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 커플이나 비혼 여성들에게 정자를 기증해 온 일본의 한 30대 남성이 실제 성관계를 통해서도 임신을 돕는다는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18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일본 오사카에서 사무직으로 일하는 하지메(38)라는 가명의 남성은 자신의 정자를 기증하고 있다. 그는 여성과 직접 성관계를 맺거나 성관계 없이 정액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서비스를 제공했다고 한다.
하지메는 5년 전 난임으로 고생하던 친구의 간절한 요청을 받고 정자 기증을 시작했다. 그는 간사이TV와의 인터뷰에서 "대학 친구가 정자가 부족해 아내와 아이를 가질 수 없다며 자신의 아내와 잠자리를 해 임신시켜 달라고 부탁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처음엔 큰 충격을 받았지만, 며칠 뒤 친구의 요청을 수락하며 무료로 도움을 주었다. 이에 친구 부부는 아이를 친자식처럼 키우겠다고 약속했고 양육권에 대해 합의했다. 이후 이듬해 아이가 태어났다.
하지메는 "솔직히 아이가 태어난 걸 보고는 복잡한 심경이었지만, 친구 부모님께서 손주를 갖고 싶다고 여러 번 말씀하셨다"며 "친구는 환하게 웃으며 내게 정말 고마워했다"고 전했다.
기뻐하는 친구를 본 하지메는 다른 사람들도 이러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비슷한 처지에 놓인 사람을 돕겠다고 결심했다. 이에 익명으로 소셜미디어(SNS) 계정을 만들어 정자 기증을 시작했다.
그는 정자를 원하는 사람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약 11만원이 드는 감염병 검사를 매달 진행하고 이를 SNS에 올린다. 또한 신뢰성을 입증하기 위해 학위 증명서도 온라인에 공유했다.
하지메는 교통비만 받을 뿐 금전적 대가는 전혀 없이 정자를 무료로 기증한다. 기증으로 임신, 출산한 아이에 대해서는 법적·경제적 책임을 지지 않는다. 지금까지 그는 20건 이상의 요청을 받았고, 7명의 여성이 임신하는 데 성공했다. 그중 4명은 이미 출산을 마쳤다.
하지메는 "처음엔 자신의 친구처럼 불임 부부가 대부분일 것으로 예상했지만 대부분이 여성 동성 커플이었고, 그다음으로는 결혼은 원하지 않고 아이만 원하는 미혼 여성이었다"고 전했다.
SCMP에 따르면 일본에서는 법적으로 미혼 여성이나 동성 커플이 의료기관을 통한 정자 기증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하지메의 방식이 '마지막 희망'이 된 경우가 많다. 또한 일본에서는 사적으로 정자를 기증하는 것과 이에 대한 온라인 홍보를 금지하는 법률이 없기 때문에 이러한 관행은 법적으로 모호한 영역에서 운영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메의 정자 기증 방식이 알려지면서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일각에서는 "공식적인 기록이 없으므로 법적 분쟁이 날 수도 있다"며 부정적으로 봤다. 반면 "사회적 수요가 분명히 있기 때문에 법과 규정이 시대에 맞춰 발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가운데 하지메는 자신의 정자기증 행위의 동기는 금전 때문이 아닌, 고객이 성공적으로 임신하고 출산할 때 느끼는 성취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것이 내가 계속 이 일을 하는 가장 큰 이유"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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