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룩한 밤' 액션+오컬트 실험…정지소 열연만 남았다 [볼 만해?]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5.04.30 08:38  수정 2025.04.30 08:40

임대희 감독 연출

마동석이 자신의 주특기인 액션에 오컬트 장르를 입고 스크린에 돌아왔다. 액션과 판타지를 결합한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는 오컬트 세계관을 확장하려는 야심을 드러냈지만, 그 시도가 관객의 기대를 온전히 충족시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롯데엔터테인먼트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는 악을 숭배하는 집단에 빠져 혼란에 빠진 도시에 특별한 능력을 가진 해결사 팀 바우(마동석 분), 샤론(서현 분) 김군(이다윗 분)이 등장하면서 시작한다. 이들은 과거에 숭배하는 이들에게 목숨을 빼앗길 뻔하고 소중한 이들을 잃은 상처를 앓고 있다. 이에 태어날 때부터 남다른 힘을 가진 바우와 퇴마사 샤론, 김군이 힘을 합쳐 의뢰를 받은 사건을 해결해 나간다.


바우가 빌런들을 힘으로 제압하면 샤론이 주문을 외워 악령을 가두고, 이 모든 걸 김군이 조력자로 나서는 동시에 영상으로 기록하는 형식이다. 형사들조차 도시를 어지럽히는 집단을 제압하지 못하자 거룩한 밤 팀에 의지할 정도로 이들의 능력은 암묵적으로 이견이 없다. 하지만 한정원(경수진 분)으로부터 동생 한은서(정지소 분)를 살려달라는 부탁을 받고 고민에 빠진다. 마동석은 과거의 상처로 인해 이 사건을 거절하려 하지만 결국 외면하지 못하고 손을 뻗는다.


지금까지 우리가 열광한 '범죄도시'의 마석도를 다시 보고 싶었다면 만족스러울 수 있다. 다만 '범죄도시'를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 있다. 영화는 '범죄도시'보다 훨씬 더 톤이 무겁고 진지하다. 마동석표 유머가 극을 환기시키기 위해 간간이 펀치를 날리지만 시원하게 들어맞지 않는다.


판타지 요소가 더해지며 액션의 위력은 한층 강해진 건 확실하다. 하지만 타격감이 주는 통쾌함 외에 이들의 서사를 향한 공감이나 응원을 불러일으키지는 못한다.


오컬트 장르는 꽤나 진지하고 긴장감 있게 그려졌다. 지금까지 우리가 봐왔던 서양의 오컬트 장르를 한국에 정서에 맞게 그리면서도 많은 자료 조사를 통해 얻은 세계관을 자막과 대사로 설명하며 이해하기 쉽도록 만들었다.


무엇보다 악마에게 빙의된 소녀 '은서'를 연기한 정지소의 존재감이 절대적이다. 작고 여린 체구의 그는, 표정과 눈빛, 몸짓, 대사를 자유자재로 조율하며 악마의 농간에 따라 얼굴을 바꿔 끼우듯 변화무쌍한 연기를 펼친다.


'거룩한 밤'은 마동석이 중심을 단단히 지탱하지만, 진짜 긴장을 만들어내는 코어는 서현과 정지소다. 악마를 소환해 맞서려는 서현과, 그 계획을 비웃듯 팀을 위협하는 정지소의 변화무쌍한 얼굴은 공포와 긴장을 증폭시키는 가장 강력한 장치다. 서현은 새로운 이미지를 제시하나, 후반부로 갈수록 정지소의 에너지에 압도당한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김군 역의 이다윗의 활약은 미미해졌다. 거룩한 밤 팀의 모든 잡일을 도맡는 인물로 설정돼 있지만, 서사 안에서 그 역할이 충분히 확장되거나 인상적으로 기능하진 않는다. 이다윗이라는 배우가 지닌 능력과 가능성을 고려하면 더욱 아쉬움이 남는다.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는 익숙한 얼굴로 낯선 장르에 도전한 영화다 전통 액션의 물리성과 오컬트의 상징성이 만난 이 실험은 완성도가 높기보다는 가능성의 일부를 보여준 단계에 가깝다.


서사보다 콘셉트에 힘이 실린 지금의 구성은, 후속 시리즈를 위한 가능성을 품었지만 동시에 숙제를 남긴다. 30일 개봉. 러닝타임 9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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