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시내 주방위군 300명 배치… 뉴섬 주지사 “철수 공식 요청”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에서 일어난 불법 이민자 단속 반대 시위가 내란은 아니지만 질서 유지를 위해 군대를 투입했으며 추가 병력 투입을 시사했다.
미 의회전문매체 더 힐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뉴저지주 모리스타운 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LA 지역에 내란법을 발동할 준비가 됐냐’는 질문에 “그건 내란의 발생 여부에 달려 있다”고 답했다. ‘내란이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그는 “아니다. 하지만 폭력적인 사람들이 있으며 우리는 그들이 그냥 넘어가게 두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에선 군대를 민간 정부의 법 집행에 동원해선 안 된다. 다만 내란법은 내란 등 법에 명시된 특정 조건에 한해 대통령에게 군대를 국내에서 동원할 권한을 부여한다. 이 때문에 미국 진보 진영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이 법을 근거로 불법 이민자 단속에 군대를 동원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란을 어떻게 정의하냐는 질문에 “그냥 현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정말 보기만 하면 된다. 우리는 어젯밤 LA에 매우 긴밀히 주시했다. 거기서 엄청난 폭력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내란법을 발동하지 않고서도 군대를 보낼 것이냐는 질문에 “우리는 모든 곳에 병력을 둘 것이다. 우리나라에 이런 일이 일어나도록 두지 않겠다”고 답했다.
그는 취재진과 대화를 마친 뒤 자신 소유의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폭력적이고 반란을 일으키는 무리가 우리의 (불법 이민자) 추방 작전을 막으려고 우리 연방 요원들에게 몰려가 공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토안보부, 국방부, 법무부 장관에게 “LA를 이민자 침공으로부터 해방하고 이민자 시위를 끝내는데 필요한 모든 조치를 하라”고 지시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질서는 회복되고, 불법 이민자들은 추방될 것이며, LA는 자유로워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병대 파견 여부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무엇이 필요한지 지켜볼 것이다. 우리는 법과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무엇이든 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 휴양지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군 당국과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그는 “우리는 다양한 사람들과 매우 중요한 주제들에 대해 회의할 것이다. 캠프 데이비드는 아마 그 어느 곳보다 보안이 낫기 때문에 거기서 하기로 했다”며 “우리는 장군들과 제독들을 포함한 많은 사람과 회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의에는 J D 밴스 부통령과 마코 루비오 국무부 장관,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이 참석할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LA에서 불법 이민자 체포·추방에 반발해 일어난 대규모 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투입을 명령한 주방위군이 LA에 배치되면서 시위대와 대치하며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미 국토안보부 소속 이민세관단속국(ICE) 등 이민 당국은 이날 오전 LA 주요 지역 3곳에 주방위군 300명이 배치돼 활동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크리스티 놈 국토안보부 장관은 CBS 방송에 출연해 “오늘 투입된 주방위군은 이런 유형의 군중 상황 대응을 위해 특별히 훈련받은 병력”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불법이민자 단속) 작전 수행을 위한 안전을 제공하고, 평화로운 시위를 가질 수 있도록 보장할 것”이라며 “2020년 일어난 일이 반복되지 않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2020년 5월 조지 플로이드가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경찰 과잉 진압으로 목숨을 잃은 뒤 미 전역으로 확산된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흑인 목숨은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BLM) 시위를 말한다. 이 시위는 시간이 지날수록 격화돼 수개월간 지속된 바 있다.
이날 LA시내 구금시설 근처에서는 3일째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메트로폴리탄 구치소 앞에서 주방위군과 이민 당국 요원 등이 시위대를 해산하기 위해 열을 지어 늘어선 가운데 경찰은 군중 통제용 탄약을 발사하기도 했다. 연기가 피어오르며 수백 명의 시위대 중 일부는 대피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CNN방송은 경찰관이 시위대를 밀치고 곤봉으로 때리는 모습을 목격했다고 전했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이날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LA에 배치된 주방위군을 철수하고 주 정부로 군대통제권을 돌려줄 것을 요청했다. 뉴섬 주지사는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군의 필요성을 평가할 가장 적절한 기관은 주 및 지방 당국”이라며 “적절한 훈련이나 명령 없이 주방위군을 배치하기로 한 결정은 상황을 심각하게 악화시킬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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