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를리 에브도 "쿠르디가 자라면 성폭력범" 만평 논란
워싱턴포스트“인종차별로 인종차별 풍자할 수 없어”
프랑스 풍자전문 시사주간지 샤를리 에브도가 새로운 만평에서 터키 해안에 주검으로 떠오른 세 살배기 시리아 난민 아일란 쿠르디를 모욕적으로 표현해 논란을 빚고 있다.
13일(현지시각) 샤를리 에브도는 최신 주간지에서 난민으로 볼 수 있는 남성 2명이 여성의 몸을 만지러 달려가는 모습을 게재했다. 이는 독일 쾰른시에서 지난 연말행사 중 벌어진 난민의 여성 집단 성폭력 사태를 풍자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문이 문제가 됐다. 한 쪽에 아일란의 모습을 그려 넣고 옆에 “작은 아일란이 자랐다면 어떻게 됐을까?”, “독일에서 여성들의 엉덩이를 더듬었을 것”이라고 써넣었다.
아일란의 죽음으로 시리아 난민들이 고통받았던 사건을 쾰른 성폭력 사건으로 비약한 것이다. 만평은 트위터 등 SNS를 통해 일파만파 퍼졌고, 대부분 “풍자라는 이름으로 용인하기 어려운 수준의 인종차별”이라며 샤를리 에브도를 비난했다.
영국 인디펜던트지는 “풍자는 중요하고, 지금 매우 필요하지만, 우리의 통찰력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비난했고, 데일리메일은 “샤를리 에브도의 만평에 분노를 표현할 말조차 없다”, “역겨운 만화다”라고 분노한 네티즌의 말들을 인용했다.
샤를리 에브도 측은 난민을 모욕하려는 뜻은 없었으며, 오히려 난민 혐오주의자들을 비난하기 위한 만평이었다고 해명했다. 쿠르디가 자라서 성폭력범이 되는 것이 아니듯이 ‘난민은 성폭력범’이라는 일반화 역시 없어져야 한다는 뜻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해명에도 여론의 시선은 차갑다. 워싱턴 포스트는 샤를리 에브도의 해명에 “그 해명이 진실이라 할지라도, 도를 넘어선 풍자임이 분명하다. 어느 누가 인종차별적인 이미지로 인종차별을 풍자할 수 있는가”라며 지적했다.
아일란의 고모 티마 쿠르디는 트위터를 통해 “인류애는 어디 있는 거냐”며 “내 두 살짜리 조카를 모욕한 것인가? 역겨운 일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를 무시해야 한다”고 분노했다.
앞서 샤를리 에브도는 2015년 9월 아일란 쿠르디의 죽음을 희화화하는 만평을 실어 한차례 여론의 뭇매를 맞은 적이 있다. 당시 '나는 샤를리가 아니다(Je ne suis pas Charlie)' 운동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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