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북·중 정상회담서 "공동이익 수호"...김정은 “경협 희망”

김상도 기자 (marine9442@dailian.co.kr)

입력 2025.09.05 07:19  수정 2025.09.05 07:53

정상회담 후 김정은과 단독 만찬까지...中 북한에 ‘특급 대우’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이 4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하기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4일 중국 베이징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두 나라 현안을 논의했다. 두 정상의 회담은 2019년 6월 이후 6년 3개월 만이다. 특히 중국은 단독 만찬을 마련하는 등 김 위원장을 ‘특급 대우’하면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파병 이후 경색됐던 북·중관계의 회복하는 신호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과 중국중앙방송(CCTV) 등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날 베이징 인민대회당 둥다청에서 열린 북·중 정상회담에서 “중국과 북한은 좋은 이웃이자 좋은 친구이며, 공동운명체이고 상호 돕는 좋은 동지”라며 환영 인사말을 건넸다. 이에 김 위원장은 “중국은 지난 6년 간 엄청난 변화와 발전을 겪었고 이는 깊은 감동을 줬다”고 화답했다.


이날 정상회담에는 중국 측에서 당서열 5위 차이치 정치국 상무위원 겸 중앙서기처 서기, 왕이 정치국원 겸 외교부장이 배석했다. 북한 측에서는 김병호 당 선전선동부 부부장, 조용원·김덕훈 당 중앙위원회 비서, 최선희 외무상, 이용남 주중 대사, 김성남 국제부장이 배석했다.


두 정상은 정상회담 모두에서 급변하는 국제정세에도 북·중관계는 변화하지 않을 것임을 강조했다. 시 주석은 “전례 없는 글로벌 도전에 직면한 양국은 국제와 지역문제에서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고 공동의 이익을 수호해야 한다”고 언급했고, 김 위원장은 “조·중(북·중) 간의 우의적 정은 변하지 않으며, 조·중관계를 지속적으로 심화·발전시키려는 것이 조선(북한) 측의 확고한 의지”라고 적극 지지했다.


북한의 최대 현안인 경제협력도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으로선 대북 제재에 따른 경제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중국의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북한은 무역의 90%가량을 중국에 의존한다. 이 때문에 이번 회담에서도 핵심 의제는 경제 협력이었을 것으로 관측된다.


김 위원장은 “중국은 신시대 중국특색 사회주의 사상의 지도 하에 위대한 발전을 거뒀다”며 “두 나라가 모든 단계에서 밀접하게 왕래하고, 당의 건설·경제 발전 등의 경험을 교류하고, 조선노동당과 국가의 건설사업 발전을 돕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양국이 호혜적인 경제무역 협력을 심화해 더 많은 성과를 얻기를 바란다”고 덧붙여 북·중 경제협력 희망을 나타냈다.


이와 관련해 노동자 파견 등 북·중 경제협력에 대한 구체적 내용을 논의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중국 측에서는 무역사령탑인 왕원타오 상무부장과 거시경제 컨트롤타워 수장인 정산제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 주임이 함께 자리했다. 북한 측에서는 경제사령탑으로 내각 총리를 맡았던 김덕훈 당 경제부장이 배석했다.


한반도 문제도 거론됐다. 시 주석은 “중국은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언제나 객관적이고 공정한 입장을 견지해 왔으며, 앞으로도 북한 측과의 조율을 강화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한반도 문제에서 중국의 공정한 입장을 높이 평가한다”며 “유엔 등 다자 플랫폼에서 계속 조정을 강화해 양측의 공동이익과 근본이익을 수호하기를 바란다”고 거들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4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 둥다청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있다. 신화통신 홈페이지 캡처

시 주석과 김 위원장이 4일 별도의 북·중 정상회담을 개최하면서 김 위원장의 이번 중국 전승절 80주년 열병식 참석은 ‘다자 외교 데뷔’인 동시에 북·중 관계의 명실상부하게 복원된 것으로 읽힌다. 2020년 코로나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이후 김 위원장이 북·중 국경을 완전히 봉쇄하면서 양국 교역은 끊어졌고,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북·러가 밀착하면서 북·중관계가 냉랭해졌다. 이번 회담을 계기로 북·중관계가 정치·경제적인 측면에서 모두 관계 회복으로 나아가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은 정상회담과 함께 별도의 만찬 자리를 마련하는 등 김 위원장에게 '특급 의전'을 제공했다. 다자 무대에서 의전 관례상 단독 만찬을 갖는 것은 국빈 방문급 최고 예우로 여겨진다. 지난 2일 김 위원장이 전용열차를 타고 베이징역에 도착했을 때도 시 주석은 비서실장 격인 차이치 당중앙서기처 서기 등을 보내 성대하게 맞이했다.


앞서 3일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열린 중국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에서 김 위원장은 시 주석 및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나란히 톈안먼 성루에 올라 북·중·러의 연대감을 과시했다. 그렇지만 북·중·러 3국 정상회담이 무산된 것은 '반미'를 고리로 밀착하면서도,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는 북한·러시아와 구체적 의제를 두고 협력하는 모습을 보일 경우 중국에 외교적 부담을 지울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을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 10시가 조금 넘어 전용열차를 타고 귀국길에 올랐다. 김 위원장이 곧장 북한으로 향한다면 24시간 쯤 뒤인 5일 저녁 평양에 도착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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