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제라드가 결국 리버풀 팬들에게 우승을 안겨주지 못한 채 팀을 떠나게 됐다. ⓒ 게티이미지코리아
리버풀이 올 시즌 마지막 우승 도전의 기회였던 FA컵에서 준결승의 고비를 넘지 못하고 탈락했다.
브랜든 로저스 감독이 이끄는 리버풀은 19일(한국시간)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14-15 잉글리시 FA컵 아스톤 빌라와의 4강전에서 1-2로 역전패했다.
리버풀의 FA컵 탈락과 함께 팀의 상징이자 영혼이었던 간판스타 스티븐 제라드의 시대도 사실상 종말을 고했다. 제라드는 이날 선발 출전했으나 별다른 활약을 보이지 못하며 팀의 패배를 막지 못했다.
제라드는 1998년 프로 무대에 데뷔해 올 시즌까지 오직 리버풀 한 팀의 유니폼만을 입고 활약해왔던 대표적인 원 클럽맨이었다. 올 시즌이 끝나고 미국 프로축구 LA 갤럭시로 이적이 확정된 제라드는 떠나기 전, FA컵 우승을 통해 마지막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는 의지가 강했지만 끝내 뜻을 이루지 못하게 됐다. 리버풀은 올 시즌 모든 대회에서 무관이 확정됐다.
제라드는 리버풀 팬들에게는 애증의 스타다. 리버풀뿐만 아니라 2000년대 잉글랜드 축구를 대표하는 아이콘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고 '이스탄불의 기적'으로 불리는 2004-05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우승하는 등 화려한 시절을 보냈다. 그러나 200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리버풀과 잉글랜드 축구의 암흑기와 맞물려 시련의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리버풀은 원래 잉글랜드 프로축구 최다 우승팀이었으나 제라드가 뛰는 동안에는 1부 리그에서 단 한 번도 우승하지 못했다. 이 기간 최다 우승 타이틀은 최대 라이벌 맨유에게 넘어갔다.
FA컵 우승도 2005-06시즌이 마지막이었다. 제라드는 리버풀뿐만 아니라 잉글랜드 국가대표팀의 주장도 역임했으나 잉글랜드는 메이저 대회에서 번번이 8강 징크스를 넘지 못했다.
단지 불운했다고 표현하기에는 제라드의 책임도 적지 않았다. 제라드는 이름값이 무색하게 큰 경기에서 종종 어이없는 실수를 저질러 패배의 결정적인 빌미를 제공하기도 했다.
리버풀이 모처럼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우승 문턱까지 갔던 지난 2013-14시즌 36라운드 첼시와의 경기에서는 제라드의 실수가 빌미가 돼 뎀바 바에게 결승골을 허용했고 결국 리버풀은 맨시티에게 역전당해 우승에 실패했다.
제라드는 같은 해 브라질 월드컵에서도 조별리그 우루과이전에서 실점으로 연결된 헤딩 실수를 저질러 잉글랜드의 조별리그 탈락에 기여(?)했다.
최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경기에서는 교체 출전한 지 1분 만에 상대 선수의 발목을 밟는 비신사적인 행위로 레드카드를 받으며 흑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기도 했다.
제라드는 올 시즌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 듯 기량이 급격히 하락세를 드러냈다. 리버풀은 올 시즌 야심차게 도전했던 챔피언스리그와 유로파리그에서 모두 탈락했고 프리미어리그에서도 일찌감치 우승경쟁에서 밀려나며 제라드의 마지막 시즌은 빛을 바랬다.
FA컵 결승전이 열리는 5월 30일은 제라드의 생일이기도 했다. 만일 리버풀이 결승전에 진출해 우승했다면 제라드와 팬들 모두에게 최고의 고별 선물이 됐겠지만, 드라마 같은 해피엔딩은 결국 현실에서는 불가능했다. 리버풀의 한 시대를 풍미한 전설은 그렇게 우승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마지막 시즌을 마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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