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학적 규모의 상금과 3일간 펼쳐진 화려한 축제
이면에는 인권 유린 등 스포츠 워싱 논란도 함께 존재
지난 2일부터 4일까지 3일간, 인천 송도에 위치한 잭니클라우스GC에서 열린 ‘LIV 골프 코리아’ 대회가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으며 성공적인 막을 내렸다.
LIV 골프는 PGA 투어 등 기존 골프 대회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치러졌다. 기존 72홀 스트로크 방식이 아닌 3일간 54홀만 돌면 되고 개인전과 팀전을 병행해 우승자를 가렸다. 각 홀에는 시끄러운 음악이 흘러나와 갤러리의 흥을 돋우고 선수들도 이에 호응했다. 최종 라운드가 끝난 뒤 드라이빙 레인지는 콘서트장으로 변신해 지드래곤, 아이브, 거미 등 유명 가수들이 무대에 올라 축제의 대미를 장식했다.
기자는 개막 이틀 전 대회장 인근의 한 호텔 65층에서 열린 칵테일 파티에 초대 받았다. 이곳에서도 신선한 경험을 했다. 라이브 음악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선수들은 물론 골프 관계자, 유명인들이 뒤섞여 자유롭게 대화를 나누는 등 친분을 쌓았다. 이 중에는 골프 사랑이 남다른 모 대기업 회장도 있었다.
대회 관계자에게 ‘PGA 투어 등 다른 골프 대회의 사전 행사도 이렇게 시끄럽고 화려한가’라고 물었더니 “절대 그렇지 않다. 하지 않는 경우도 있고, 하더라도 클럽 하우스 내에서 조용히 진행된다”라는 답을 들었다.
파격적이며 기존 골프와 분명한 차별점을 두고 있는 LIV 골프는 돈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대회마다 2500만 달러(약 345억원, 팀전 포함)의 상금이 걸려있고, 올 시즌 이를 14번이나 치른다. 이번 한국 대회서 우승을 차지한 브라이슨 디섐보는 팀전 우승 상금까지 포함해 475만 달러(약 66억 6187만원)를 챙겼다.
LIV 골프는 지난해까지 3시즌을 치렀는데 상금 1위에 올랐던 더스틴 존슨, 테일러 구치, 존 람은 3500만 달러(약 490억원) 안팎의 돈을 거머쥐었으며 1000만 달러 이상의 상금을 번 선수들도 매년 4~5명씩 배출된다. 지난해 PGA 투어는 LIV 골프의 3배가 넘는 47개 대회를 치렀고, 상금왕은 스코티 셰플러(2922만 달러)였다. 셰플러는 7승을 거두는 등 역대급 시즌을 보내고도 존 람에 미치지 못했다.
천문학적인 돈을 쓴 만큼 LIV 골프는 화려하다. 그러나 이면에 자리하고 있는 ‘스포츠 워싱’ 논란은 LIV 골프에 명예까지 가져다주지 못하는 모습이다.
사우디 정부는 인권 유린, 반체제 인사 암살 배후로 지목받는 등 국제 사회에서 부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사우디는 논란을 잠재우고 세간의 눈을 돌리기 위해 PIF(사우디 국부펀드)를 활용, 스포츠에 막대한 돈을 투자하며 이미지 세탁에 적극이다.
실제로 사우디는 2020년대 들어 PIF를 통해 골프는 물론 축구(프리미어리그 뉴캐슬 인수, 사우디 리그의 글로벌화, FIFA 월드컵 개최), 테니스, 동계아시안게임 개최 등 입이 떡 벌어지는 수준의 돈을 투자하고 있다.
돈에 이끌리는 선수도 많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상당하다. 실제로 골프의 경우 PGA에서 뛰고 있는 많은 선수들이 스포츠 워싱과 명예의 부재를 이유로 LIV 골프 이적을 거절한 게 대표적인 예다.
한국에서의 첫 대회를 성공적으로 마친 LIV 골프는 내년에도 요란스럽게 골프팬들을 찾을 예정이다. LIV 골프와 PIF는 상상을 훌쩍 뛰어넘는 자금력을 지니고 있으나 그들이 가진 돈과 자원은 유한하며 슬로건으로 내세운 ‘LONG LIV GOLF(LIV 골프여 영원하라)’는 어쩌면 역설일 수도 있다. 그리고 그들을 바라보는 불편한 시선이야 말로 극복 불가능한 난제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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