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 만해?] 판소리X복싱 신박한 만남'…'판소리복서'
엄태구·이혜리·김희원 주연
'뎀프시롤:참회록' 정혁기 장편작
영화 '판소리복서' 리뷰
엄태구 이혜리 주연
판소리와 권투(복싱). 안 어울릴 듯한 두 소재가 절묘하게 맞물렸다. 신선하고 귀엽고 재밌다. 영화 '판소리 복서'다.
한때 복싱 챔패언 유망주로 화려하게 주목받았던 전직 프로복서 병구(엄태구)는 한순간의 실수로 복싱협회에서 영구 제명이 된다.
방황하던 그는 박관장(김희원)의 배려로 체육관의 허드렛일을 도맡아 하며 근근이 살아간다. 설상가상으로 뇌세포가 손상되는 펀치드렁크(punchdrunk) 진단도 날아오니, 병구의 앞날은 막막하다.
무기력하게 하루하루를 보내던 병구는 전단지를 들고 체육관을 찾은 민지(이혜리)를 만난다. 복싱에 대한 병구의 순수한 열정을 발견한 민지는 그의 든든한 지원군이 된다. 민지의 힘을 얻은 그는 미완의 꿈이자 자신만의 스타일인 '판소리 복싱'을 완성하기로 결심한다.
'판소리 복서'는 전혀 안 어울릴 듯한 판소리와 권투를 소재로 내세운 따뜻한 코믹 휴먼 드라마다.
영화의 주된 소재인 '판소리 복싱'을 어떻게 구현했을까가 가장 큰 관심이었다. '판소리 복싱'은 우리나라 고유의 장단과 복싱 스텝을 결합한 병구기 필살기. 휘모리 장단에 맞춰 스텝을 밟고 팔을 휘두르는 병구의 모습은 '깨알 웃음'을 자아낸다.
감독의 신선한 연출에 엄태구의 준수한 연기가 더해져 귀여운 판소리 복서가 탄생했다.
영화는 이런 참신한 소재를 통해 좌절했던 한 청춘이 꿈과 사랑을 이뤄가는 과정을 무겁지 않게 그려냈다
병구와 그를 전폭적으로 믿어주는 민지와 로맨스도 물 흐르 듯 극에 어울린다. 전반적으로 연출, 연기, 이야기가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잘 맞물렸다. 결말이 주는 따뜻한 힐링은 덤이다.
그가 강렬한 캐릭터를 선보인 엄태구는 전직 프로복서 병구 역을 맡았다. 엄태구는 영화의 8할을 해낼 만큼 만점 연기를 펼쳤다.
병구는 평소엔 어리숙하고 엉뚱해 보이지만 판소리 복싱을 할 때는 진지하고 열정적인 인물이다. 평소 수줍어 하다 연기만 하면 '확' 변하는 실제 엄태구와 꼭 닮았다.
엄태구는 권투뿐만 아니라 판소리 장단에 맞춘 춤사위까지 완벽에 가깝에 해냈다. 하루에 다섯 시간씩 복싱 기본기 연습을 했고, 판소리 장단에 맞춰 여러 동작을 연습했다.
방황하고 소심해 하는 모습, 판소리 장난에 맞춰 몸사위를 구현해낸 모습을 보노라면 웃음이 키득키득 나온다.
이혜리와 로맨스도 산뜻하다. 수줍음 많은 엄태구가 하는 진짜 연애 같은 느낌이 난다.
사랑스럽고 밝은 이미지의 혜리는 체육관의 신입관원이자 병구의 도전에 지원군이 되어주는 민지 역을 맡았다.
그간 연기력 논란에 휩싸였던 혜리는 이번 작품에선 자신과 꼭 맞는 캐릭터를 입고 비교적 자연스러운 연기를 펼쳤다.
김희원은 언제나 그랬듯 영화에 없어선 안 될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미쟝센 단편영화제에서 주목받았던 '뎀프시롤:참회록'(2014)을 선보였던 정혁기 감독이 장편으로 연출을 맡았다.
정 감독은 "시종일관 유머를 날리면서도, 잊고 지낸 꿈과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며 "못 이룬 목표가 있는 분들에게 영화를 추천해주고 싶다"고 밝혔다.
정 감독은 단편을 장편으로 만들었다. 배우 장구 소리에 맞춰 복싱 스텝을 맞추는 모습을 보고 이야기를 떠올렸다.
그는 "판소리와 복싱, 유기견, 치매, 필름 사진 등을 소재로 더해 잊혀져 가는 부분을 더해 의미를 확장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감독은 또 판소리 '수궁가'를 바탕으로 가사를 직접 썼다.
10월 9일 개봉. 115분. 12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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