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이상기후, 임계점을 넘어서다 - 온실가스 균형의 경고

유진상 기자 ()

입력 2025.07.26 11:05  수정 2025.07.26 11:05

최형일 숭실대 명예교수. ⓒ

계절이 점점 낯설어지고 있다. 해마다 더 뜨거워지는 한여름, 한겨울임에도 불쑥 찾아오는 봄 같은 날씨, 예측할 수 없는 폭우와 산불, 바닷가를 삼키는 해수면까지. 이제 '이상기후'라는 단어는 더 이상 뉴스 속 경고가 아니다. 변화는 이미 우리의 일상을 흔들고 있으며, 지구는 심각한 신호를 보내고 있다.


지구가 태양계에서 유일하게 생명이 번성한 행성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대기 중 소량의 온실가스가 만들어내는 절묘한 균형 덕분이다. 이산화탄소, 메탄, 아산화질소 같은 온실가스는 지구를 감싸는 담요처럼 작용한다. 태양빛과 열 대부분은 방해 없이 지표면까지 도달하는 반면, 지표에서 우주로 다시 방출될 때는 파장이 길어진 적외선 형태가 된다. 온실가스는 이 적외선 일부를 흡수해 다시 지구로 돌려보낸다. 온실가스가 전혀 없다면 지구는 평균 영하 18도로 얼어붙고, 반대로 양이 지나치면 생명체가 존재할 수 없을 만큼 뜨거워진다. 현재 지구의 평균 기온이 15도인 것은 온실가스 농도가 적당하게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지구는 태양계의 다른 행성과 비교하면 기적에 가까운 행성이다. 금성은 대기의 96%가 이산화탄소로 이루어져 온실효과가 매우 강하고, 표면 온도는 420도를 넘는다. 반면, 화성은 대기가 워낙 희박해 이산화탄소 비율이 높아도 온실효과가 거의 나타나지 않아 표면온도는 영하 50도 정도로 매우 춥다. 결국 두 행성 모두 온실가스의 균형이 무너지면서 생명체가 살 수 없는 혹독한 환경이 되었고, 지구만이 질소 78%, 산소 21%, 그리고 0.04% 미만의 미량 온실가스가 만든 섬세한 균형 위에서 수십억 년 동안 진화해올 수 있었다.


그러나 산업혁명 이후 이 균형이 깨지고 있다. 인류가 석탄과 석유를 끝없이 태우면서 온실가스 농도가 인류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로 오르고 있다. 이산화탄소 농도는 한때 0.028% 정도였지만, 2025년엔 0.048%를 넘어서 1400만 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국과 미국이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인구와 경제 규모를 감안하면 한국도 상위 8위권에 있다.


온실가스 농도가 임계점을 넘어서자, 지구의 기후가 극단적으로 요동치기 시작했다. 위험 수준에 다다른 대표적인 지역이 바로 북극이다. 빠른 온난화로 해빙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그 결과 이전까지 밝은 얼음이 덮고 있던 부분이 어두운 바다로 변하며, 더 많은 태양열을 흡수하게 된다. 녹아 내린 영구 동토에서는 대량의 메탄이 방출되어 추가적인 온실가스 폭탄이 되어버린다. 이런 변화는 결국 연쇄적으로 지구 곳곳에 폭염, 집중호우, 폭설, 가뭄, 대형 산불까지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몇 년 한반도 역시 여름 폭염, 겨울 이상고온, 이해할 수 없는 폭우와 장기 가뭄, 반복된 산불을 동시에 겪고 있다.


이상기후는 인간의 삶 뿐만 아니라 생태계 전체를 위협하고 있다. 온도 변화에 적응 못한 동식물은 멸종 압력을 받으며, 어촌과 농촌은 어획과 수확량이 급감해 흔들리고 있다. 산호초가 백화되어 많은 해양 생물종이 사라지고, 명태와 오징어는 점점 북쪽으로 이동해 식탁 풍경까지 변화시키고 있다. 작물 재배지도 변하고, 알레르기 환자와 감염병 환자가 많아져 건강에도 부담이 커지고 있다. 이런 흐름이 지속된다면, 10년 뒤의 지구와 한반도의 모습은 지금과 완전히 다를 것이다. 북극 해빙은 거의 사라지고, 해수면 상승이 저지대를 잠기게 하며, 한반도는 폭염, 열대야, 홍수, 식수난이 일상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전 세계적으로 수천만 명의 기후 난민이 생겨나고, 전체 생물종의 20~30%가 사라질 수도 있다는 경고가 이어지고 있다.


문제의 해답은 온실가스 농도를 다시 적정선에 맞추는 데 있다. 화석연료 대신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의 빠른 전환이 필요하다. 산업 영역에서는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친환경 생산방식 도입이 요구된다. 교통 또한 전기차 등 친환경 이동수단이 확대되어야 한다. 동시에 산림이나 갯벌 등 탄소 흡수원 복원도 필수다. 첨단 기술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원자력 발전은 온실가스 배출이 거의 없고, 대용량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다만, 건설 및 운영과정의 안전성 논란, 폐기물 처리 문제, 사회적 합의 등 풀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 AI는 방대한 기후 변화 데이터 분석, 에너지 사용 최적화, 재난 예측 등에서 해법을 제시할 수 있다. 하지만, AI 자체와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가 계속 증가하고 있어, 이 문제 역시 적절한 해결 방법을 찾아야 한다.


기후위기 대응은 정부, 기업, 시민 모두가 함께 나설 때만 가능하다. 각국 정부의 실질적 정책과 투자, 기업의 친환경 경영, 시민의 생활 속 실천이 맞물려야 한다. 지구는 태양계에서 유일하게 생명이 숨쉬고 있는 행성이다. 그 원동력은 '온실가스가 너무 많지도, 너무 적지도 않은' 특별한 대기 조성 때문이다. 이 균형이 깨진다면, 지구는 더 이상 지금의 지구가 아닐 것이다.


지금 경험하는 '이상기후 시대'는 인류에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주어진 각성의 순간일지 모른다. 온실가스의 적정선을 지켜내는 일이야 말로 우리 미래를 책임질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오늘 우리가 시작하는 작은 실천과 변화가, 내일의 지구를 살릴 큰 힘이 된다.



<약력>


최형일 숭실대학교 명예교수

(전) 숭실대 IT대학 학장

(전) 숭실대 정보과학 대학원 원장

(전) 컴퓨터사용자협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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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상 기자 (y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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