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카타르월드컵 죽음의 조 늪에 빠져
팬들과 원로들, 언론 등 '조별리그 탈락' 우려
모리야스 감독 뜬구름 잡듯 "8강 목표" 발언 반복
일본 축구대표팀 모리야스 하지메(53) 감독의 목표는 여전히 월드컵 8강이다.
일본은 지난 2일(한국시각) 카타르 도하서 막을 내린 ‘2022 FIFA 카타르월드컵’ 조추첨 결과 스페인(피파랭킹 7위), 독일(피파랭킹 13위), 코스타리카-뉴질랜드의 대륙 간 플레이오프(PO) 승자와 E조에 포함됐다.
스페인과 독일이 한 조에 묶인 가운데 포트3에서 일본(피파랭킹 23위)이 뽑힌 순간, 모리야스 감독의 표정은 잠시 굳어졌다. 일본이 E조에 속하게 되면서 포털사이트 야후 실시간 검색어로 ‘죽음의 조’가 급상승했다. 일본 축구팬들은 “월드컵에서 5백을 세워야 할 듯”이라며 강호들과 한 조가 된 것에 낙담했다.
일본 언론들도 “죽음의 조에 빠졌다”며 좌절했다. 미국 ESPN 역시 E조를 카타르월드컵 ‘죽음의 조’로 지목하면서 “일본의 조별리그 통과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했다. 스페인은 2010 남아공월드컵 우승컵을 들어 올린 최정상급 팀이고, 독일은 서독 시절 포함 월드컵 우승을 4차례나 달성한 전통의 강호다. 일본은 스페인-독일과의 역대전적에서 단 한 번도 이긴 적이 없다.
모리야스 감독은 달랐다. 죽음의 조 늪에 빠진 순간에는 표정은 굳었지만, 행사를 마치고 나오면서는 태연한 표정으로 “월드컵에 나오는 팀들은 어느 팀이든 다 강팀”이라며 “상대가 어느 팀이든 우리 목표(월드컵 8강)는 바뀌지 않는다”고 말했다.
축구공은 둥글다. 한국이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 독일을 2-0 완파한 것처럼 일본도 예상을 뒤엎는 결과를 만들어내지 말라는 법은 없다. 하지만 일본의 축구 원로들은 “스페인, 독일과는 분명 레벨 차이가 크다. 분데스리가에서 뛰는 선수가 많다고 해서 독일과 대등한 경기를 할 것이라는 기대는 무리”라며 “최종예선을 돌아보면 비관론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일본은 지난 9월 최종예선이 시작된 후 초반 3경기에서 오만, 사우디아라비아에 패하며 본선 진출 실패 위기에 직면했다. 당시 모리야스 감독 경질론까지 불거졌다. 감독 경질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셌지만, 당장 뾰족한 대안을 찾지 못한 일본축구협회는 모리야스 감독을 믿고 갔다. 이후 일본은 6연승으로 흐름을 뒤집으며 조 1위로 올라서기도 했지만, 최종전에서 베트남과 무승부에 그쳐 팬들로부터 다시 한 번 야유를 들었다.
일본 축구 원로들은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을 통과한 아시아 팀들과 비교해도 일본이 나을 것이 없다고 평가한다. 현재의 일본대표팀은 한국 만큼 공격력을 갖추지도 못했고, 이란의 탄탄한 수비와도 차이가 있다는 지적이다.
최종예선에서 1패만 당한 한국은 손흥민-황희찬 등이 버틴 공격을 앞세워 이란까지 완파하며 잠시나마 조 1위를 탈환했고, 이란은 최종예선 최근 5경기에서 한국전(2실점)을 제외하고 4경기를 무실점으로 마치며 조 1위로 진출했다. 이에 비해 일본은 최종예선 내내 이렇다 할 특징 없는 축구로 고개를 갸웃하게 했다.
벤투 감독도 최종예선 초반, ‘답답한 빌드업’이라는 비판 아래 조기 경질 압박에 직면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후 결과로 보여주면서 신뢰를 회복, 입지가 탄탄해졌다. 모리야스 감독도 결국 결과로 보여줘야 한다. 뜬구름 같은 8강 미션을 말하기보다 다가오는 평가전 등에서 의심 가득한 일본 축구팬들로부터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다. 근거 있는 자신감을 보여줄 때야 비로소 팬들도 인내하며 성원을 보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