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성향 노동자당 이끄는 룰라, 1차 투표 당선 확정 노렸지만 무산
'열대의 트럼프'로 불린 보우소나루, 각종 失政에도 40%대 중반 득표
전‧현직 대통령간 맞대결이자 진보와 보수간 극단적 이념 대결로 관심을 모은 브라질 대통령 선거가 1차 투표에서 결론을 내지 못했다.
3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2일(현지시간) 치러진 브라질 대통령 1차 선거에서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시우바(76) 전 대통령이 접전 끝에 자이르 보우소나루(67) 대통령을 누르고 1위를 차지했다.
룰라 전 대통령은 98% 개표를 완료한 가운데 48.0%의 득표율로 경쟁자인 보우소나루 대통령(43.6%)을 4.4%p 차로 앞섰다.
다만, 유효 투표수의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을 경우 1‧2위 후보간 결선을 벌이는 규정에 따라 룰라 전 대통령은 당선을 확정짓지는 못했다. 오는 30일 결선에서 보우소나루 대통령과 또 다시 승부를 벌이게 됐다.
이번 대선에 출마한 총 11명의 후보 중 룰라와 보우소나루를 제외한 9명 후보 득표율은 모두 합쳐 8%대에 머물렀다.
이번 브라질 대선은 좌파와 우파로 극단적으로 나뉜 정치세력간 맞대결로 관심을 모았다. 룰라는 구두닦이 출신에서 노동운동을 통해 정치적으로 성장해 2002년과 2006년 대통령에 당선됐던 진보의 상징이다.
룰라는 집권 기간 동안 저소득층 가구에 매달 34달러를 지원하는 등 공공지출을 늘리는 정책으로 큰 인기를 얻었다. 저소득층 지원과 경제호황이 맞물리며 2010년 두 차례의 대통령 임기를 마치고 퇴임할 때 지지율이 무려 87%에 달했다.
이를 바탕으로 정권 연장에도 성공했다. 룰라의 후임으로 그의 비서실장 출신인 여성 지우마 호세프가 당선된 것이다.
하지만 호세프 대통령 취임 후 브라질 경제는 내리막길을 걸었고, 집권 노동자당의 부패스캔들이 폭로되면서 브라질 진보 진영은 급격히 쇠퇴했다. 호세프는 부패스캔들, 경제악화 및 실업대란 등으로 지지도가 9% 수준으로까지 하락한 끝에 2016년 8월 31일 의회에서 탄핵 당했다.
룰라는 2018년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노동자당의 재기를 노렸지만, 브라질 수사당국으로부터 자금세탁 등의 혐의로 기소된 끝에 법원으로부터 12년형을 선고받고 수감되며 출마는 무산됐다.
이 사건은 2019년 7월 수사 당국자들이 룰라의 출마를 막기 위해 사건을 조작했다는 내용의 텔레그램 대화가 유출되며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룰라는 그해 11월 8일 580일 만에 석방됐다.
룰라가 수감된 사이 대선에 출마해 정권을 잡은 이가 바로 보우소나루 대통령이다. 룰라보다 지지율이 낮았음에도 불구, 룰라의 출마자격 박탈로 인해 당선된 그는 집권 내내 극우 성향을 보이며 ‘열대지방 트럼프’로 불리기까지 했다.
보우소나루는 당선 직후 분열된 나라를 치유하겠다고 다짐했음에도 불구, 인구의 절반 이상이 유색인종인 나라에서 백인들로만 내각을 구성했다. 또, ‘경제회복’을 내세워 ‘작은 정부’, ‘기업 조세감면’ 등 전형적인 보수 성향 정책을 추진했다. 하지만 경기악화와 코로나19 대응 실패 등으로 인기가 추락했다.
정 반대의 성향을 가진 두 후보의 대결은 당초 진보 진영을 이끄는 룰라의 승리가 확실시되는 듯 보였다. 룰라는 그동안 각종 여론조사에서 경쟁자인 보우소나루와 두자리수 이상 지지율 격차를 보이며 시종 1위를 기록했고, 선거일을 1주일여 앞두고는 일부 여론조사에서 50%를 넘나드는 지지율을 보여, 과반 득표로 1차 투표에서 당선을 확정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낳기도 했다.
하지만 막상 투표함을 열어 보니 선거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30%대 초반에 그쳤던 보우소나루는 이번 선거에서 40% 중반대의 득표율을 기록해, 보수 성향 유권자에 상당수의 ‘숨은 표심’이 있었음을 보여줬다.
그동안 선거 과정에서 극단적 이념 대립 양상을 보였던 만큼 룰라와 보우소나루의 기존 지지층은 30일 결선투표에서도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결선투표에 진출하지 못한 나머지 9명 후보 지지층이 어느 쪽을 택하느냐가 브라질 대선을 최종 결정지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