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다 죽어" LG 흔드는 가족 리스크…세 모녀 이제 그만둘 때 [데스크 칼럼]

지봉철 기자 (Janus@dailian.co.kr)

입력 2025.06.20 11:20  수정 2025.06.20 11:52

LG그룹 오너일가 상속분쟁 격화

세계 경제 위기속 볼썽사나운 유산 다툼

가문과 기업의 명예를 지키는 마지막 선택

세 모녀, LG라는 공동체의 정체성과 정신 위해 소송 철회해야

2012년 4월 서울 코엑스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앞줄 왼쪽에서 세 번째) 미수연에서 축하 떡을 자르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구본무 회장 내외, 구자경 회장, 구연경씨 내외, 구연제(구본준 LX 회장의 딸), 뒷줄 왼쪽부터 구본준 회장 내외, 구광모 LG그룹 회장,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 내외, 구본식 LT그룹 회장 내외 ⓒLG

▲승계에 실패한 공동체는 흔들리기 마련이다. 이스라엘은 솔로몬 왕 사후, 아들 르호보암이 왕위에 오르자 열 지파가 등을 돌려 남북으로 갈라졌다.


고구려도 마찬가지다. 을지문덕 같은 명장의 활약으로 동북아 최강국이 됐지만, 연개소문 사후 아들들 간의 내분으로 900년 역사의 막을 내렸다. 연개소문은 생전에 "너희는 물과 물고기처럼 화합하라"는 유언까지 남겼지만 끝내 지켜지지 않았다. 기업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창업 1세대의 피땀으로 일군 기업이 자식, 손자 대로 넘어가며 내분이 벌어지면 기업의 품격은 물론 생존마저 위태로워진다. 가풍이 무너지면, 가문도 기업도 함께 흔들린다. 여기에 부모와 자식, 형제들이 자기 몫에 대한 욕망이 분출해 뒤죽박죽 엉켜 재산 다툼까지 벌이면 그 끝은 공멸이다.


▲LG가(家)의 상속 분쟁이 점입가경이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모친 김영식 여사와 장녀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 차녀 구연수 씨는 구 회장을 상대로 '상속회복청구' 소송을 제기한 지 3년째다. 한때 '정도(正道)'와 '인화(人和)'를 기업 가풍으로 내세우며 국민에게 존경받던 LG가의 모습은 온데간데다.


그동안 LG가는 구인회 창업주 이래 구자경 명예회장과 구본무 선대회장, 구광모 현 회장까지 잡음 없는 승계로 재계의 모범이 돼 왔다. '장자 승계'라는 철통같은 원칙을 바탕으로 한 조용한 승계는 회사 성장에도 그대로 영향을 미쳤다.


승계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 3세 경영인들이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줬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벌어지는 상황은 그 모든 전통과 신뢰를 무너뜨리고 있다. 내부 갈등은 소송으로 번졌고, 사적인 분쟁은 이제 공적 신뢰를 흔들고 있다.


▲실제 LG가의 분쟁은 이제는 한낱 집안싸움으로 치부할 수 없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후유증이 너무 크고, 상처는 점점 깊어지고 있다. 이미 세 모녀의 망신주기, 모욕주기식의 고소·고발은 상속의 영역을 넘어섰다는 평가다.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과 하범종 LG 사장을 특수절도, 재물손괴, 위증 혐의로 경찰에 고발한 사건은, 불송치 결과와는 무관하게 사회적 시선에서 결코 떳떳하기 어려운 구도를 남겼다.


자신들과 깊은 연을 맺은 사람들까지도 제거의 대상으로 삼으면서 LG가의 품격은 물론, LG라는 기업의 정체성까지 해치는 싸움이 돼 버렸다. 명분보다 감정, 유훈보다 욕망이 앞서는 분쟁이 돼 버렸다는 의미다. 경영권이 곧 책임이자 의무라는 점을 부정하고, 유산만을 두고 벌이는 갈등은 기업을 피폐하게 만든다.


▲LG는 창업 이후 "집안일로 회사를 시끄럽게 해선 안 된다"는 불문율을 지켜왔다. 고 구본무 선대회장 또한 생전 가족 간 다툼으로 인해 회사가 흔들리는 일이 없기를 바랐다. 그 정신은 LG의 조직 문화와 기업 이미지에 깊숙이 녹아 있다.


세 모녀의 이번 소송은 그 정신을 뒤흔드는 일이다. 특히 LG와 같은 대기업 오너 일가의 움직임은 기업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더욱 신중해야 한다. 이번 소송은 법리의 영역을 넘어, LG라는 공동체의 정체성과 정신을 되묻는 계기가 되고 있다. 이 시점에서 세 모녀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품위 있는 결정은 바로 소송의 자진 철회다.


이는 LG라는 이름과 그 상징적 무게에 대한 책임 있는 행동이기도 하다. 특히 우리 경제는 지금 경기 침체와 수출 부진 문제로 고통받고 있다. 이를 해결하는 것은 결국 기업의 몫이다. 국가 경제를 위해 헌신해야 할 오너 일가가 아귀다툼을 벌이는 것은 볼썽사나운 일이다. 한마디로 누구에게도 득이 되지 않는다. 그래도 계속하면 가문은 무너지고, 기업은 흔들린다. 이제는 그만둘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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