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의 긴 하루는 무승부로 끝났다.
롯데는 25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펼쳐진 ‘2024 신한 SOL 뱅크 KBO리그’ KIA 타이거즈전에서 1-14로 끌려가다 15-14로 뒤집었지만, 종반 1실점한 뒤 12회 연장을 치른 끝에 15-15 무승부 결과를 낳았다.
KBO리그 최다 득점차 역전승 신기록을 세울 뻔했던 롯데는 아쉬운 무승부를 뒤로하고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롯데는 19안타를 퍼붓고, 17안타를 얻어맞으면서 KBO리그 올 시즌 최장시간(5시간20분)을 기록했다.
‘에이스’ 제임스 네일을 선발로 세우고도 어이없는 내용과 결과를 받아든 KIA도 충격이 컸지만, 롯데 입장에서는 경기 내외적으로 잊지 못할 긴 하루였다.
선발 나균안 등판부터 꼬였다. 등판을 앞두고 새벽까지 술자리에 참석했다는 목격담과 사진이 야구 커뮤니티를 달궜다. 음주 여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선발 등판을 앞둔 선수가 밤늦게까지 술자리에 있었다는 것에 팬들은 분개했다.
논란 속에 등판한 나균안은 내용도 결과도 좋지 않았다. 83개의 공을 던지면서 2이닝도 채우지 못했다(1.2이닝 7피안타 6볼넷 2탈삼진 8실점).
정교한 제구와 포크볼을 앞세워 지난 시즌 롯데 선발의 한 축이 됐고,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 특례까지 받았던 나균안의 모습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좋지 않았다. 대량 실점 후 교체되는 나균안을 향해 일부 홈팬들은 야유를 보냈다. 김태형 감독의 표정도 어두웠다.
나균안의 대량실점으로 어렵게 출발한 롯데는 KIA에 1-14로 끌려갔다. KIA 에이스 제임스 네일의 존재를 떠올릴 때, 패색이 짙은 상황이었다. 그러나 롯데는 거짓말 같은 반격에 성공했다.
고승민 만루홈런 등으로 7-14로 추격을 시작한 롯데는 5회말 이정훈-정훈 안타 등으로 9-14를 만들었다. 네일(5이닝 9실점)을 끌어내린 롯데 타선은 6회말 정훈이 바뀐 투수 김도현을 상대로 3점 홈런을 터뜨리며 12-14까지 따라붙었다.
2점 차로 좁힌 롯데는 7회에도 공세의 수위를 높였다. 1사 2,3루 찬스에서 만루홈런의 주인공 고승민이 KIA 곽도규의 초구를 공략해 2타점 동점 적시타를 뽑았다. 13점 차 뒤졌던 롯데가 극적인 동점을 이루자 사직야구장을 찾은 2만에 가까운 관중들 사이에서는 환호와 탄식이 교차했다.
계속되는 찬스에서 롯데는 이정훈 희생플라이로 기어이 15-14 역전에 성공했다. KBO리그 최다 점수차 역전승 신기록을 눈앞에 뒀던 롯데는 8회초 2사 2루 위기에서 홍종표에게 적시타를 맞고 15-15 동점을 허용했다.
연장에 돌입한 롯데는 10회말 1사 만루 기회를 살리지 못한 채 연장 12회 15-15 무승부에 만족해야했다. 13점 차를 뒤집었지만 끝내 승리는 차지하지 못했다.
롯데의 긴 하루는 무승부로 끝났지만, 나균안 논란 여파 등으로 당분간 어수선한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 선발 로테이션 조정도 필요할 수 있다. 또 이날 나균안이 조기에 붕괴되면서 롯데는 주초 첫 경기부터 많은 불펜 투수들을 소모했다. 긴 하루의 여파가 반등이 시급한 롯데에 어떻게 작용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