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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DA 김나라 도핑검사관 “땀의 가치 지키는 도핑 검사로 클린 입증”[스포츠잡스⑭-도핑검사관]


입력 2024.07.19 11:46 수정 2024.07.19 11:48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김나라 도핑검사관 겸 선수위원. ⓒ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도핑(doping), 경기 성적을 조작하기 위해 고의로 금지약물을 복용하거나 주사해 일시적으로 경기능력을 높이는 불공정 행위를 의미한다. 스포츠정신에 위배되는 것은 물론 선수 자신의 건강도 위협한다. 이런 도핑을 막지 못한다면 승부의 세계에서 땀의 가치는 훼손되고 결과는 왜곡된다.


따라서 도핑은 스포츠의 생명력을 지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다.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보니 그만큼 엄격할 수밖에 없다. 업무의 특성을 파악하고 도핑검사관을 떠올리면 다소 어둡고 부정적인 편견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


제대로 알고 보면 다르다. 철저한 검사로 땀의 가치와 공정성을 지키고, 신속-정확하면서도 친절한 도핑 검사관은 많다. 대표적인 인물이 기계체조 선수로서 최연소 국가대표로 선발된 이력이 있는 선수 출신의 김나라(50) 도핑검사관 겸 선수위원이다.


이달 초 올림픽파크텔 내 위치한 KADA(한국도핑방지위원회) 사무실에서 직접 만나본 김나라 위원은 밝고 유쾌했다. 도핑검사관에 대한 편견은 김나라 위원의 호탕한 웃음 앞에서 깨졌다. 유창한 영어 실력과 정확한 데이터 활용 능력, 그리고 풍부한 경험을 자랑하는 한국의 1세대 도핑검사관으로도 유명한 김나라 위원은 선수들을 상대로 엄격한 틀 안에서 도핑 검사를 하면서도 선수들이 가진 도핑 검사에 대한 부정적 인식 자체를 바꿔주는 역할도 한다. 선수들이 흘린 땀의 가치를 더욱 빛나게 해주겠다는 김나라 위원 의지에서 해당 직업에 대한 선입견은 완전히 깨졌다. 김나라 위원은 “도핑 검사관은 적발의 의미보다 클린을 입증해 스포츠의 가치를 지키는 것에 무게를 둔 사람들”이라고 말한다.


선수출신이라 선수들의 고충을 헤아릴 수 있는 공감 능력과 통찰력도 있다. 그에 맞게 온화하면서도 냉철하고 신속하게 일을 처리한다. 선수들이 김나라 위원이 속한 도핑검사팀을 향해 "최고의 도핑검사팀이었다"라고 평가한 이유가 있었다.


김나라 위원은 도핑검사관으로서 이 자리까지 오는 과정을 말할 때, KADA를 빼놓지 않는다. KADA가 김나라 위원을 비롯한 검사관들을 상대로 지속적인 테스트를 실시해 긴장을 유지하게 하고, 발전을 위해 더 공부하고 연구하게 만든다고 한다. 그런 과정이 없었다면 김나라 위원도 이 자리까지 오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파리올림픽 조직위원회가 모셔가는 김나라 위원을 통해 도핑검사관의 세계를 들여다봤다.




김나라 도핑검사관 겸 선수위원. ⓒ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 KADA가 최근 한국 체육의 중심부라 할 수 있는 올림픽공원 내(올림픽파크텔)로 이전했다. 일반인들에게는 WADA(세계도핑방지기구)에 비해 KADA가 상대적으로 귀에 익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KADA에 대해 소개해달라.


: 아무래도 WADA가 먼저 세워진 국제기구라 잘 알려져 있다. 이후 국가별로 많이 설립됐다. KADA는 우리나라 유일의 스포츠 도핑방지 전담 국가 기구이자 아시아 지역 이사국이다. 2006년 11월 주무관청인 문화체육관광부 재단법인으로 설립됐고, 2007년 6월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을 통해 특수 법인으로 전환됐다. 현재는 WADA 아시아지역 이사국으로 선임되어 세계도핑방지규약, 국제표준 등 규정을 성실히 이행하는 선진 국가도핑방지기구로 세계도핑방지활동에 이바지하고 있다.


매년 검사관들의 실력을 키우고 건강한 긴장을 주기 위해 테스트도 실시하고 교육도 한다. 중간에 실수를 범하면 도핑 검사부에서 정도를 고려해 과실 조치를 내리기도 한다. 이런 교육과 관리를 통해 검사관들의 역량을 강화시키고 지속적으로 발전시킨다. 그래서 경험이 풍부한 저와 같은 검사관들을 비롯해 우리나라 도핑 검사관들의 활약이 다른 나라보다 더 빛나고 있지 않나라는 생각도 한다. 이외에도 KADA는 약물로부터 선수를 보호하고 공정한 스포츠 환경을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도핑관리, 교육홍보, 조사, 국제협력 등의 도핑방지활동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인터뷰 마치고 저도 또 교육하러 가야한다.



- KADA의 도핑 검사 기술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 기술 수준은 선진국으로 분류할 수 있다. 기술 수준을 평가할 때, 그 분석기관이 보유한 기기나 시험실 규모를 많이 살펴본다. 열악한 개발도상국 같은 경우, 도핑 검사 후 다른 나라로 그 검사 분석을 의뢰해야한다. 우리는 국내에 WADA 인증 시험실을 보유하고 있어 신속하게 처리 가능하다. 시스템도 단계별로 구축되어 있다 보니 ‘WADA가 KADA를 신뢰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파리올림픽 조직위원회에서 무려 13명의 KADA 전문인력 파견을 요청한 것만 봐도 우리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최근 참여했던 국제대회가 강원도 유스올림픽이다. 그때 우리 검사관들이 정말 호평을 받았다. IOC(국제올림픽위원회)에서도 아주 친절하고 훌륭하게 실수 없이 했다고 평가했다. 검사 과정 속에서 계속 그런 칭찬을 들었다.




-‘운동에는 지름길이 없다’는 KADA의 카피가 인상적이다. 최연소 국가대표(기계체조) 출신이라 정정당당한 승부가 얼마나 고귀하고 지켜야 할 가치인지 잘 아실 것 같다. 그런 점에서 도핑검사관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된다. 도핑검사관이 스포츠 세계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쉽게 설명해달라.


: 도핑검사관은 국내 및 국제 도핑방지기구로부터 적절한 교육 및 인증을 받고 권한을 위임받아 선수들의 시료채취 활동을 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도핑검사관은 시료채취 절차의 무결성을 추구하고 선수들이 도핑으로부터 불이익을 받지 않고, 공정하고 깨끗한 스포츠 환경에서 경쟁할 권리를 보호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지금의 승부가 공정한 상황에서 펼쳐졌다는 것을 입증하는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사실 도핑 검사 절차가 선수들에게는 경기 후 따로 시간을 내 해야 하는 것이라 귀찮고 힘들 수도 있다. 또 엄격하고 까다로운 절차 때문에 ‘나를 범죄자 취급하는 것인가’라며 불쾌한 반응을 보이는 선수들도 있다. 저도 선수 출신이라 잘 알고 있다. 그렇다 보니 선수들의 마음을 더 잘 꿰뚫고 들여다보고 말할 수 있다. 그래서 (도핑에 검사에 대한)긍정적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검사의 필요성을 쉽게 설명해준다. ‘이 검사를 통해 본인이 클린하다는 것을 증명하면 더 떳떳한 국제적 선수가 되지 않겠나’ 또는 ‘운동하며 흘린 피땀이 일부 선수들의 약물로 덮여서는 안 되는 것 아니겠나’와 같은 조언을 하면서 선수들의 인식과 마인드를 바꿔주기도 한다.

검사관들과 선수들은 실과 바늘 관계라고도 볼 수 있다. 경기가 끝나고 불이 꺼진 뒤 그때부터 우리의 일이 시작된다. 양지보다는 음지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우리가 우승자만 검사를 하는 것은 아니다. 패배한 선수들도 검사를 실시하는데 그럴 때 격려를 해주기도 한다. 앞으로도 건강하고 건전하게 운동하면 공정한 무대에서 너의 실력을 뽐낼 수 있다는 말로 위로와 격려를 해주곤 한다.





김나라 도핑검사관 겸 선수위원.ⓒ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김나라 도핑검사관 겸 선수위원. ⓒ 한국도핑방지위원회(KADA)



-도핑검사관으로서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등 메이저 국제대회에서 많은 커리어를 쌓았고 책도 출간했다. 2019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표창장(우수 도핑검사관), 2022년 한국도핑방지위원회 표창장(우수 도핑방지교육강사) 등 수상 내역도 화려하다. 국내에서 도핑검사관 하면 김나라 선수위원을 먼저 떠올리는 분들이 많은 이유다. 기계체조 국가대표 출신으로서 어떻게 도핑 영역으로 발을 내딛게 됐나. 가장 보람됐던 순간은 언제였나.


: 도핑을 처음 접하게 된 것은 2006년 스위스에서 스포츠행정 석사 과정(IOC 주관)을 밟고 있었을 때다. 당시 WADA에서 도핑 특강을 했는데 그것을 들으면서 자연스럽게 도핑 검사를 접하게 됐다.


저도 사실 어렸을 때부터 국가대표 선수를 지냈고, 약물에 많이 노출되어 있었다. 우리 같은 체조 선수들은 살을 빼야하기 때문에 이뇨제 같은 것에 많이 노출되어 있었다. 경험을 통해 부작용에 대해서도 알게 됐다. 은퇴 후 그런 경험을 바탕에 두고 WADA 특강을 들으며 이론적으로 접근하게 됐는데 정말 관심이 커졌다.


도핑에 관한 인식 변화를 일으킨 훌륭한 특강에 감명을 받고 스위스에서 석사과정을 마친 뒤 한국으로 돌아왔다. 앞서 말했듯, 2006년 11월에 우리나라에도 도핑방지위원회가 설립됐는데 저는 이듬해 바로 지원해 1기 도핑 검사관이 됐다. 도핑검사관을 통해 여러 스포츠종목에 선후배들을 만나며 스포츠 가치와 도핑방지를 널리 알리는 순간이 나에게는 가장 보람된 순간이다. 또 선수들이 검사를 받은 뒤 검사관을 평가하는 ‘의견란’이 있는데 “지금까지 검사받아본 팀 중 가장 훌륭하다”라는 반응이 적혀 있는 것을 보면 ‘정말 도핑 검사관 되기를 잘 했다’, ‘잘하고 있구나. 더 잘해야겠다’라는 생각을 한다.




-축하드린다. 파리올림픽조직위원회 선택을 받아 파리로 향한다고 들었다. 경위와 의미를 말해달라.


: 2018 평창동계올림픽, 2020 도쿄올림픽,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까지 도핑검사관 및 선수위원으로 활동을 하다 보니 커리어를 인정받아 2024 파리올림픽 국제도핑검사관으로 선택을 받는 행운이 깃들었다. 선발 과정은 KADA를 통해 신청하고, 각 대회 조직위에서 엄격하게 서류 및 인터뷰를 통해 선발한다. 이렇게 큰 메이저대회에 대한민국 도핑검사관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어 감사하다.


올림픽과 같이 주요국제경기대회에서 높은 수준의 도핑검사 프로그램을 시행하기 위해 대회 조직위원회는 세계의 도핑방지기구와 협력해 전문역량을 갖춘 국제도핑검사관들을 선발하는 경우가 있다. 파리올림픽 경우에도 대회 조직위원회의 모집 공고에 따라 KADA를 통해 국제도핑검사관에 지원했고, 조직위원회와 IOC의 위임을 받아 올림픽 도핑관리프로그램을 총괄하는 국제검사기구(ITA)가 검사관의 활동경력, 시료채취 전문역량, 영어사용능력 등 선발요건에 따라 최종 국제도핑검사관을 선발했다.


200여명을 선발하는데 그 중 우리나라 도핑 검사관들이 11명이나 선발됐다. 꽤 큰 비중이다. 과연 우리 검사관들만 잘해서 됐을까. 개인적 역량도 분명히 있지만, KADA 검사부에서 지속적으로 우리의 역량을 강화시킨 것이 정말 큰 역할을 했다. 더 많은 테스트를 할까 벌써부터 걱정된다(웃음).


KADA에서 인증 검사관을 대상으로 국제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다양한 교육을 제공하고 있고, 2021년부터는 인증 검사관을 대상으로 ITA가 운영하는 국제도핑검사관 인증 프로그램 이수를 지원해 현재 32명의 KADA 검사관이 ITA 국제도핑검사관 인증을 취득했다. 이러한 결과로 KADA 검사관들은 그동안 2018 평창, 2020 도쿄, 2022 베이징 등 올림픽 및 패럴림픽대회를 비롯해 아시안게임 등 많은 국제대회에 국제도핑검사관으로 활동했고, 2024 파리올림픽에는 역대 최대인 13명의 검사관과 직원이 파견돼 국제수준의 대한민국 도핑관리 역량을 입증했다.


그만큼 부담도 크다. 스포츠 외교의 일부분이다. 우리가 파리에 가서 제대로 일을 못한다면, 개인도 개인이지만 KADA의 위상과 이미지까지 훼손될 수 있다. 검사관들도 이를 잘 알고 있다. 서로 파이팅하자고 말하며 응원하고 있다. 우리도 국가대표나 마찬가지다.




- 도핑 검사관으로서 도쿄올림픽 때보다 지금의 김나라 위원이 더 발전했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나.



: 스포츠 현장 속에서 돌발 상황을 늘 마주 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경험들이 쌓이면서 나만의 노하우가 생기는 듯하다. 신속하게 대처 할 수 있는 판단 능력과 발생한 일들을 객관적으로 기록하고, 선수 혹은 선수 관계자들에게 정중하고 예의 바른 자세로 소통할 수 있는 능력도 길러진다. 유명한 선수부터 난민 선수까지 여러 국가의 여러 선수들을 상대하다보니 원활한 검사를 위해 어떤 선수에게는 말을 줄이고, 어떤 선수에게는 말을 더 걸어줘야 하는지에 대한 판단 능력도 생긴다. 미국에서 10년 유학생활을 하면서 쌓인 영어 능력도 정말 소중하게 활용하고 있다. 검사관 커리어를 길게 이어오다 보니 도쿄올림픽 때나 베이징 올림픽 때 만났던 검사관들과 재회하는 경우도 많다. 아무래도 친밀감이 있다 보니 도핑과 관련된 더 깊은 대화도 나눌 수 있고, 각국의 도핑 기술과 관련된 정보를 공유하다보니 많은 것을 얻어갈 수 있다. 국제무대에서 많은 경험을 계속 쌓아왔다는 것이 가장 큰 발전이자 자랑이다.





김나라 도핑검사관 겸 선수위원. ⓒ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 도핑 과정에서 떠오르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 국내 도핑검사 시행 초창기다. 미성년자 선수를 대상으로 도핑테스트를 했다. 유소년 선수는 도핑검사를 처음 접하게 되는 선수들이라서 도핑검사를 실시할 때 신기하게 느낄 때도 있었다. 그 선수도 도핑검사가 처음이라 그랬는지 작은 용기에 소변 90밀리미터를 받는데 8시간이나 걸렸다. 나중에는 청소하시는 분께서 ‘문 닫아야 한다’며 나가달라고 한 적도 있다. 그렇게 오랜 시간 걸린 것은 처음이라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또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대회 당시 베이징 선수촌에서 국제도핑검사관으로 일을 하고 있었는데 우리나라 선수 한 명이 저에게 도핑검사를 받고 나서 ‘한국 도핑검사관 선생님이 파견 나왔다’고 소문을 내는 바람에 베이징 선수촌 내 우리나라 선수들이 검사하러 올 때마다 계속 저를 찾아서 아주 바쁘게 검사를 진행했던 기억도 있다. 또 우리나라 선수가 도핑검사 대상자로 선정되어 도핑관리실에 도착했는데 외국인 도핑검사관과 소통의 어려움이 있어 제가 현지에서 화상통화를 통해 도핑검사 절차를 도와줬던 기억도 있다. 우리나라 선수라 아무래도 영어보다는 한국말이 편하고, 한국 검사관이 상주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더 의지했던 것 같다.




- 도핑 검사관 커리어에서 가장 자랑할 만한 것이 있다면. 또 ‘이것은 내가 꼭 이루고 싶다’라는 목표가 있나.

: 선수 출신으로 서울체육고등학교, 한국체육대학을 졸업했다. 진천 선수촌이나 이천 선수촌에 가면 선후배들이 감독이나 코치로 자리하고 있다. 제가 뜨면 선수들은 ‘우리를 잡으러 왔나’, ‘왜 자꾸 우리를 귀찮게 하나..쉬고 싶은데’와 같은 반응들이 있었다. 그럴 때도 제가 선수 출신이라 선수들의 마음을 잘 알고 있다 보니 검사에 대한 당위성을 원활하게 설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렇게 친밀도가 높아져 국제무대에 참가했을 때도 감독 코치나 선수들이 보이스톡으로 도핑 관련에 대한 정보를 묻기도 한다. 가령 ‘이런 약들은 경기 전 복용하면 안 되나’ 등의 질문도 한다. 사소한 것도 조심하기 위해 물어본다.


물론 우리가 검사관이지만 의사나 약사는 아니기 때문에 약물과 관련해 깊은 정보를 제공하지는 않는다. 자칫 잘못된 정보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KADA는 약학정보원과 협력을 통해 금지약물 검색 서비스를 구축해 금지약물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도핑뿐만이 아니라 선수들의 마음의 안식을 찾아주는 역할도 한다. 어떻게 보면 뭐 ‘도핑 방지 전도사’라고나 할까. ‘도핑하면 김나라’라고 가까운 분들 사이에서는 그렇게 말씀도 한다. 검사는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매우 즐겁다. 사실 체조선수 출신이어서 체조 종목만 유일하게 검사를 못 하고 있다. 이해관계가 있고 또 협회에 제가 소속된 위원회가 있기 때문에 대회에서 체조 선수들을 제가 검사하지 못한다. 물론 저야 공정하게 할 수 있다고 자신하지만 외부에서 봤을 때, 이해관계가 있기 때문에 그렇게 배정하지 않는다.


또 목표라면 국제기구 진출이다. 처음에는 도핑검사관으로 시작하여 그 다음에는 도핑방지 교육강사, 그 다음에는 KADA 선수위원회 위원으로 조금씩 영역을 넓히고 있다. 더 경험을 쌓고 노력해 도핑방지와 관련된 국제기구에도 진출하고 싶은 꿈이 있다.



-선수들이 약물 유혹을 떨쳐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 또 치료 목적으로 약물을 복용하다 문제가 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


: 한국도핑방지위원회는 학생선수들에게 생애주기에 걸쳐 도핑방지에 대한 교육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도핑방지교육을 통해 선수들은 금지 약물에 대한 올바른 지식을 습득할 수 있다. 그들로 하여금 평소 금지약물을 검색해 보거나 공정과 존중의 가치를 깨닫게 해 약물의 유혹을 떨쳐 버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치료 목적으로 금지약물을 복용해야 한다면 “치료목적사용면책”(TUE)라는 제도를 이용해 KADA의 승인을 받고 복용하면 된다. 경기력 향상 목적이 아닌 치료목적으로 사용된 약만 승인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도핑에 대한 인식 변화가 없다면 금지약물에서 벗어날 수 없다. 사실 대다수 선수들은 금지약물을 복용하지 않는다. 모르고 복용하는 경우가 많다. 몇 만 가지의 약품이 있다. 이런 약품 중 어떠한 약은 먹어도 되고 먹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우리도 한의사나 의사, 약사가 아니기 때문에 전부는 알 수 없다. 찝찝하다면 일단 물어보고 복용해야 한다. 그렇다고 건강을 위한 약인데 무조건 먹지 않는 것도 좋지 않다. 아프거나 다쳤을 때는 복용해야 하는 약물이 있는데 그 중에 금지약물이 많다. 무조건 ‘도핑에 걸릴 수 있으니까 먹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말고, 치료목적사용면책을 이용하길 바란다.


다시 한 번 교육의 중요성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저는 교육 강사도 참 오래 하고 있다. 검사할 때보다 교육할 때 조금 더 열정적이고 편하다. 교육을 받은 선수들이 “선생님, 그때 이 약 복용하면 안 된다고 했잖아요. 그래서 절대 입에 안 대고 있습니다. 교육 받았으니 우리도 알고 있습니다”라고 말할 때 참 보람을 느낀다. 먹을 때도 항상 금지약물관련 검색을 한다고 한다. 어떤 지도자를 만나느냐에 따라서 선수들의 도핑 인식도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저희가 지도자를 대상으로 하는 교육도 많이 하고 있다.






김나라 도핑검사관 겸 선수위원. ⓒ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 선수 출신은 물론이고 일반인 중에도 도핑검사관을 꿈꾸는 사람들이 많다.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 또 도핑 검사관으로서 성공하기 위해서 갖춰야 할 덕목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 공정한 스포츠의 규정과 규칙을 잘 지킬 줄 알아야 하며, 돌발 상황에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능력과 다른 이해 관계자들과의 무리 없는 소통, 그리고 언어의 능력도 갖추고 있으면 좋다.


검사관을 준비한다고 하면 그래도 스포츠 영역에 대한 이해도가 있는 사람이 유리하다. 직접 대회 현장에 나가는데 종목마다 경기 운영이나 특징도 다르다. 종목에 따라 선수들 스타일도 다르기 때문에 원활한 검사를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종목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또 국제대회에서 외국인 선수들을 자주 접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영어 등 외국어 능력도 중요하다. 앞서 말씀드렸듯, 저도 미국에서 10년 유학 생활을 하면서 기른 영어 능력이 도핑검사관을 하면서 빛을 발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도핑검사관이 되기만 하면 뭐하겠나.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하며 커리어를 쌓아야 한다. 모든 직업이 그렇지 않나. 그러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도핑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인식이다. 선수를 잡아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스포츠 무대에서 공정과 땀의 가치를 지켜낸다는 사명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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