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무비] 600억 대작 '옥자'와 테블릿PC? 잘못된 만남
칸 영화제 경쟁부문 초청작, 세계적 화제 속에 첫 공개
봉준호 첫 사랑이야기, 감동·디테일·CG 수준급 확인
"'옥자'를 아이패드용으로 줄이는 건 끔찍한 낭비다."
논란 속에 국내 개봉을 앞둔 영화 '옥자'가 12일 서울 충무로 대한극장에서 시사회를 언론에 첫 공개됐다. 공개된 영화는 앞서 칸 영화제에서 '가디언지'가 평한 것처럼 "뛰어난 디지털 효과와 아름다운 비주얼을 갖춘" 이 작품을 아이패드로 즐기는 건 매우 불합리해 보였다.
이 영화를 볼 생각이 있다면, 조금의 수고와 조금 더 큰 돈을 지불하더라도 반드시 극장에 찾아갈 것을 권한다.
'옥자'는 비밀을 간직한 채 태어난 거대한 동물 옥자와 강원도 산골에서 함께 자란 소녀 미자(안서현)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제70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진출작으로 현지에서도 가장 핫한 이슈를 몰고 다녔다.
섬세한 연출력과 독창적인 스토리텔링으로 전 세계 관객들을 사로잡아온 봉준호 감독은 이번에도 독특하면서도 사랑스럽고 가슴 찡한 스토리로 '천재 봉테일'의 감각이 살아 있음을 입증했다.
영화는 오프닝부터 근미래적인 배경과 스타일로 몰입도를 끌어올린다. 특히 '라이프 오브 파이'로 아카데미 시각효과상을 받은 에릭 얀 드 보어 감독이 시각효과 총괄 프로듀서로 참여해 놀라운 기술력과 정교하면서도 실감나는 CG를 통해 구현된 옥자는 지금껏 본 적 없는 새로운 캐릭터였다.
거대한 비주얼로 괴력을 과시하면서도 애완동물처럼 귀엽고 깜찍하고 똑똑하기까지 한 옥자는 기대 이상으로 사랑스러웠다. 소녀 미자와 함께 펼치는 아찔한 액션도 영상을 보는 내내 손에 땀을 쥐게 했다.
하이라이트는 옥자를 구축하려는 미자와 동물보호단체 ALF, 그리고 극비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 글로벌 기업 미란도 코퍼레이션의 긴박한 추격전이다. 경험과 노하우가 총동원된 봉준호 감독의 연출력이 빛을 발했다. 또 CG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사실적인 옥자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감탄을 자아냈다.
유전자 변형에 의해 탄생한 동물 옥자는 눈빛과 행동, 울부짖음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쥐고 흔들었다. 이기적인 인간들의 물욕을 표현하는 방식은 옥자의 눈빛과 울부짖음과 극명하게 대비되며 더욱 두드러지는 효과를 가져왔다.
안서현은 봉준호 감독이 발굴한 최고 스타로 발돋움할 것으로 보인다. 21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봉준호 감독의 선택을 받은 안서현은 틸다 스윈튼, 제이크 질렌할, 폴 다노, 스티븐 연 등 세계적인 스타들을 뒷전으로 밀어낼 만큼 가장 강력한 존재감을 발휘한다.
결과적으로 '옥자'는 마땅히 극장에서 즐길 만한 작품이다. 봉준호 감독의 전작에 비해 스케일과 강력한 한 방이 아쉽다는 평도 있지만, 그렇다고 인터넷 전용 영화나 TV 드라마로 생각한다면 큰 착각이다.
영화 '옥자'는 29일 세계 최대 콘텐츠 스트리밍 서비스인 넷플릭스 사이트를 통해 전 세계 190개국에 공개된다. 같은 날 국내 극장 개봉도 예정돼 있지만, CGV·메가박스·롯데시네마 등 빅3 멀티플렉스는 영화 질서를 해친다는 이유로 개봉에 유보적이다. 과연 처음 시도되는 '옥자' 개봉 방식이 어떤 반향을 일으킬지 주목된다.
한편, '옥자'의 주역들은 13일과 14일 이틀간 내한 행사를 개최, 국내 영화 팬들의 '옥자'에 대한 관심을 더욱 끌어올릴 예정이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