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려면 벗어야만 하나요?" 신인여배우 울상
배우 데뷔 통로, 각종대회서 오디션 유일 수단
파격 노출 영화 급증 속 '작품성' 내걸며 데뷔
연예인이 되고 싶은 사람들은 언제나 많다. 그렇지만 실제로 연예인으로 데뷔하는 것은 무척이나 힘겨운 일이다. 게다가 연예인으로 데뷔해 스타가 되는 것은 더욱 더 머나먼 길이다. 게다가 더욱 안타까운 부분은 연예인으로 데뷔하는 방법이 과거에 비해 상당히 모호해 졌다는 부분이다.
과거에는 공식적인 데뷔 통로가 있었다. 가수의 경우 각종 가요제가 있었다. 대학가요제와 강변가요제를 비롯한 각종 가요제를 통해 신인들이 데뷔의 기회를 노릴 수 있었다. 배우의 경우 방송국 탤런트 공채 시험을 비롯해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와 슈퍼모델 선발대회 등 각종 미인 대회도 연예계 데뷔의 통로가 됐다.
그렇지만 이제는 이런 공식 통로가 대부분 사라졌다. 신인을 발굴하는 각종 가요제는 이제 사라져 버렸으며 방송국의 탤런트 공채도 폐지된 지 오래다. 각종 미인대회 역시 더 이상 신인 연예인 배출의 통로가 되지 못한다.
이제는 필요에 따라 각종 오디션이 열리고 이를 통과하는 것이 연예인이 되는 사실상 유일한 방법이다. 가수들의 경우 각종 오디션 프로그램이 있고 배우의 경우 각각의 드라마와 영화 오디션을 통해 데뷔의 기회를 잡는다. 그렇지만 공식화된 대회나 공채에 비해 오디션은 그 정보를 수집하는 것도 쉽지 않으며 워낙 필요에 따라 극소수만 뽑는 터라 통과하기가 결코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이제 연예계 데뷔는 연예기획사를 통하는 방법뿐이다. 가수 지망생의 경우 유명 연예기획사 연습생이 되는 것이 가장 뚜렷한 방법이다. 오죽하면 인기 오디션 프로그램인 SBS ‘K팝스타’는 데뷔를 위한 가수를 선발하는 프로그램이 아닌 유명 연예기획사의 연습생을 뽑는 개념의 프로그램일 정도다.
배우들 역시 얼마나 유명한 연예기획사와 전속계약을 체결하느냐가 중요하다. 나름 유력한 연예기획사의 소속이 되면 회사에서 알아서 배역을 만들어 준다. 소속사로부터 가능성만 인정받는다면 소위 ‘끼워팔기’라고 불리는 방식으로 화려한 데뷔도 가능하다. 다시 말해 같은 소속사의 주연급 배우가 출연하는 영화나 드라마에 조연급으로 출연하는 기회를 얻게 된다는 얘기.
그렇지만 유명 연예기획사는 너무나 많고 각각의 회사에서 밀고 있는 신인들도 너무나 많다. 어렵게 유명 연예기획사와 전속계약을 맺을 지라도 스타가 된다는 보장은 없다. 특히 여자 배우들이 더욱 그렇다. 요즘 제작되는 한국 영화와 드라마는 모두 남성 캐릭터 위주다. 비중이 작은 배역의 여자 캐릭터로 뜨기가 쉽지 않아졌다는 얘기.
이런 상황에서 요즘 가장 확실한 방법은 파격적인 노출을 선보여 이슈를 양산하며 데뷔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노출을 한다고 다 뜨는 것은 아니다. 비록 데뷔작부터 파격적인 노출을 선보일 지라도 그럴 만한 작품성이 있는 영화여야 하며, 상대 배역이 누구 냐도 중요하다. 그냥 벗기만 하는 영화로 데뷔할 경우 과거 에로배우처럼 벗기만 하는 배우로 전락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요즘 영화계는 확실한 노출 의지랄 갖춘 여자 신인 배우들에게는 좋은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인터넷 다운로드와 TV VOD, 그리고 모바일 서비스 등 부가 판권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노출이 가미된 영화가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 영화계의 첫 번째 시도는 투톱 여주인공 기용이었다. 유명세를 바탕으로 영화의 홍보를 담당할 여배우와 신인이지만 파격적인 노출을 선보일 수 있는 신예 여배우를 투톱 여주인공으로 기용하는 것.
실제로 이런 방식으로 데뷔한 신인 여배우가 몇 명 있지만 스타덤에 오르지는 못했다. 오히려 비슷한 벗는 영화에 연이어 출연하며 벗는 여배우의 이미지만 강해졌을 뿐이다. 관객들 역시 홍보 과정에선 유명 여배우가 벗는 것처럼 과장해 놓은 뒤 실제 영화에선 신인 여배우만 벗는 형태에 몇 차례 속은 뒤 이런 형태의 영화는 외면하는 분위기다.
이런 상황에서 영화계가 주목한 영화는 바로 2012년에 개봉했던 영화 ‘은교’다. 이 영화는 좋은 원작 소설을 활용해 만들어진 작품성으로 인정받은 수작이다. 그리고 이 영화를 통해 김고은이라는 신예가 배출됐다. 김고은은 이 영화에서 음모노출까지 불사하며 파격 노출을 선보였지만 영화의 작품성이 인정받은 데다 자신의 연기력까지 좋은 점수를 받으며 그해 각종 영화제 신인상을 휩쓸었다. 김고은은 이후 영화계 최고의 블루칩으로 성장했다.
영화계는 올해 들어 이런 방식의 영화를 여러 편 제작했다. 송승헌을 내세운 영화 ‘인간중독’을 통해 임지연이라는 신인 여배우가 데뷔했으며 정우성이 출연한 영화 ‘마담 뺑덕’에선 이솜이라는 신예가 배출됐다. 개봉 내기는 촬영을 앞둔 영화 ‘순수의 시대’ ‘간신’ ‘남과 여’ ‘아가씨’ 등의 영화들도 유명 남자 배우와 신예 여배우를 주연으로 기용해 파격적인 노출 연기를 선보일 예정이다.
비록 ‘인간중독’과 ‘마담 뺑덕’의 극장 흥행 성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한참 흥행 가도를 달리던 정우성의 경우 ‘마담 뺑덕’으로 흥행 기세가 다소 꺾인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그렇지만 두 영화 모두 부가판권 시장에서 엄청난 흥행세를 누리고 있다. 영화계에선 충분히 극장 흥행 성적의 아쉬움을 채울 만한 수준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따라서 한동안 한국 영화에 이런 형태의 영화가 계속 제작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는 결국 그런 영화마다 한 명씩 파격적인 노출을 선보이며 데뷔하는 여배우가 배출될 것이라는 애기이기도 하다.
결국 요즘 연예계의 분위기는 뜨고 싶은 여자 배우 지망생들에게 노출을 강요하는 분위기다. 연기력과 외모가 출중할 지라도 데뷔의 기회가 좀처럼 허락되지 않은 여배우 지망생들에게 노출 의지를 강요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배우라면 작품을 위해 노출을 과감히 시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만 작품에 대한 변별력이 충분치 않을 수 있으며 연기 경험도 적은 신인들이 노출 연기를 결심하는 과정에선 더욱 많은 고민과 갈등이 있을 수밖에 없다. 단순히 뜨기 위해 데뷔하고 싶어서 결심하기에 노출은 너무나 힘겨운 결정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요즘 영화들은 노출 수위 역시 상당히 파격적으로 변해가고 있다.
게다가 워낙 비슷한 형태, 다시 말해 파격적인 노출로 화제를 양산하며 데뷔하는 여배우가 계속 늘어날 경우 또 다른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경우 잠시의 화제로 그냥 잊히고 말 수도 있다는 부분도 문제다. 이런 부분 역시 여배우 지망생들을 더욱 고민하게 만들고 있다.
지금까지의 사례를 보면 데뷔작에서 파격적인 노출을 선보인 여배우들은 대부분 성공했다. 그것도 대부분 연기파 배우로 성공하며 오랜 기간 많은 사랑을 받았다. 사극에서 중전 역할을 많이 소화하며 중전 전문 배우라는 별명을 얻은 한 여배우 역시 파격적인 노출로 화제를 불러 모으며 데뷔했으며 몇 년 전 안방극장에 엄청난 화제를 불러일으킨 드라마의 악역 여배우 역시 파격적인 노출을 선보이며 데뷔했다.
그만큼 연기에 대한 열정이 남다른 이들이라 노출까지 불사하며 데뷔한 것이며 그런 연기 열정이 점점 더 진하게 드러나며 더 이상 노출이 아닌 연기력으로 인정받는 여배우로 성장한 것.
따라서 지금 이 순간에도 자신의 연기 열정을 불태우기 위해 파격적인 노출을 선보이며 데뷔하는 여배우들이 있다. 그들 역시 뜨거운 연기 열정을 바탕으로 배우로 크게 성공할 것이라 믿는다. 다만 영화계가 상업적인 목적으로 그런 여배우를 너무 많이 필요로 하며 이제 데뷔하려면 무조건 벗어야 한다는 공포감을 배우 지망생들에게 짐 지우는 상황은 다소 안타까워 보인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