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유천도 안부러운 유아인 시대? '기대와 우려'

김명신 기자

입력 2015.10.17 09:19  수정 2015.11.20 11:45

2003년 데뷔 이래 올해 최고 전성기

연이은 흥행세 불구 일부 우려 목소리

유아인은 이번 SBS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에서 이방원 역으로 분하며 또 다른 질주를 예고하고 나섰다.ⓒ 데일리안DB

5년 전만 해도 박유천, 송중기에 밀려 그저 걸죽한 남성미를 풍기는 주인공4에 지나지 않았다. 물론 ‘걸오앓이’라는 수식어를 얻게 됐지만 그들의 인기에는 미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 짧은 시간동안 너무나 많은 것이 변했다. 지금은 자타공인 국내 최고의 연기파 배우로 입지를 다지고 있고 흥행력 역시 여느 톱스타 부럽지 않다. 몸값도 5년 전과 비교 불가다.

비단 올해 유독 주목을 받는 듯 해보이지만 사실 유아인이라는 배우는 정도를 밟으며 연기력과 필모그라피를 다진 스타 중에 하나다. 2003년 드라마 ‘반올림’으로 데뷔해 영화 ‘좋지 아니한가’로 스크린 활동을 시작,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서양골동양과자점앤티크’ 등을 통해 단역부터 조연급까지 차근차근 연기력을 쌓아갔다.

그 과정에서 일부 돌직구 발언 등으로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지만, “연기로 평가해달라”던 유아인은 결국 연기로, 오직 작품으로 악플과의 전쟁에서 이겨냈다. 영화 ‘사도’ ‘베테랑’ 두 작품만으로 ‘2천만 관객 동원’ 대형스타가 되지 않았나.

그를 대표하는 작품으로는 영화 ‘완득이’와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 ‘밀회’ 등이 꼽힐 것이다. 물론 앞서 언급된 작품들보다 더 인상 깊은 작품들도 있다. 취향저격.

유아인은 ‘완득이’에서 가난하고 불우한 가정환경에서 자란 문제아의 모습을 잘 녹아내며 김윤석과의 남다른 케미를 폭발시켰다. 대체불가의 조짐을 보였던 셈이다. 영화 ‘깡철이’에서는 대선배 김해숙과 완벽 호흡을 과시했으며 ‘베테랑’에서는 재벌 3세 조태오 역을 맡아 역대 최고 악역을 그려냈다.

유아인은 이번 SBS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에서 이방원 역으로 분하며 또 다른 질주를 예고하고 나섰다. SBS 육룡이 나르샤 캡처

물론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 역시 나쁜 남자의 스타일이긴 했지만 한 여자만을 바라보는 순애보적 행보는 여심을 사로잡기에 충분했고, 이후 ‘인기 스타’로 자리매김하며 본격적인 ‘유아인 시대’를 예고했다.

대배우 송강호와 호흡을 맞춘 ‘사도’에서는 사도 세자 역을 맡아 영조 역의 송강호 앞에서 울분을 토해내며 절대 뒤지지 않는 연기력을 선보였다. 흥행에서 이미 천만을 넘긴 배우지만 그는 이제 대세배우, 흥행배우에서 대체불가 배우로의 입지를 굳힌 셈이었다.

두 작품을 통해 ‘광기’ 어린 연기력을 폭발시킨 유아인은 이번 SBS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에서 이방원 역으로 분하며 또 다른 질주를 예고하고 나섰다. 이제 방송 4회가 방영됐지만 시청률 1위를 기록하며 안방극장을 들썩이게 하고 있다. 유아인의 또 다른 ‘광기’에 시청자들은 기대감 어린 ‘광분’을 하고 있다.

단 10분의 등장이었다. 물론 예고편이나 홍보 영상을 통해 유아인에 대한 대대적인 홍보가 이뤄졌지만 그의 등장까지 4회를 기다려야 했다. 그러나 기대했던 만큼, 기다렸던 만큼 그의 등장은 강렬했고 압도적인 존재감을 뿜어냈다. 전작 ‘사도’나 '성균관 스캔들' 등 사극 모습과는 또 다른 유아인이었고 그렇게 이방원을 뒤집어 쓴 유아인의 모습에 시청자들은 극찬을 보내고 있다.

파렴치한 악역부터 다시금 새로 그려낸 사도세자, 연기파 배우들이나 선점했던 이방원 역까지. 매 작품의 변신에 따른 겹치지 않는 캐릭터를 뿜어내는 유아인의 연기력에 또 한 번 감탄 어린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유아인은 이번 SBS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에서 이방원 역으로 분하며 또 다른 질주를 예고하고 나섰다.ⓒ 데일리안DB

비단 지금의 유아인이 잘 나가서가 아니라 그의 과거 행보부터 지켜본 이들은 그의 올곧은 신념과 작품 선정의 남다른 기준, 그리고 소신 등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저예산 영화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를 선택했을 당시에도 영화의 규모가 아닌 작품이 주는 메시지, 캐릭터의 매력에 중점을 뒀다고 평가했다. 그로 인해 연기자의 기본 자세와 밑바탕을 배웠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이후 작품들이 모두 흥행에 성공하지는 않았지만 매순간 진지했고 그 진지함을 바라 본 배우들은 하나같이 그의 연기 내공을 높게 평가했다. 지진희는 “유아인은 대성할 배우”라고 예견했고 송강호 역시 “대체불가 배우”라고 엄지손가락을 들어올렸다.

본격적인 티켓 파워를 과시하게 된 영화 ‘완득이’(531만)부터 데뷔 이래 최고의 연기를 피력한 드라마 ‘밀회’, 술 마약 여자에 빠진 재벌 3세를 열연한 ‘베테랑’(1300만), 처음부터 유아인을 염두하고 시나리오를 썼을 정도로 절묘한 캐스팅 ‘사도’까지.

일각에서는 그의 지나친 진지함에 거만하다는 의견도 있고, 너무 빨리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유아인이 자처한 일. 그는 인터뷰 등을 통해 “내가 아니면 이 역은 누구도 못한다”는 마음으로 작품에 임한다는 등 솔직한 발언들이 오해를 낳기도 한다.

하지만 그랬기에, 그런 독기가 있었기에 연기력 논란 한 번 없고 지금의 자리에 까지 오게 되지 않았을지. 캐릭터의 변화와 한계를 느낄 수 없는 배우는 흔치 않다. 더군다나 아직은 젊은 20대 배우 중 손에 꼽힐 만 하다. 12년의 연기 경력이 무색하지 않았고, 오늘의 ‘대체불가’ 타이틀이 만들어지기 까지, 이 모든 것은 유아인이 만들었다. 오직 악바리 근성의 연기에 대한 집념이 유.아.인 이름 석자를 알리게 한 것이다. 그렇기에 조금은 이른감이 있는 전성기를 충분히 누릴 자격이 있다. 그 기쁨이 더 오래오래 가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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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신 기자 (sini@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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