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로맨틱 코미디 [양경미의 영화로 보는 세상]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5.05.04 12:38  수정 2025.05.04 12:38

영화 ‘바이러스’

사랑, 흔한 소재이다. 예술에서 사랑은 가장 전통적인 주제이자 소재로 많이 사용된다. 특히 남녀간의 사랑은 수많은 예술가에게 영감과 상상을 이끌어낸다. 행복한 결과로 이어지거나 치명적 상처를 주건 간에 사랑은 복잡다단한 심리가 동반되며 인간에게 생기는 불가결한 감정이다. 따라서 사랑을 느끼는 사람에 따라 다양한 양상으로 스토리가 만들어질 수 있다. 개봉을 앞둔 영화 ‘바이러스’는 우울증 치료제로 개발된 약품의 부작용으로 생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사랑에 빠지게 된다는 엉뚱하고 유쾌한 로맨틱 코미디다.


연애세포 소멸 직전에 있는 번역가 택선(배두나 분)은 동생 성화에 못이겨 소개팅 자리에 나간다. 만나기로 했던 모태솔로 연구원 수필(손석구 분)은 약속 시간이 한참 지나 나타나 실험용 쥐 얘기만 늘어놓는다. 센스나 예의라곤 없는 수필은 첫 만남에 뜬금없이 청혼까지 하고 다음 날 갑자기 세상을 떠난다. 그때부터 택선은 뜬금없이 웃음이 나고 그동안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꽃무늬 원피스도 입는다. 귀찮기만 했던 자동차 세일즈맨 동창(장기하 분)의 문자도 사랑스럽기만 하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이 쥐에게 나온 톡소 바이러스 때문이란다. 택선은 유일하게 치료제를 만들 수 있다는 이균(김윤석 분)박사를 만나 치료를 위한 여정을 떠난다.


사랑은 조건을 따지지 않고 즐거움의 원천임을 조명한다. 누군가를 진정으로 사랑한다는 것은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당연히 조건은 없다. 또한 사랑하는 누군가를 생각하면 행복함에 웃음이 저절로 나온다. 사랑하고 있는 사람들에게서는 항상 미소가 머금어져 있다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요즘 젊은 세대들은 자기 계발과 경력을 쌓느라 연애는 뒷전이고 사랑에도 조건을 따진다. 이 때문에 사랑은 물론 연애도 기피하면서 솔로도 남아 나이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영화 ‘바이러스’는 요즘 세태를 비판하면서 사랑이라는 감정은 조건없이 상대를 좋아하고 즐거움의 원천임을 말한다. 이를 톡소 바이러스에 걸린 택선이 싫기만 했던 동창도 귀찮지 않게 되고 이균 박사에게서도 좋은 감정을 느끼게 된다는 데서 보여주고 있다.


인간은 혼자 살아갈 수 없는 동물임을 넌지시 건낸다. 과거에는 당연했던 연애가 이제는 필수가 아닌 선택이 되었다. 경력을 쌓거나 경제적 안정이 우선 순위로 되면서 연애와 결혼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 하지만 인간은 혼자 살아갈 수 없는 존재다. 영화에서 바이러스를 소재로 삼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세균과 바이러스의 차이는 세균은 스스로 증식이 가능하지만 바이러스는 자기 자신만으로 생명 활동을 할 수 없고 다른 생명체에 기생해서 증식한다. 영화는 인간 역시 바이러스와 같이 혼자서는 살 수가 없다는 것을 말해 준다.


배우들의 연기가 부족한 시나리오를 메운다. 영화는 일명 ‘톡소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사랑에 빠진다는 설정으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엉뚱하고 독특한 소재이지만 예상이 가능한 시나리오다. 유쾌하게 전개되는 전반부에 비해 후반부에서는 느슨하고 집중력이 떨어진다. 뿐만 아니라 의지와 상관없이 타인에게 호감을 느낀다는 설정이 다소 당황스러운 점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웃음을 주는 이유는 사랑스럽고 엉뚱한 역할을 잘 소화해 낸 배두나와 힘을 빼고 편안한 연기를 선보인 김윤석, 능청스럽게 연기력을 펼친 손석구와 까메오 장기하의 연기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요즘 젊은 세대들의 연애 기피 현상은 곧 결혼 기피로 이어지면서 큰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저출생으로 인한 고령사회가 앞당겨지고 있으며 경제성장률 또한 낮아지고 있다. 여기에 인구가 줄어들면서 국가소멸의 위험도 커진다. 저출생의 원인으로는 경제적 요인이 가장 크다. 줄어드는 일자리, 높은 육아와 교육 및 생활비용, 비싼 집값 등이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게 한다. 또한 이런 경제적 요인 외에도 다양한 사회적, 제도적 요인도 있다.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는 올바른 원인을 해소시켜 젊은 세대들이 사랑과 결혼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갖도록 할 필요가 있다. 영화 ‘바이러스’는 연애와 결혼을 기피하는 젊은 세대에게 그동안 잠들어 있던 사랑의 감정을 일깨워 줌으로서 사랑의 긍정적인 면을 유쾌하게 부각시키고 있다.


양경미 / 전) 연세대 겸임교수, 영화평론가film102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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