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협상 자랑하다 韓·日 약정액 언급
WSJ “美상무, 韓에 투자금 증액 요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한국이 관세인하 대가로 약속한 3500억 달러(약 493조원) 규모의 대미(對美)투자가 ‘선불’로 이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미가 3500억 달러 투자금의 구성과 사용처 등을 놓고 줄다리기 협상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미투자가 신속히 이뤄지도록 압박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싱가포르 더 스트레이츠 타임스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중국 짧은 동영상 플랫폼 틱톡의 미국 내 사업권 매각 합의 관련 행정명령 서명식이 열린 미 백악관 집무실에서 취재진에 “알다시피 우리는 일본에서 5500억 달러, 한국에서 3500억 달러를 각각 받는다”며 “그것들은 선불”(that’s up front)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것은 이전에는 (그 나라들이) 전혀 지불하지 않던 금액”이라며 “우리는 그동안 다른 나라들로부터 결코 제대로 대우받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그의 이같은 발언은 트럼프 행정부가 각국과 벌인 무역 협상의 성과를 자랑하던 중 나온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앞서 “우리는 무역협상에서 아주 잘하고 있다. 중국 등 많은 국가들과 잘하고 있다”며 한국 및 일본의 투자 약정액을 언급했다. 투자가 신속하게 이뤄지도록 압박하려는 의도인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과의 투자방식 등 합의를 문서화한 일본과 달리 한국의 경우 7월 말 큰 틀 합의 뒤 후속 협상에서 난항을 겪고 있다.
특히 미국의 압박은 더 거세지는 모양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이 최근 한국 정부 인사에게 한국의 대미투자 약정 금액 3500억 달러를 더 늘려 최종 액수를 일본의 5500억 달러에 가깝게 만드는 방안을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게다가 일본과 동일한 조건을 한국도 수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고 WSJ는 전했다. 이달 4일 미·일 양국은 대미투자 금액을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투자 프로젝트에 투입하고 원금 회수 뒤에는 미국이 이익의 90%를 가져간다는 내용의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한·미 양국은 지난 7월말 타결한 무역협상에서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상호관세와 자동차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대신 한국은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투자 등을 시행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대미투자금을 어떤 식으로 구성하고 이행하느냐 등을 두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 현재 3500억 달러의 대미투자 펀드의 구성과 관련해 지분투자를 최소화하고 대부분을 대출과 보증으로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미국은 지분투자 방식으로 달러 현금을 한국에서 받아 투자처를 미국이 결정하고 투자 이익도 미국이 90%를 가져가는 등의 합의를 요구하고 있다.
한국은 미국의 요구대로 3500억 달러의 대미 투자금을 제공할 경우 한국이 상당한 외환 리스크(위험)를 지게 된다는 점에서 한·미간 통화스와프(통화 맞교환 계약) 체결을 요구하고 있다. 또 통화스와프가 체결이 이뤄지더라도 3500억 달러 전부를 현금으로 미국에 투자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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