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맘에 안들면 '먼지털이'로 적폐 만들어내
적폐 뜻이 '권력 입맛에 맞지 않는 사람' 됐다
<칼럼> 맘에 안들면 '먼지털이'로 적폐 만들어내
적폐 뜻이 '권력 입맛에 맞지 않는 사람' 됐다
정부가 다시 또 한 명의 적폐청산 대상을 찾은 것 같다.
아니, 만들어 냈다고 해야 할까. 경총(한국경영자총협회)의 김영배 전 상근부회장이 그 사람이다.
고용부는 조직적인 회계부정과 비자금 조성등 의혹을 제기하며, 30여 년만에 경총에 대해 두 달 동안 먼지털듯 감사를 벌였다.
그 결과, 지난 14년간 김 전 부회장이 상근부회장으로서 업무추진비로 1억9000만 원 상당의 상품권을 구입했고, 자녀학자금을 다른 직원보다 6000만 원 더 썼다는 비위사실을 확인했다고 한다.
사실상 표적감사를 했으니 아마도 곧 고발하거나 수사의뢰를 할 것으로 보인다.
김 부회장이 오랫동안 경총 부회장으로서 이 정부 뿐만 아니라 전 정부 당시에도 정부나 정치권의 반(反)기업적 조치 등에 대해 경영자의 입장을 대변해 수시로 입바른 소리를 해온 것은 언론이나 웬만한 국민들은 다 안다.
또 한 명 박승춘 전 국가보훈처장이 있다.
국가보훈처가 현 집권세력이 야당이던 전 정부 시절부터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거부 등 눈엣가시였던 박승춘 전 처장에 대해 너댓 가지의 비리 혐의를 어거지로 고발했지만, 무소불위의 현 검찰에서조차 처벌거리가 안 된다고 지난 6월 모조리 무혐의처분했다.
그러자 피우진 현 보훈처장은 지난 8월 다시 '위법·부당 행위 재발방지위원회'를 출범시켜 박 전 처장 비위 건을 재조사하고 있다고 한다. 전형적인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다.
민간인이 된 재향군인회원들에게 길거리 집회도 나가면 안 된다는, 개념없는 피우진 처장의 행태를 볼 때 조만간 또 무슨 억지 고발거리를 만들어낼 것이 분명해 보인다.
적폐(積弊)는 오랫동안 쌓인 폐단을 뜻하는 것이지, 사람을 뜻하는 게 아니다.
그런데 이 정부 들어 적폐청산은 자기들 입맛에 맞지 않는 사람을 조지고 잡아가두는 표적수사의 의미로 변질됐다. 마치 영어에서 온 '가든'이 우리나라에서는 정원(庭園)이 아니라 갈비집 식당의 의미가 된 것처럼…….
글/석동현 전 서울동부지방검찰청 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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