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지난 7월 규정 어기고 리그 중단 결정
두산이 한국시리즈 오르며 팬들 곱지 않은 시선
한 해 농사를 마무리 짓는 한국시리즈가 시작됐으나 KBO리그는 그라운드 바깥에서의 잡음으로 홍역을 치르는 중이다.
KBO(한국야구위원회)는 14일, 긴급 이사회 녹취록과 관련한 입장을 냈다. 최근 일부 매체들의 보도에 대한 반박이었다.
먼저 KBO는 지난 7월 긴급 이사회 개최에 대해 “이사회 전날 단장 실행위원회에서 리그 중단을 결정하고 발표하려 했으나, KBO 총재가 중대한 사안이라고 판단해 긴급 이사회를 소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지택 총재는 이사회 초반 발언 이후 찬반의사를 표명을 하지 않았고 표결에도 참여하지 않았으며 최종 표결 전 리그 중단을 찬성한 이사들에게 번복 의사가 없는지를 재차 확인했다”라고 덧붙였다.
앞서 KBO리그는 도쿄올림픽을 코앞에 둔 지난 7월,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리그 중단 결정을 내린 바 있다. 40년이라는 제법 긴 역사에서 예정되지 않은 리그 중단은 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당시에도 시끌벅적했던 이 사안은 최근 스포츠 전문 채널들이 KBO와 10개 구단을 상대로 리그 중단에 따른 손해배상을 요구하면서 다시 불거졌다. 이 과정에서 당시 회의록이 모 매체 보도에 의해 공개됐고 정지택 총재가 표결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닌가란 불편한 시선이 쏠리는 상황이다.
만약 정지택 총재의 발언이 이사회 표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면 이는 심각한 사안이 아닐 수 없다. KBO의 코로나19 대응 매뉴얼에 따르면, 선수단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더라도 대체 선수를 투입해 리그 중단 없이 운영된다는 지침이 있기 때문이다.
야구팬들의 날선 시선은 정 총재와 두산의 관계로 향한다. 정 총재는 KBO 수장 자리를 맡기 전 두산 그룹의 임원으로서 2018년까지 두산 베어스의 구단주 대행을 맡았던 인물이다.
잠시 시계를 7월로 되돌릴 필요가 있다. NC발 술자리 파문의 여파는 NC와 두산 선수들의 확진자 발생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이사회가 소집됐고 리그 중단이 결정됐다.
이때 기준으로 두산은 5할 승률에 못 미치는 7위를 달리고 있었다. 다만 시즌 일정의 절반을 막 넘어선 시기(75경기)였고 포스트시즌 진출 마지노선인 5위와의 승차가 2.5경기 차에 불과해 시즌을 포기할 단계가 아니었다.
결국 KBO의 결정에 따라 리그는 일주일 먼저 휴식기에 들어갔고 이때 치르지 못한 경기는 후반기 더블헤더 등으로 편성돼 144경기를 완주했다. 두산 역시 후반기가 시작되고 전열을 재정비, 급격한 순위 상승을 이끌며 4위로 정규 시즌을 마쳤고 포스트시즌에서의 선전이 거듭되며 한국시리즈까지 오른 상황이다.
수혜를 입은 팀이 있다면 반대로 피해를 받은 팀이 있기 마련이다. 정상적으로 리그를 소화할 수 있었던 팀들 입장에서는 올림픽 휴식기 직전이 순위 상승의 기회였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대 축제인 한국시리즈서 팬들의 곱지 않은 시선이 정지택 총재와 두산에 쏠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