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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인터뷰] 정려원 "마이듬은 여성 히어로…자신감 얻었죠"


입력 2017.12.19 08:54 수정 2017.12.25 09:45        부수정 기자

KBS2 '마녀의 법정'서 독종 여검사 연기

"배짱 두둑하고 현실적인 캐릭터 매력"

배우 정려원은 "KBS2 '마녀의 법정'을 통해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키이스트

KBS2 '마녀의 법정'서 독종 여검사 연기
"배짱 두둑하고 현실적인 캐릭터 매력"


"인간 정려원은 남한테 상처 주기 싫어하고, 스스로 상처받기 싫어해요. 그러다 할 말 다
하는 마이듬을 만났죠. 용기와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최근 종영한 KBS2 '마녀의 법정'에서 마이듬은 그간 드라마에서 볼 수 없었던 독종 여검사였다. '지방 국립대 출신 흙수저' 마이듬은 배짱 두둑하고 근성 있는 검사다. 출세에만 관심이 있는 터라 뻔뻔하고 이기적이다.

그는 보수적이고 남성 중심적인 검찰조직에서 살아남기 위해 독종이 됐다. 능력 하나만큼은 뛰어나다. 무엇보다 온실에서 자라 화초처럼 큰 엘리트를 뛰어넘는 근성과 집념이 있다.

마이듬은 정려원(36)을 만나 훨훨 날았다. 단발머리로 이미지 변신을 시도한 그는 첫 방송부터 극을 휘어잡았다. 마이듬의 뻔뻔하고 능청스러운 모습을 설득력 있게 그려냈다.

15일 서울 신사동에서 만난 정려원은 마이듬처럼 통통 튀고 발랄했다. 실제 내성적인 성격이라는 그는 "점점 마이듬처럼 되는 듯하다"고 사랑스럽게 웃었다.

2000년 샤크라 1집 앨범 '한'으로 데뷔한 정려원은 2004년 연기자 전향 후 '안녕, 프란체스카'(2005), '내 이름은 김삼순'(2005), '넌 어느 별에서 왔니'(2006), '두 얼굴의 여친'(2007), '자명고'(2009), '김씨 표류기'(2009), '통증'(2011), '샐러리맨 초한지'(2012), '드라마의 제왕'(2012), '메디컬탑팀'(2013), '풍선껌'(2015) 등 영화와 드라마를 넘나들며 활발하게 활동했다.

KBS2 '마녀의 법정'을 마친 정려원은 "마이듬은 통쾌한 한 방을 날리며 여성 히어로가 됐다"고 전했다.ⓒ키이스트

'마녀의 법정'은 2년 만의 안방 복귀작이다. 정려원은 4부까지 나온 대본을 통으로 외웠다. 대사가 유독 많아서다.

이 드라마는 정려원이 꼭 잡고 싶었던 작품이었다. "공백기 동안 '세상 밖으로 벗어난 것 같다'고 생각했죠. 나 자신과 싸우지 않으면 세상 속으로 영영 들어가지 못할 것 같았고. 그러던 찰나 '마녀의 법정'을 만났어요. 잘 소화하지 못하더라도 잡고 싶었습니다. 제겐 참 고마운 작품이에요. 배우는 시험대에 올려져 선택받는 직업입니다. 계속 기다려야 하고. 마이듬을 통해 자신감과 용기를 얻었죠. 스스로 믿어야 제 연기도 믿게 됩니다."

'마녀의 법정'은 최약체라는 우려를 딛고 동시간대 1위로 종영했다. 배우들에게 시청률은 떼려야 뗄 수 없다. 아무리 시청률이 상관없다고 하지만, 작품이 성공해야 후속작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다.

시청률에 대해 정려원은 꽤 솔직한 의견을 내놨다. "예전엔 내가 좋아하는 작품만 하려고 했는데 어느 순간 보니 내가 좋아하는 작품도 못 하는 상황이 생기더라고요. 일단 결과가 좋아야 한다는 걸 깨달았죠."

그에게 이듬이와 닮았다고 했더니 소녀처럼 해맑게 웃었다. "절 모르는 사람들은 제가 밝다고 생각하는데, 겪어 보면 그렇지 않아요. 제 마음을 다 보여주는 스타일도 아니고, 이듬이처럼 할 말 다 하는 스타일도 아닙니다. 상처가 될까 봐 말을 잘못해요. 근데 이듬이를 통해선 좀 변했어요. 이듬이처럼 자기 생각을 솔직하고, 명쾌하게 표현하는 것도 괜찮은 듯합니다."

'마녀의 법정'을 연출한 김영균 감독은 정려원에게 말투는 이듬이인데 성격이 너무 다르다고 했단다. 깨지기 쉬운 '안구' 같은 성격이란다.

KBS2 '마녀의 법정'을 마친 정려원은 "이번 작품은 스스로 믿게 해준 고마운 드라마"라고 했다.ⓒ키이스트

배우는 "'마녀의 법정'은 나를 믿고 마음껏 놀 수 있었던 작품"이라며 "자신감도 불어넣어 준 드라마"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자기 검열'이 심하다는 정려원은 "스스로 피곤하다"고 토로했다. 여진욱 검사 역을 맡은 윤현민이 정려원에게 "살이 안 찌는 이유를 알겠다"고 했을 정도다. "한 번 쉰 적이 있는데 무기력증으로 번질까 봐 그때부터 규칙적으로 살았어요. 운동하고, 새벽 기도 다녔죠. 스스로 몰아붙였는데 이제는 몰아붙였다가, 또 쉬는 타이밍을 잘 잡는 경지에 이르렀어요. 특히 이번 작품은 마이듬이 너무 좋아서 더 열심히 했습니다."

윤현민은 정려원이 아닌 마이듬은 상상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정려원은 "현민이는 진짜 여진욱 검사"라며 "착하고, 유머 감각도 있고, 배려심도 깊다"고 화답했다.

시즌 2 계획에 대해선 "팀워크가 좋아서 이 멤버 그대로라면 하고 싶다"고 미소 지었다.

정려원은 캐릭터를 위해 5년 만에 단발로 잘랐다. 액세서리도 하지 않았고, 굽이 낮은 단화만 신었다. 단, 검사로서의 존재감을 보여줄 땐 빨간 립스틱을 발라 포인트를 줬다. "이듬이는 발로 뛰는 인물이에요. 단발과 단화가 어울립니다. 메이크업이나 패션에 신경 쓸 시간이 없어요. 캐릭터와 잘 어울리는 패션이나 메이크업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의견을 내는 편입니다."

아동 여성 성범죄를 소재로 한 '마녀의 법정'은 마이듬을 통해 통쾌한 한 방을 날렸다. 특히 여성들의 슈퍼 히어로가 됐다. 배우는 "이듬이는 능력도 있고, 머리 회전력도 빠르고, 추진력도 있는 검사"라며 "그렇다고 이듬이가 이상적이기만 한 건 아니다. 적당히 뻔뻔하고, 또 현실적이다. 이듬이 같은 삶을 살았다면 그럴 수밖에 없다. 이듬이에게 손가락질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고 설명했다.

KBS2 '마녀의 법정'을 마친 정려원은 "마이듬에게 손가락질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고 했다.ⓒ키이스트

민감한 소재를 쓴 터라 용기가 필요했을 법하다. 정려원은 "제작진, 출연진 모두 피해자들이 2차 피해를 받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출연을 꺼리지 않았다"며 "작가님과 감독님이 완급조절을 잘해주셨다. 왜 이런 드라마가 나오지 않았을까 궁금했다. 성범죄에 대해 우리가 잘못 인식하는 부분들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드라마에서 가상이지만 성범죄 전담부의 '원스톱 시스템'(한 명의 검사가 사건이 끝날 때까지 책임지는 방식)이 도입됐으면 하는 바람을 전했다.

정려원이 '내 이름은 김삼순' 속 주차장에서 우는 장면에서 아직도 회자된다. '우는 게 이렇게 예쁜 여자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이번 '마녀의 법정'에서도 눈물 연기는 단연 빛난다.

연기 비결을 물었더니 "대본을 읽고 상황을 생각한다"며 "그렇게 봐주셔서 감사하다. '마녀의 법정'에선 이일화 선배님이 눈물 제조기였다. 선배님 눈만 봐도 자연스럽게 눈물이 나왔다"고 수줍게 웃었다.

정려원은 또 최근 발매된 엄정화의 신곡 '포토그래퍼(Photographer)'에 피처링으로 참여했다. "정화 언니 일이라면 언제든 도와주고 싶었어요. 언니가 정말 멋있지 않나요? 연기와 음악을 계속했으면 합니다(웃음)."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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