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존스(28·미국)와 다니엘 코미어(35·미국)라는 천재 파이터들의 충돌로 옥타곤에 섬광이 지나갔다.
21번 싸워 반칙으로 인한 1패만을 안고 있던 UFC 라이트헤비급 챔피언 존 존스와 UFC 진출 이래 단 한 번의 테이크다운도 허용하지 않고 15승을 질주해온 코미어의 맞대결은 지난 2005년 프라이드 예멜리야넨코 표도르-미르코 크로캅전을 연상케 할 정도로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더구나 둘은 과거 기자회견장에서 난투극을 벌이는 등 '앙숙'으로도 유명, 세계 격투팬들의 이목을 더욱 끌어당겼다. 예상과 기대대로 다양한 기술의 향연이 펼쳐졌고, 경기 내용 역시 그에 걸맞게 알차고 수준 높았다.
존스는 193cm의 큰 키와 긴 리치를 바탕으로 원거리 공격은 물론 근거리에서의 변칙 타격, 그리고 레슬링과 다양한 초크로 압도적인 경기력을 과시해왔다. 게다가 냉정함을 잃지 않는 지능적인 경기 운영으로 흐름을 주도하며 료토 마치다, 마우리시오 쇼군, 라샤드 에반스 등 내로라하는 챔피언들을 모두 꺾었다.
혀를 내두르게 하는 이른바 ‘사기 캐릭터’다. 작은 움직임만으로도 수비와 공격이 가능, 존스를 상대할 때는 거리를 좁히기 위해 무리수를 두다 스스로 체력을 갉아먹거나 치명적 무기를 불러 자멸하기 일쑤다. 하늘이 내린 신체조건을 자랑, 현 라이트헤비급이 아닌 헤비급으로 올라가 뛰어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2004 아테네올림픽 레슬링 4위에 빛나는 코미어는 최정상급 레슬링 기량과 펀치 콤비네이션으로 스트라이크포스 헤비급 챔피언을 지냈던 강자다.
UFC 헤비급 시절 많은 팬들은 양대 산맥인 케인 벨라스케즈(32·멕시코)와 주니오르 도스 산토스(30·브라질)의 아성을 깰 복병으로 꼽히기도 했다. 하지만 코미어는 벨라스케즈와의 친분과 더불어 헤비급으로 뛰기엔 작은 체격이라는 것을 감안해 라이트헤비급으로 체급을 내렸고, 이후에도 성공 가도를 달렸다.
하지만 이날 천재들의 희비는 분명 엇갈렸다. 존스는 4일(한국시각)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MGM 그랜드가든 아레나서 열린 'UFC 182' 라이트헤비급 8차 방어전에서 도전자 코미어와 엎치락뒤치락 접전을 벌이다가 4라운드부터 체력의 우위를 점한 뒤 주도권을 잡고 경기를 끌고 가면서 심판 만장일치 판정승을 거뒀다.
천재들의 충돌은 1라운드부터 섬광이 일어났다.
타격으로 선제공격을 가한 존스는 코미어로부터 MMA 첫 테이크다운을 빼앗으며 기선을 제압했다. 하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탈출한 코미어는 얼마 지나지 않아 전진 스텝을 밟으며 존스를 압박했다.
또 리치 차이로 인한 거리를 활용한 존스의 지능적인 경기운영과 빈틈을 노리는 코미어의 머리싸움도 백미였다. 무엇보다 종료 1분을 남겨 놓고 코미어의 번개 같은 펀치와 킥이 어우러진 공격에 카운터로 응수하는 존스의 공격은 게임의 매력을 더했다. 말 그대로 명불허전의 1라운드였다.
2라운드와 3라운드 들어서는 바디킥에는 레그킥, 펀치에는 펀치로 응수하는 둘의 화려한 기술과 힘이 느껴졌다. 존스의 킥 타이밍을 감안해 코미어는 테이크다운을 시도했다. 이때 존스는 코미어의 목을 잡고 길로틴 초크를 시도하기도 했다. 화려한 기술의 향연이었다.
거리를 좁혀 더티복싱을 구사하려는 코미어와 원거리에서 킥으로 데미지를 주려는 존스의 지략 대결은 경기 내내 깔아놓은 관전 포인트였다. 또 테이크다운을 방어하는 지능적인 몸놀림과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가 담긴 저돌적인 스텝 등 다양한 볼거리로 라운드를 수놓았다.
체력적으로 많이 지친 가운데 불굴의 의지로 어깨 공격과 손목을 끌어당기는 두 천재의 경기에 장내를 가득 메운 관중들은 뜨거운 박수를 보내며 이름을 연호했다.
하지만 1라운드부터 꾸준히 복부와 다리를 공격했던 존스의 전략은 4라운드 들어 빛을 보기 시작했다. 코미어의 체력이 눈에 띄게 떨어진 것이다.
이때 존스는 코미어에게 한 번도 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였던 테이크다운을 무려 3차례나 가하며 완전히 승기를 잡았다. 코미어도 막판 존스를 들어 올리며 옥타곤 바닥에 내던지는 괴력을 뿜었지만 이미 존스 쪽으로 기운 추를 끌어오지는 못했다. 그리고 앙숙인 둘 사이를 다시 한 번 드러내듯, 승리의 포효를 한 뒤 안면을 가격하고 상대에게 도발하는 전운을 유지하며 긴 여운까지 안겼다.
5라운드 종료 부저가 울릴 때가 안타까웠던 둘의 대결은 아직도 격투팬들의 가슴 속에서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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