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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이슈] 걸프 국가들부터 수리남까지…국가 항의에 난감한 넷플릭스 ‘표현의 자유’


입력 2022.09.19 11:06 수정 2022.09.19 09:53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넷플릭스, 따로 공식입장 없어

잘나가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수리남'에 제동이 걸렸다. 남아메리카 국가 수리남이 넷플릭스가 자국을 마약 국가로 그리며 명예훼손을 했다면서 넷플릭스에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14일(한국시간) 수리남의 현지 언론에 따르면, 알버트 람딘 외교·국제사업·국제협력부(BIBIS) 장관은 한국 드라마 수리남을 언급하며 "'수리남'의 내용이 사실이든 거짓이든 부정적인 인식을 만들었다"면서 "더 이상 마약 운송 국가도 아니고, 이미지 개선을 위해 노력해왔는데 드라마 때문에 그간 노력이 수포가 될 위기에 처했다"라고 주장했다.


수리남 정부는 한국 정부에도 항의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윤종빈 감독은 최근 진행된 인터뷰에서 노코멘트를 하며 넷플릭스에 입장을 문의해달라고 전했다. 넷플릭스 측은 현재까지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수리남 정부의 문제 제기는 오래전부터 이어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수리남'의 영문 제목명 '나르코스 세인츠'가 수리남 정부의 우려를 반영한 것이라는 결정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우리나라 정부는 수리남 정부의 공식 항의는 아직 없다면서도 사태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넷플릭스가 국가로부터 문화적 차이로 표현의 자유를 항의 받은 일은 이번에 처음은 아니다. 지난 6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걸프 지역 국가들이 넷플릭스에게 "걸프협력회의의 미디어 규정을 위반한 동성애 장면이 포함된 콘텐츠를 내려달라"라고 요구했다. 이슬람 국가에서는 동성애를 범죄로 여기고 있다.


GCC는 걸프 지역 6개 아랍 산유국의 협력 기구로,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카타르, 오만, 바레인으로 구성돼 있다. 만약 넷플릭스가 이러한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필요한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넷플릭스는 이 요구에 대해서도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


앞서 2020년에는 2016년부터 방영돼 시즌 4까지 나온 오리지널 드라마 '더 크라운'으로 인해 영국 왕실에게도 항의를 받았다. '더 크라운'은 영국 왕실 내 권력을 둘러싼 암투, 사랑과 음모, 뒷이야기 등을 다룬 시리즈물이로, 시즌 4에서 1997년 8월 파파라치에게 쫓기다가 교통사고로 숨진 고(故) 다이애나 왕세자빈과 찰스 왕세자의 결혼 생활이 위태롭게 그려졌다. 이에 영국 왕실과 정부가 예민하게 반응한 것이다.


당시 엘리자베스 여왕 언론담당 비서를 지낸 디키 아르비터는 "찰스 왕세자와 다이애나비를 깎아내리고 있다"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올리버 다우든 영국 문화장관도 "당시를 살지 않은 젊은 세대가 사실과 허구를 혼동할 수 있다. 앞부분에 분명히 밝혀야 한다"라고 넷플릭스에게 '더 크라운'이 허구의 이야기라고 고지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넷플릭스는 허구와 관련된 고지를 할 계획도, 필요도 없다면서 영국 정부의 요청을 거절한 바 있다.


국가의 항의를 받아들인 사례가 없는 건 아니다. 미국 코미디언 하산 미나즈가 2019년 넷플릭스 코미디쇼 '애국법'에서 카슈끄지 피살 사건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사우디 왕실과 정권을 풍자했다. 하지만 이 에피소드는 사우디 내에서 삭제돼 방송됐다.


카슈끄지는 사우디 왕실에 비판적인 칼럼을 기고해 온 사우디 언론인으로, 2018년 10월 터키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총영사관을 찾았다가 살해당했다. 이 사건에 사우디 왕실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당시 넷플릭스는 사우디의 압박에 굴복했다며 비판을 들은 바 있지만, 사우디 관계 부처의 정당한 요청에 의한 것으로 현지법에 따른 조치라고 입장을 밝혔었다.


넷플릭스는 표현의 자유와 문화 사이에서 합의점이 필요한 상황이다.


넷플릭스는 이야기에 맞는 표현의 수위를 자유롭게 허락하는 플랫폼이다. 190여 국가에서 2억 명의 안방극장으로 송출되는 거대 플랫폼으로 모든 국가의 요청을 일일이 수용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더군다나 넷플릭스는 국가 기관도 아닌 민간인 업체다. 그러나 각자의 문화나 이미지 훼손을 우려하는 국가들의 항의가 계속 이어지며 부정적인 영향으로 다가오는 것 역시 외면할 수 없다.


표현의 자유가 당연히 우선시되는 기본권은 아니기에 권리와 명예를 훼손하는 일은 지양되어야 한다. 그러나 극적인 설정이 무조건적으로 진실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명예훼손이 쉽게 성립되면 표현의 자유는 위축된다. 시청자와 제작자 모두 인격권과 표현의 자유를 조금 더 신중하게 바라보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걸 상기시키는 사례다. 표현의 자유와 왕관의 무게 쓴 책임감 사이에서 넷플릭스가 수리남 정부의 요구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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