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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형기 사건이 놀라운 이유


입력 2023.01.21 06:06 수정 2023.01.21 06:06        데스크 (desk@dailian.co.kr)

ⓒ 데일리안 DB ⓒ 데일리안 DB

최근 조형기가 다시 화제가 됐다. MBC ‘라디오스타’에서 과거 자료화면의 조형기를 모자이크 처리해서 내보냈기 때문이다. 유명 연예인이 모자이크 처리된 것은 매우 이례적인 광경이어서 크게 화제가 됐다.


이것은 조형기가 출연정지 상태라는 뜻이다. MBC는 조형기를 얼굴을 노출시키면 안 되는 '심의 의견 연예인'으로 분류, 기본적으로 내보내지 않는 걸 원칙으로 하고 있다. 어쩔 수 없이 자료화면을 내보낼 경우엔 이번처럼 모자이크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각 방송사는 전과자나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은 연예인을, 자체 심의를 통해 모자이크 처리할 수 있다. 조형기는 이번에 지상파에서 처음으로 모자이크로 가려진 채 방송에 등장했다. 이 일이 크게 주목 받으면서 조형기의 과거 행적이 다시금 회자됐다.


ⓒ MBC 화면캡처 ⓒ MBC 화면캡처

그는 1991년 8월 경기도 정선군에서 음주운전으로 여성을 치어 숨지게 한 혐의를 받았다. 심지어 숲 속에 시신유기까지 했다고 한다. 그리고는 차량 안에서 잠들었다가 출동한 경찰에게 체포됐다.


1992년 항소심 재판에서 징역 5년형을 선고받고 복역중 1993년 3월에 가석방으로 풀려났다. 매우 놀랍게도 바로 그 달에, 즉 93년 3월에 드라마로 복귀했다. 음주운전으로 사람을 죽게 하고 시신유기까지 했는데 조기에 풀려난 점도 놀랍지만, 방송사가 기다렸다는 듯이 즉각 캐스팅했다는 점은 더욱 놀랍다. 피해자가 생명을 잃었는데, 그 정도의 사건을 방송사는 얼마나 가볍게 여긴 것일까?


조형기는 그 후 승승장구했다. 드라마뿐 아니라 예능계까지 주름잡았다. 케이블 채널, 종편 등 다채널 시대에 접어든 이후 그는 거의 국민예능인 수준으로 큰 활약을 이어갔다.


그런데 인터넷에서 흉흉한 이야기들이 돌기 시작했다. 과거 음주사고 시신유기 사건이 불거진 것이다. 조형기 관련 뉴스나 그가 출연한 프로그램 관련 기사가 뜨면 으레 그 사건 관련 내용이 댓글로 달렸다. 대단히 많은 누리꾼들이 조형기를 그 사건 관련 특정 단어로 지칭하는 바람에 그 단어가 조형기의 별칭처럼 통용되기도 했다.


그 정도로 인터넷 소문이 퍼지는 데도 조형기는 계속해서 예능에 등장했다. 그러다보니 당연히 그 인터넷 소문이 헛소문일 거라고 여겨졌다. 그게 사실인데도 방송사가 그를 국민을 웃기는 역할로 내보낼 거라고 생각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론이 극도로 악화되면서 조형기는 소리 소문 없이 방송에서 사라졌다. 결국 그 소문은 사실이었던 것이다. 이번 지상파 모자이크로 그 소문이 사실이라는 점이 다시 확인됐다.


정말 놀라운 일이다. 앞에 언급한 것처럼 사람이 죽었는데 곧바로 복귀한 것도 놀랍고, 2010년대에 인터넷상에 소문이 퍼지는 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장기간 출연시킨 방송사의 태도도 놀랍다.


결국 인터넷에 들끓는 대중의 목소리에 방송사들이 마지못해 물러선 형국이다.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이 커진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어쨌든 만약 인터넷이라는 언로가 없었다면 방송사의 태도는 아직까지도 변함없었을 수 있다.


얼마 전 돈스파이크가 마약류 전과자라는 사실이 알려져 충격을 준 바 있다. 마약 전과자가 그 사실을 알리지 않은 채 예능에서 활약했다는 것이다. 그때 방송사의 출연자 검증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었는데 조형기 사건도 그 문제를 떠올리게 한다. 방송사가 보다 책임의식을 가져야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을 것이다.


ⓒ

글/하재근 문화평론가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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