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도 스피드도 사라진 오승환 돌직구, 여기까지인가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입력 2025.06.08 10:36  수정 2025.06.08 21:44

NC전 두 번째 투수로 등판해 0.2이닝 3피안타 2실점

FA 계약 종료되는 올 시즌 후 사실상 은퇴 수순 밟을 듯

오승환. ⓒ 삼성 라이온즈

0.2이닝 3피안타(1피홈런) 2실점.


한때 최고의 마무리로 군림했던 삼성 오승환(43)이 충격적인 성적표와 함께 또 무너졌다.


삼성은 7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신한은행 SOL뱅크 KBO리그’ NC 다이노스와의 홈경기서 7-11 역전패했다.


삼성은 경기 초반 디아즈의 시즌 24호 홈런을 앞세워 6-2로 달아나는 등 순조롭게 경기를 풀어갔으나 마운드가 무너지며 역전을 허용하고 말았다.


출발부터 좋지 않았다. 삼성 선발 레예스가 3이닝(6피안타 4실점) 만에 교체되며 불안감이 엄습했고 뒤이어 등판한 오승환이 불을 끄기 위해 마운드에 올랐으나 NC 타선을 이겨내지 못했다.


4회 시작과 함께 모습을 드러낸 오승환은 첫 타자 김형준을 삼진으로 돌려세웠으나 천재환에게 우전 안타를 허용했다. 이후 최정원을 투수 앞 땅볼로 처리하며 한숨을 돌린 오승환은 김주원과 마주해 세 차례나 투수판을 이탈하는 등 불안한 조짐을 보였다.


결국 오승환은 김주원에게 투런 홈런을 허용했고, 후속 타자 박민우에게 힘없는 직구를 던지다 추가 안타를 맞은 뒤 마운드서 내려왔다. 더그아웃에 앉은 오승환은 힘에 부친 듯 멍한 표정으로 경기를 지켜봤다.


오승환. ⓒ 삼성 라이온즈

지난 2020년 메이저리그 생활을 마치고 국내로 돌아왔을 때만 하더라도 오승환의 정상급 구위를 지니고 있었다. 복귀 2년 차인 2021년에는 44세이브를 거두며 건재함을 과시했으나 40대에 접어든 이듬해부터 급격한 내리막을 걸었다.


특히 지난해에는 27세이브를 기록했지만 경기 내용이 처참했고 결국 4.91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마무리 자리까지 내줬다.


더욱 심각한 점은 이 과정에서 맺은 FA 계약이 악성 계약으로 남게 됐다는 점이다. 샐러리캡이 빠듯했던 삼성은 2023시즌 후 FA 자격을 얻은 오승환과 2년간 총 22억원의 계약을 맺었다. 42세 투수에게 과하다는 지적이 잇따랐고 우려는 곧바로 현실이 됐다.


사실상 지난해 은퇴를 했어도 이상하지 않을 오승환이었으나 계약 기간이 남아 올 시즌 최고령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모친상이라는 갑작스런 슬픔이 찾아온 오승환은 개막 엔트리에 합류하지 못했고 퓨처스리그에서 몸을 가다듬었으나 좀처럼 구위가 살아나지 않는 모습이었다.


6월에 와서야 1군으로 콜업된 오승환은 지난 4일 SSG전에 등판했으나 0.1이닝 1피안타 1볼넷으로 불안했다. 그리고 이번 NC전에서도 직구 구속이 140km 중반대에 머물렀고 무엇보다 전성기 때와 확연하게 다른 구위로 상대 타자들을 이겨내지 못했다.


오승환은 올 시즌 FA 2년 계약이 종료되며 사실상 은퇴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KBO리그에서만 427세이브(역대 1위), 일본(80세이브)과 메이저리그(42세이브)까지 합치면 549세이브를 쌓은 오승환은 한국 역대 최고의 마무리 투수다. 하지만 선수 생활 말년, 세월을 이겨내지 못하면서 이를 지켜보는 팬들 또한 씁쓸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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