트 구성이 이전과 달라진 모습이다.


음반 판매 성장 흐름에서도 세대 차이가 나타난다. 4세대 걸그룹은 데뷔 이후 다음 앨범에서 초동 판매량이 크게 뛰는 흐름을 보였다. 뉴진스는 데뷔 앨범 ‘뉴진스’(New Jeans)로 약 31만장의 초동 판매량을 올린 데 이어 ‘오엠지’ 70만장, ‘겟 업’(Get Up) 165만장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르세라핌 역시 ‘피어리스’(FEARLESS) 30만장에서 ‘안티프래자일’(ANTIFRAGILE) 56만장으로 늘었다. 아이브도 ‘일레븐’(ELEVEN) 약 15만장에서 ‘러브 다이브’(LOVE DIVE) 약 33만장으로 상승했다.


그러나 2025년 데뷔한 하츠투하츠는 첫번째 앨범 ‘더 체이스’(The Chase)를 발매 후 일주일 동안 약 40만장 판매했지만 다음 실물 앨범인 ‘포커스’(FOCUS) 역시 약 42만장을 팔아 증가 폭이 크지 않았다. 키키 역시 데뷔 앨범 ‘언컷 젬’(UNCUT GEM)을 약 20만장을 초동 주간에 판매했으나 최근 발매한 다음 앨범 ‘델룰루 팩’(Delulu Pack)은 약 4만장으로 판매량이 급격하게 줄었다.


여돌 중심 시장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지만, 확장 국면이 둔화되면서 아이돌 시장의 흐름은 점차 다른 방향으로 이동하는 분위기다. 그 사이에서 2023년을 전후해 등장한 남자 아이돌들이 점차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제로베이스원(ZEROBASEONE), 라이즈(RIIZE), 보이넥스트도어(BOYNEXTDOOR) 등 2023년 데뷔 남자 아이돌은 여돌 전성기 한가운데에서 시장에 등장했다. 데뷔 당시에는 대중적 화제성에서 상대적으로 조용한 출발을 보였지만, 이후 팬덤과 콘텐츠를 중심으로 기반을 쌓아왔다.


여돌 중심 시장이 정체 국면에 접어든 사이, 이들이 축적해온 시간과 팬덤이 현재 남돌 시장 확장의 토대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결국 지금 나타나는 남돌 흐름은 갑작스러운 반등이라기보다, 여돌 전성기 시기부터 이미 준비되고 있던 변화의 결과다.


기존에는 걸그룹이 음원 차트와 숏폼 챌린지 등을 중심으로 화제성을 빠르게 확장해왔다면 보이그룹은 앨범 판매와 공연, 콘텐츠 소비 등 팬덤 기반 소비 구조를 중심으로 성장한다는 특징이 있었다. 그러나 4세대 여돌 중심 시장이 정체기에 접어들면서 등장한 5세대 남돌들은 이지리스닝 음악과 숏폼 콘텐츠 등을 통해 대중과의 접점까지 넓히 한층 진화한 전성기를 만들어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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