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브리→로맨스...위기의 극장, 日 콘텐츠가 답인가 [D:영화 뷰]

이예주 기자 (yejulee@dailian.co.kr)

입력 2025.05.16 14:06  수정 2025.05.16 14:07

지난해 4월 개봉한 '범죄도시4' 이후 천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가 실종한 가운데, '창고 영화'(코로나19 팬데믹으로 개봉을 연기했던 작품)도 바닥났다. 1분기 극장 관람객 수마저 대폭 하락한 상황 속에서, 최근 메가박스와 롯데시네마는 합병을 선포하며 극장 산업이 처한 위기를 실감케 했다.


이런 가운데 극장가가 선택한 돌파구는 일본 콘텐츠다. CGV는 22일부터 일본 로맨스 영화 기획전을 전국 15개 극장에서 진행한다. 배급사 NEW는 스튜디오 지브리 기획전을 열며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모노노케 히메', '천공의 성 라퓨타' 등의 작품 상영을 예고했다.


일본 콘텐츠는 팬덤 기반으로 일정 수준의 수익을 보장하는 콘텐츠다. 특히 애니메이션 장르에서 그 파급력은 상당하다. NEW는 이미 포켓몬스터 극장판 시리즈와 '더 퍼스트 슬램덩크', '극장판 하이큐!! 쓰레기장의 결전' 등의 작품을 통해 흥행 성과를 거둔 바 있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누적 관객수 490만명을 동원했고 '극장판 하이큐!! 쓰레기장의 결전'은 개봉 첫날 17만명의 모으며 강한 티켓 파워를 입증했다.


멀티플렉스들 또한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듯 일본 콘텐츠에 상영관을 몰아주고 있다. 메가박스는 현재 '파과',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와 같은 국내 신작보다 '진격의 거인 완결편 더 라스트 어택',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 '카우보이 비밥-천국의문'과 같은 일본 애니메이션에 더 많은 상영관을 배정하고 있다.


이 같은 '일본 콘텐츠 의존'은 일시적인 현상으로 그치지 않을 수 있다. 일본 콘텐츠의 수입은 단기적인 흥행 성과를 보장하지만, 이는 국내 극장가의 자생력을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대형 멀티플렉스 중심으로 상영관이 일본 작품에 쏠리게 되면, 창작 여력이 부족한 국내 중소제작사의 영화들은 관객과 만날 기회조차 얻지 못하게 된다. 장기적으로는 한국 영화 생태계 자체의 다양성과 건강성에 악영향이다.


특정 콘텐츠에 집중하는 전략은 일반 관객의 추가 이탈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우려를 낳는다. 한정된 취향에 맞춘 편성은 관객층의 폭을 좁히고, 관객 감소는 다시 수익 압박으로 이어진다. 결국 극장과 배급사는 또다시 안전한 선택지만 반복하게 되고, 이는 콘텐츠 다양성과 완성도의 하락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불러온다.


일본 콘텐츠는 위기의 극장가를 일시적으로 지탱해주는 버팀목이 될 수는 있다. 하지만 그 자체가 새로운 활로가 되지는 않는다. 관객의 선택지를 일본 콘텐츠로만 채우는 지금의 구조는 결국 국내 영화 생태계 전체의 체력을 떨어뜨리는 방향으로 작동할 수밖에 없다. 창작과 배급의 생태계 전반을 되돌아봐야 할 시점이다. 결국 해답은 양질의 국내 콘텐츠를 만드는 힘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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