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 품목에 이름 올린 전통주, 내수도 버거워
양곡관리법 ‘현실과 괴리’...농정만 있고 전통주는 제외
지역특산주 제도, 혜택보다 큰 ‘원료 족쇄’…"성장 저해"
“규제 등 세계화 토대 마련해야”
한식세계화추진단은 우리 음식의 세계화를 위한 개발 중점 품목으로 비빔밥·떡볶이·김치·전통주를 선정했다. 이중 많은 전통주들은 세계화는커녕 내수시장에서조차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 고유의 전통주 열풍으로 국산 쌀의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우리나라는 전통주를 만들고 또 이 시장을 키울 수 있는 구조 자체가 미흡하다. 원료 수급은 불안정한데 제도는 여전히 규제와 형식 만을 강조한다. 전통주 육성을 외친 지 오래지만, 실제 생산 구조는 세계화는커녕 내수조차 버티기 힘들게 짜여 있다.
최근 개정된 양곡관리법만 봐도 현장과 괴리가 크다. 농정이 ‘쌀 초과 생산’ 억제에만 치우치면서, 전통주 산업은 애초에 고려조차 되지 않았다. 쌀 수급 안정의 한 축으로 전통주를 보고, 일정 물량 배정이나 가공용 쌀 공급을 제도화했어야 했다.
최근 개정된 양곡법의 핵심은 ▲벼 재배 면적 사전 조정 ▲쌀 이외 타 작물 재배 농가에 대한 재정 지원 ▲과잉 생산 발생 시 정부 의무 매입 기준 강화 등이다. 쌀 초과 생산으로 발생하는 시장 왜곡과 정부 재정 부담을 줄이겠다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최근 기후 악화로 생산량이 줄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일반미 공급이 사실상 끊겼다. 경기도 북부의 파주 지역은 작황 부진으로 당초 목표치보다 수매량이 크게 줄었고, 이로 인해 지역 양조장에 대한 쌀 공급이 중단되면서 막걸리 등 다양한 산업에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이는 단순한 일시적 피해가 아니다. 전통주 산업의 기반 자체를 흔드는 문제다. 특정 지역 쌀만 고집하게 하는 현행 제도는 기후 변수 앞에서 취약할 수밖에 없다. 지역 특산주의 취지는 살리되, 원료 공급이 막힐 경우 다른 지역 쌀로 대체할 수 있는 유연성을 부여해야 한다.
특히 지역특산주 면허 제도 역시 전통주 성장에 큰 장애물이 되고 있다. 정부가 지역 농산물만 원료로 쓰는 대신 세제 혜택과 온라인 판매 특례를 내놨지만, 원료 수급 불안이 이를 모두 잠식하고 있다. 타 지역 쌀을 활용할 수 없어 오히려 족쇄가 되고 있는 셈이다.
가장 큰 문제는 원료 사용을 인접 시·군구로 한정해 놓은 제도적 경직성이다. 주세는 국세에 해당되지 지방세가 아니다. 국산 농산물 소비 촉진과 전통주 살리기가 정부의 본래 취지라면, 시·군구가 아닌 최소한 도(道) 단위까지 원재료 사용을 허용하는 것이 마땅하다.
이웃나라 일본은 이미 오래 전에 자국의 쌀을 사용해 ‘사케’라는 이름의 브랜드를 세계화하는 데 성공했다. 우리도 그들의 성공을 거울 삼아 쌀막걸리를 세계적인 한국 전통의 술로 대중화하는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우리의 노력에 따라 지속적인 수요 창출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결론적으로 정부가 말하는 전통주 육성은 선언에 그쳐서는 안 된다. 농정의 틀 속에 전통주 산업을 제도적으로 편입시키고, 지역 농가와 양조장이 상생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 쌀을 둘러싼 왜곡된 제도를 손보지 않는다면, K술의 미래는 구호에 머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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