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반도체장비 교역, 일본·미국·네덜란드 '흑자' 중국·대만·한국' 적자'
올 상반기 중국 반도체장비 수입 감소, “미국의 대중국 수출규제 영향”
미·중의 반도체 전쟁 속 한국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연구개발(R&D)에 나설 뿐 아니라 칩(Chip)4 동맹에도 주도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3일 ‘최근 반도체장비 교역 동향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반도체 설비투자 증가로 지난해 세계 반도체 장비 교역액은 전년 대비 2.4% 성장한 1012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역대 최고 기록이다.
반도체장비 1~3위 수출국은 일본, 미국, 네덜란드이며, 1~3위 수입국은 중국, 대만, 한국으로 반도체장비 시장은 수요국과 공급국이 지리적으로 분리돼 있다.
수입국인 한국과 대만은 미국·일본·네덜란드산 수입의존도가 70%를 넘으며, 중국도 50%를 상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글로벌 반도체장비 시장은 세계 5대 반도체장비업체가 79.5%를 점유하고 있을 정도로 기술장벽이 높고 독과점 구조의 특성을 띠고 있다.
이들 반도체장비업체로는 미국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 램 리서치, KLA 3곳과 일본 도쿄 일렉트론, 네덜란드 ASML이다.
한국의 반도체장비 수입은 반도체산업이 성장하면서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 역대 최대 규모인 249억 6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앞으로 반도체산업 업황에 따라 더 늘어날 전망이다.
다만 한국은 반도체장비 자립화율이 20% 수준에 머물고 있다. 반도체장비 수입의 77.5%를 미국·일본·네덜란드 3국에 의존하고 있어 외교적·지정학적 리스크 등에 취약하다.
반도체장비 시장의 높은 기술장벽, 독과점 구조 등으로 반도체장비의 국산화 및 수입국 다변화를 짧은 시일 내 이뤄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미국의 첨단 반도체장비 대중국 수출규제의 영향으로 올해 상반기 중국의 반도체장비 수입증가율이 감소로 전환된 것이 잘 나타내준다.
지난 5년간(2017~2021년) 중국의 반도체장비 수입은 연평균 29.6% 증가해 2021년에는 역대 최대인 386억 달러를 기록하였으나, 올해 상반기 마이너스 1.6%의 감소율을 기록하며 하락 전환했다.
이를 위해서는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연구개발(R&D)을 활성화해 산업 기반을 강화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무역협회 강상지 연구원은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장비 수출 규제로 인하여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차질을 빚으면서 우리로서는 일종의 반사이익을 얻을 기회가 생겼다”면서 “이 기간동안 우리는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연구개발(R&D)을 활성화해 중국과의 격차를 더욱 넓히면서 국내 반도체산업 기반을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반도체 장비의 안정적 수급을 위해 칩(Chip)4 동맹에 참여 의사를 확실히 밝히고 이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