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에서도 튀는, 강지영의 존재감[D:PICK]

이예주 기자 (yejulee@dailian.co.kr)

입력 2025.07.12 14:00  수정 2025.07.12 14:00

강지영은 일본에서는 다수의 드라마와 영화에서 활발히 배우 활동을 펼쳐왔으나, 국내 대중에게는 여전히 그룹 카라의 막내 이미지가 조금 더 강하게 남아 있다.


ⓒ㈜영화특별시SMC

그도 그럴 것이, 2000년대 중반 세 편가량의 드라마에 특별출연한 것을 제외하면 강지영은 2020년에 이르러서야 JTBC ‘야식남녀’를 통해 본격적으로 국내 시청자들을 만날 수 있었다. '야식남녀' 이후 SBS '너의 밤이 되어줄게', JTBC '닥터 차정숙', 영화 '30일' 등의 작품에 출연했으나 이 또한 특별출연인 만큼 주조연급의 존재감을 드러낼 수 없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 2일 개봉한 '된장이'(감독 조한별)는 강지영의 첫 스크린 주연작으로, 프로 사기꾼 제니가 불로장생의 상징인 천년삼주를 훔쳐 달아나기 위해 된장할배의 집을 방문한 후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그간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연기 활동을 이어갔던 강지영의 내공이 '된장이'를 통해 빛을 발한다. 강지영이 맡은 역 제니는 화려해 보이는 겉모습과 달리 내면에 깊은 외로움과 결핍이 자리하고 있는 인물이다.


우선 강지영의 작품 해석력과 연기력이 돋보인다. 제니는 극 초반부 뻔뻔하고 가시 돋친 언행으로 미움을 사지만, 된장이와 함께 하루하루를 보내면서 서서히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고 성장한다. 강지영은 제니의 모든 과정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관객이 그 서사에 충분히 공감할 수 있게끔 유도한다.


특히 할아버지와의 이별을 해맑게 준비하는 된장이의 모습을 보며 익숙한 두려움을 회상한 듯 화를 내는 장면에서는 흔들리는 눈빛과 목소리로 어딘가 처연해 보이는 분위기를 형성했다.


여기에 민낯에 편안한 옷을 입고 등장하거나, 거침없이 원피스를 벗어 던지는 장면을 통해 여배우로서의 부담감을 딛고 작품에 온전히 몰입하고자 하는 그의 열정을 엿볼 수 있었다.


'된장이'를 통해 강지영은 스크린에서도 존재감을 증명해냈다. 눈부신 조명과 화려한 스타일링이 없어도, 특유의 에너지로 충분히 관객을 리드하고 이들과 교감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제 그의 다음 행선지는 '흙수저 알바생'과 '재벌 3세'를 동시에 연기해야 하는 '아이 킬 유'(유하 감독)다. 이번엔 '1인 2역'이라는 막중한 임무가 주어졌지만, 어쩐지 크게 우려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의 새로운 도전이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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