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공포물이 보고싶다②] 왜 여름에도 궁금하지 않을까

이예주 기자 (yejulee@dailian.co.kr)

입력 2025.07.30 14:13  수정 2025.07.30 14:13

한때 공포영화는 여름 극장가의 단골 손님으로 자리잡으며 매년 다양한 소재로 호러 마니아를 만났다. 그러나 이제 공포영화는 여름에도 큰 존재감을 발산하지 않는다. '귀문'(2021), '여고괴담 여섯번째 이야기: 모교'(2021), '신체모음zip.'(2024), '늘봄가든'(2024) 등이 7월과 8월 관객을 노리고 개봉했지만 뚜렷한 상업성을 보여주지 못한 채 스크린에서 내려왔다.


관객들이 한국 공포영화를 보기 위해 극장을 찾기 않게 된 배경으로는 Z세대를 중심으로 한 콘텐츠 소비 방식의 변화가 있다. 대표적으로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틱톡에서는 여전히 공포 콘텐츠의 인기가 상당한데, 시청자들의 사연을 소개하는 ‘돌비공포라디오’는 4월 100만 구독자를 넘겼고, 흉가 탐방 콘텐츠를 주로 선보이는 ‘윤시원’은 86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직접 티켓값을 지불하고 극장에 가지 않아도 짧은 시간에 긴장감을 줄 수 있는 콘텐츠가 늘어난 만큼 일정 수준 이상의 개성이 있지 않거나 입소문의 효과를 누리지 못하는 작품은 외면받기가 더욱 쉬워진 것이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스트리밍 환경이 보편화되고, 스마트폰으로 쉽게 콘텐츠를 접할 수 있게 되면서 공포 콘텐츠 소비 방식도 급격히 달라졌다”며 “공포물이 로맨스, 스릴러, 미스터리 등과 융합되는 추세는 이 같은 변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공포영화는 결말을 미리 알게 되면 무서움이 반감되는 특성이 있는데, 모바일 환경에서는 스포일러를 피하기 어려워졌다. 예전처럼 단순한 이분법 구조로 무서움을 전달하는 방식만으로는 관객을 극장으로 끌어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실제 최근 손익분기점을 넘긴 ‘노이즈’ 역시 개봉 초반에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완성도가 높다는 입소문이 퍼지기 시작하면서 관객이 몰리기 시작해 역주행하며 성공 반열에 올라탈 수 있었다. 융합 장르 특유의 복합적인 재미와 현실적인 긴장감이 관객에게 통한 것이다. 김 평론가는 “공포물만으로는 관객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어렵기 때문에, 장르적 융복합이 거의 필수적인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현장에서는 관객과의 신뢰 회복을 가장 큰 숙제로 보고 있다. 영화 제작사 관계자 A씨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한국 중형 영화가 붕괴하며 영화 산업에 대한 신뢰도가 크게 하락했다. 이는 공포영화를 비롯한 타 하위장르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전에는 100만 관객 동원이 크게 어렵지 않았고, 그런 만큼 순수 제작비 30억을 기준으로 소형영화 예산의 기준을 잡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순수 제작비를 10억, 20억으로 절감해야 하는 현실이다"라고 전했다.


극장에 향하는 관객 수 자체가 줄어든 만큼 단순히 관객 수를 끌어올리기보다 독창적인 개성과 완성도 높은 콘텐츠를 확보하고, 관객과의 거리를 좁히자는 시선이다. A씨는 "할리우드 시장에서는 이미 2021년부터 2023년에 걸쳐 '톡투미', '악마와의 토크쇼' 등 공포영화의 순수 제작비가 한화 40억원대 혹은 20억원대로 절감된 사례가 있으며 이런 영화가 수천만달러의 흥행을 거두며 최근 공포영화의 제작비가 다시 1000만달러 대로 회복한 모습을 볼 수 있다. 결국 현재는 한국영화제작에 원가 절감이 요구되는 가혹한 시기이지만, 좋은 작품으로 관객의 신뢰를 확보한다면 시장이 다시 회복될 수 있다는 점을 잊지않고 임해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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