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동석, 서인국, 박형식, 성동일 등을 내세운 KBS2 토일드라마 ‘트웰브’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1회 시청률은 8.1%였지만 꾸준히 하락해 6회엔 2.6%를 기록했다. 드라마에선 보기 힘들었던 마동석이란 국민스타급 영화배우를 내세웠는데도 이런 성적이라 충격이 크다.
KBS를 비롯한 지상파 방송사들은 최근 벼랑 끝까지 몰린 상태다. 비상한 위기감 속에서 반전의 활로를 모색하며 필승카드로 선택한 것이 마동석의 액션일 것이다. 마동석은 주먹 액션 하나로 극장가를 주름 잡으며 ‘마동석 유니버스’라는 신조어가 나타날 정도로 신드롬을 일으켰으니 KBS의 선택도 이해는 간다. 이번에 토일 미니시리즈를 새로 편성하면서 첫 타자로 가장 리스크가 낮은 기획이라고 평가된 ‘트웰브’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마동석 주먹 이외엔 너무나 리스크가 높은 기획이었다. 이 작품은 신이 인간을 수호하기 위해 만든 12천사가 십이지신의 열두 동물 캐릭터로 화해 악귀와 싸운다는 판타지다. 판타지 설정의 문제는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선 돈이 많이 든다는 점이다. 이미 헐리웃 대작을 통해 관객의 눈이 많이 올라갔기 때문에 웬만한 컴퓨터 그래픽으론 실소만 자아내기 십상이다.
바로 그래서 제작비가 충분하지 않은 우리 입장에서 판타지는 리스크가 클 수밖에 없다. 특히 액션의 경우에 판타지 액션을 박진감 있게 만들려면 돈이 매우 많이 들어간다. 우리는 그 정도의 물량 투입을 못하기 때문에 한국 드라마의 판타지 액션 장면들을 보면 대체로 속도감이 떨어진다. 느릿느릿한 움직임으로 시간을 때우는 것이다. 이래서는 액션의 맛이 살아나지 않는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액션이 통한 것은 속도감이 있기 때문이다. ‘트웰브’도 퇴마 액션이긴 하지만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속도감에는 전혀 미치지 못했다. 마동석이 아닌 인물들의 경우엔 타격감마저 떨어져 액션의 쾌감을 주지 못했다.
이런 게 한국 판타지 액션의 일반적 특징이자 한계라고 할 수 있다. 보통은 그런 한계를 이야기로 극복한다. 관객들이 몰입할 만한 이야기를 통해 표현의 한계를 극복하는 것이다. 화사한 영상미도 한 몫한다. 하지만 ‘트엘브’엔 그런 정도의 이야기나 화사한 영상미 등이 없었다. 그저 액션에 ‘몰빵’한 듯한 설정이었는데 액션조차 박진감이 없으니 시청 포인트가 사라졌던 것이다.
우리 현실에 판타지 액션 드라마가 매우 위험한 기획이라는 건 KBS도 충분히 알았을 법한데 왜 ‘트웰브’를 선택했는지 의아하다. 아마도 마동석이란 이름 석 자를 믿었을 것이다.
그러나 마동석이 아무리 대스타여도 흥행을 보장해주진 않는다. 마동석을 내세운 ‘황야’나 '거룩한 밤:데몬 헌터스' 같은 판타지 액션 영화들도 줄줄이 흥행 실패했다. 관객이 마동석 이름만 보고 무조건 관람하진 않는다는 점이 확실해진 것이다.
원래 작품 흥행에 스타가 절대적 영향을 발휘하진 못한다. 스타는 해당 작품의 홍보, 초기 화제성에는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궁극적인 흥행 성공은 작품 자체의 이야기나 완성도만이 이루어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송가에서 너무 과도하게 스타마케팅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어왔다. 이번에도 마동석의 힘만 믿고 시나리오 검토 등은 소홀히 한 게 아닐까?
작품의 핵심은 이야기다. 그것을 구현하는 연출력도 중요하다. ‘오징어게임’이 스타 마케팅으로 성공한 것이 결코 아니다. 제 아무리 스타가 나와도 이야기와 연출력이 약하면 몰입을 이끌어낼 수 없다. ‘트웰브’가 그런 경우다. 방송사들이 이 점을 확실히 인지해야 한다. 판타지 CG를 그려 넣어도 맥 빠지는 액션으론 시청자의 이목을 사로잡을 수 없다는 점도 말이다.
글/ 하재근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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