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시작되는 377회 임시회에 기지촌 여성 피해자 관련 조례 개정 추진
대한민국과 경기도의 국가폭력 가해의 역사 직시하고 기록해야
동두천시 옛 성병관리소의 철거를 둘러싸고 이를 반대하는 시민사회단체들이 모여 공동대책위원회를 발족해 무기한 농성을 시작한 가운데 경기도의회 의원들이 현장을 방문해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박옥분, 서현옥, 김동희, 이인규, 유호준 의원은 지난 26~27일 이틀에 걸쳐 동두천시-평택시를 방문해 기지촌 여성 피해자 및 관련 시민사회단체들을 만나 2022년 9월 대법원의 기지촌 여성들이 국가폭력의 피해자였다는 판결 뒤에 기지촌 여성 피해자 지원이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또 기념사업 추진 상황을 살펴봤다.
먼저 26일 동두천을 찾은 의원들은 경기북부평화시민단체 사무실에서 공대위 관계자들을 만나 공대위로부터 경과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동두천 소요산 입구에 자리한 미군 기지촌 여성들의 성병을 관리하던 성병관리소 건물은 1973년에 설립돼 1992년까지 운영되다가 1996년 폐쇄됐고, 경기도에는 이러한 성병관리소가 6개소 있었지만, 현재는 동두천 성병관리소 건물만 유일하게 원형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상태다. 그러나 지난해 2월 해당 건물과 부지를 매입한 동두천시가 호텔과 테마형 상가 등을 짓는 소요산 일대 관광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며 철거를 예고해 공대위 등 시민단체와 심각한 갈등을 빚고 있다고 공대위는 설명했다.
의원들은 간담회 후 공대위 안내에 따라 옛 성병관리소 현장과 동두천 시청 앞 농성장을 방문, 오랜 시간 방치됐던 성병관리소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하고, 동두천 시청 앞에서 농성을 진행 중인 활동가들에게 무더위 속 건강관리를 당부하며 이날의 현장방문을 마쳤다.
이튿날인 27일 평택 햇살사회복지회를 찾아 기지촌 여성 피해자들을 만난 의원들(서현옥,김동희,유호준의원)은 기지촌 할머니들을 만나 당면하고 있는 어려움들을 듣고, 이들을 돕고 있는 햇살사회복지회 관계자들로부터 현재 운영되고 있는 '기지촌여성평화박물관'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이날 만난 기지촌 여성 피해자들은 "우리가 도망가면 경찰이 잡아다가 다시 클럽(업소)에 데려다놓고, 치료한다며 가두고, 약물 과다 투여로 바로 옆에서 사람이 죽어 나가는 모습까지 봤다"라며 자신들의 경험했던 현실을 설명했고, 햇살사회복지회 관계자는 "피해자들이 다 이제 어르신들인데 적어도 병원비 걱정은 안 해도 되게끔 해주면 좋겠다"라며 의료비 지원의 시급함을 호소했다.
이어 경기문화재단과 평택문화재단의 지원으로 운영되고 있는 '기지촌여성평화박물관'을 방문해 관계자로부터 설명을 들은 의원들은 자료 수집, 기록 등 박물관이 제대로 기능할 수 있도록 기념사업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김동희 의원은 "우리 역사의 어두운 곳도 기억하고, 그 역사의 피해자들에게 제대로 사과하는 것이 필요하다"라며 가해자였던 정부와 경기도의 공식적인 사과를 촉구했고, 현장방문을 준비한 유호준 의원은 "이 문제에 침묵하고 애써 외면하려는 태도는 일본이 강제징용 등 우리 민족에 대한 제국주의의 착취를 대하는 태도와 유사할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한편 기지촌 여성을 '기지촌 여성 피해자'로 이들이 국가폭력의 피해자였음을 명확히 하고, 필요한 기념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경기도 기지촌 여성 지원 등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이 오는 9월 열리는 제 377회 임시회에서 다뤄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