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행자 유희열 잇따른 표절 의혹...13년 3개월 만에 폐지
7월 22일 마지막 방송
“인디 음악을 품었던 거의 유일한 지상파 무대였는데 씁쓸하죠.”
KBS2 ‘유희열의 스케치북’의 폐지는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표절논란에 휩싸인 유희열이 프로그램 하차 입장을 밝혔고, 제작진도 이를 받아들이면서 ‘유희열의 스케치북’은 13년 3개월 만에 막을 내리게 됐다.
제작진은 “유희열 씨가 프로그램에서 하차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고 이에 KBS는 하차 의사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섭외와 방청 신청이 완료된 7월22일 방송분까지 정상 방송하고, 이후부터는 방송을 중단할 예정”이라며 “유희열 씨가 밝힌 프로그램 하차 의사는 진심으로 KBS와 제작진, 시청자 여러분께 어떤 선택이 옳은 것인지 심사숙고하여 내린 결심이라고 판단하였으며, 그의 의사를 존중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폐지는 진행자인 유희열의 잇따른 표절 의혹이 발단이 됐다. 마지막까지 유희열은 표절 의혹에 대해 “동의하기 어렵다” “저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하지만 그의 ‘아주 사적인 밤’이 일본 음악가 사카모토 류이치의 곡 ‘아쿠아’를 표절했다는 의혹을 시작으로 다수의 곡들이 표절 시비에 휩싸이고, 시청자 게시판에 하차 요구가 이어지는 상황을 외면하긴 어려웠을 터다.
현재까지 표절 시비에 휘말린 곡만 해도 2013년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자유로 가요제’에서 발표된 ‘플리즈 돈트 고 마이 걸’(Please Don't Go My Girl)(Feat. 김조한), 2002년 발매된 성시경의 곡 ‘해피 버스데이 투 유’(Happy Birthday to You), ‘내가 켜지는 시간’ ‘좋은 사람’ ‘넌 어떠니’ ‘너의 바다에 머무네’ ‘공원에서’ 그리고 윤종신과 함께 쓴 ‘환생’ 등이 있다.
물론 모든 곡들을 표절이라고 단정하긴 어렵지만, 유희열의 무기였던 음악에 균열이 생긴 이상 대중들도 그의 음악 프로그램에 공감하고 신뢰할 순 없는 노릇이다. 이 프로그램은 유희열이 라디오를 통해 보여줬던 음악적 지식과 입담을 TV 프로그램으로 이어온 사례다. 사실상 유희열에 대한 공감의 결여는 이 프로그램의 존재의 이유가 상실하는 것이기도 하다.
다만 아쉬운 점은 이 프로그램이 다루는 음악의 종류가 다양했다는 점이다. 교양 프로그램을 제외하면 가요 프로그램 중에 대중에게 낯선 인디씬의 아티스트들을 직접 만날 수 있는 유일한 지상파 방송이었다. 그만큼 장르를 불문하고 섭외의 폭이 넓다. 이는 ‘유스케’가 13년여간 사랑을 받았던 이유이기도 하다.
한 레이블 관계자는 “프로그램 진행자인 유희열을 둘러싼 표절 논란은 분명히 논쟁이 필요한 사안이고, 음악가들 입장에서도 이번 사건을 계기로 대중음악 표절에 대한 강력한 법적처벌이 도입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면서 “다만 이와 별개로 ‘유스케’와 같은 프로그램이 사라지는 것은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 인디 음악가들을 품는 유일했던 지상파 무대였다. 그렇지 않아도 아이돌 음악으로 획일화 되어 가는 가요계에 ‘유스케’와 같이 다양성을 품는 프로그램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스케’는 앞서 ‘노영심의 작은음악회’(1992~1994) ‘이문세쇼’(1995~1996) ‘이소라의 프로포즈’(1996~2002) ‘윤도현의 러브레터’(2002~2008) ‘이하나의 페퍼민트’(2008~2009) 등으로 내려온 KBS2 심야 음악 프로그램의 정통성을 이은 프로그램이다. 현재까진 후속 프로그램이나, 후임자 등은 결정되지 않았지만 KBS측도 현재 이와 관련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