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관세폭풍 목전…李대통령 '국익 중심 실용외교' 분수령

김은지 기자 (kimej@dailian.co.kr)

입력 2025.07.29 00:05  수정 2025.07.29 00:16

日, 선제 타결로 협상 선점…한국 부담 커져

구윤철·조현 방미, 시한 하루 전 막판 교섭

반도체·배터리·조선까지 전략산업 총동원

이재명 "끝까지 국익을 위해 최선 다해달라"

이재명 대통령이 2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신임 국무위원 및 국세청장 임명장 수여식에 입장하고 있다. ⓒ뉴시스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8월 1일부터 25% 상호관세 부과를 예고한 가운데, 협상 시한이 임박하면서 이재명 대통령이 내세운 '국익 중심 실용 외교'가 검증대에 오르게 됐다.


28일 정치권에 따르면 실용 외교를 핵심 기조로 내건 이 대통령의 외교 리더십은 취임 이후 첫 중대한 분수령을 맞았다.


이에 대통령실은 지난 25일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 주재로 통상대책회의를 연 데 이어, 26일에는 김용범 정책실장과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범정부 통상현안 긴급회의를 개최하며 협상 전략을 구체화했다. 특히 대미 협상 품목에 농산물을 포함시키는 한편, 미국이 전략적 관심을 갖고 있는 조선 분야 등을 협상 돌파구로 활용하는 방안을 집중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무 라인에서는 구윤철 경제부총리와 조현 외교장관이 오는 31일 각각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등과 사실상 마지막 조율에 나설 예정이다. 다만 관세 시행일 바로 전날에야 이 같은 일정이 잡힌 데 대해 사실상 시간에 쫓긴 협상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일본은 미국과 선제적으로 통상 합의를 타결하며, 우리나라와는 다른 대응 기조를 보였다. 일본이 우리보다 한발 앞서 협상을 마무리한 점은 현재 진행 중인 한미 통상 협상 국면에서 우리 정부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빠듯한 시간 속에 전면적인 협상 타결 소식이 나올 수 있을지에 초미의 관심이 쏠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2일(현지시간) 트루스소셜을 통해 일본과의 무역 합의 소식을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에 따르면 일본은 미국과 합의에 따라 향후 미국에 5500억 달러(약759조원)를 투자한다. 합의에 따른 일본의 관세율은 기존 25%에서 인하된 15%다.


이 대통령이 강조해온 '실용 외교'는 진영 논리에 갇힌 외교에서 벗어나, 국익과 실익을 우선에 두는 유연한 외교 기조다. 이 대통령은 취임사와 주요 연설 등을 통해 진영 논리나 이념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며, 실용 외교 기조에 대한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강조해왔다.


이번 관세 협상에서도 정부는 농산물을 협상 품목에 포함하고, 조선·반도체·배터리 등 전략 산업 전반에 걸친 협력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를 통해 한국이 생산 역량과 기술 협력을 아우르는 파트너 국가임을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상호 실익 기반의 협상 접근이 실제로 어느 정도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앞서 이 대통령은 한국시간으로 27일 밤 워싱턴 DC 한국전 참전비에서 열린 정전협정 72주년 기념식에 맞춰 "피로 맺어진 한미동맹을 더욱 굳건히 하겠다"는 메시지를 발표한 바 있다. 다만 이 기념사는 통상 현안이나 관세 갈등과 같은 직접적인 경제 현안보다는 한미동맹의 역사성과 상징성을 강조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기 때문에, 실제 협상에서 직접적인 지렛대 역할을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도 제기된다.


관세 시행 시점이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대통령실은 "구체적으로 농축산물에 대한 요구가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가능한 국민 산업 보호를 위해 양보 폭을 최소화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상호 정무수석은 이날 브리핑에서 "관세 협상과 관련해 미국 측 압박이 매우 거센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또한 현재 해외 체류 중인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이 대통령에게 미국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 대표부(USTR) 대표와의 통상협의 결과를 보고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협의가 지난 주말 워싱턴DC와 뉴욕에서 열린 두 차례의 한·미 상무장관 회담에서 제안된 조선업 협력 등 다양한 이슈를 논의하기 위해, 양국 간 합의에 따라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실은 김정관 장관과 여한구 통상본부장의 구체적인 체류지는 밝히지 않았다. 다만 두 사람이 미국 협상단 일정을 고려해 유럽을 방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은 이날 방미한 협상단으로부터 관세 협의 현황을 보고 받고 "끝까지 국익을 위해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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