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대, 금융위·금감위 현행 유지 결정
기재부 내부선 ‘혼란·당혹’ 가중
재경부 입지 줄어들라…우려 커져
예산, 금융 모두 잃어…견제 기능 줄어
정부 조직개편 후폭풍이 거세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 대통령실이 금융당국 개편을 철회하면서 혼란을 키웠다. 예정대로 조직개편이 이뤄졌으면 금융위원회 기존의 업무는 재정경제부(재경부)로 이관될 예정이었는데, 계획은 백지화했다.
급작스럽게 뒤바뀐 상황에 기획재정부 내부는 혼란이 커지고 있다. 내년 1월 출범을 앞둔 재경부 입지가 좁아지는 것이 아냐냐는 우려가 커진다. 전문가들은 기획 정책과 예산 편성 기능이 한 곳으로 쏠리면서 견제의 기능이 약해질 수 있다고 염려한다.
살아남은 금융당국…예산·금융 잃은 ‘재경부’ 약화 불가피
당정대는 지난 25일 긴급회의를 열고 ‘금융감독위원회 설치법안’을 철회했다. 금융감독위원회 설치법안은 금융위를 해체해 금융감독위를 신설, 감독 기능을 분리하기 위한 것으로 이재명 정부 조직개편의 핵심 사항 중 하나였다.
앞서 정부는 조직개편을 통해 기재부를 재경부와 기획예산처(예산처)로 분리하기로 했다. 국내금융 기능을 재경부로 이관한다.
이에 따라 재경부는 경제부총리 겸임으로 경제정책 총괄·조정, 세제, 결산 포함 국고 기능 등을 수행한다. 국무총리 소속으로 신설하는 예산처에서는 예산편성, 재정정책·관리, 미래사회 변화 대응 등 중장기 국가발전전략을 수립하기로 했다.
그러나 금융당국 개편이 원점으로 돌아가면서 재경부 약화가 불가피해졌다. 표면적으로는 정책을 총괄하는 부총리의 권한은 남아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예산과 금융의 기능 모두를 흡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기재부는 전날 언론 공지를 통해 “신설될 재경부가 부총리 부처로서 경제사령탑 역할을 수행하는 것은 변함 없다”며 “국회에서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확정될 시 경제정책 총괄 조정기능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해 나가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재정 금융당국과는 소통을 이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기재부 내부선 ‘혼란’…예상 견제 기능 줄어
기재부만 분리되는 ‘반쪽 개편’이 이뤄지자 내부적으로는 혼란스러움이 가중되고 있다.
기재부 소속 공무원은 “예산과 금융을 선호하는 사무관들이 많다. 외부 직책 등 여러 가능성이 열려 있어서다. 금융위에 대한 기대감이 컸을텐데 갑자기 철회되니 당황스러울 것 같다”며 상황을 전했다.
또다른 기재부 관계자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는데 금융위가 오지 않는다니 당황스럽다. 집회만 하면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냐”며 황당해했다.
아쉬움을 표하면서도 향후 금융당국과 재경부, 예산처 간 어떻게 소통을 이어갈지 의문을 표하는 이들도 있다.
기재부의 한 과장은 “기재부만 유달리 힘이 빠지는 것 같아 당황스럽다”면서도 “이전에 금감위와 재경부, 예산처 체제로 운영됐었다. 이후 조직개편으로 지금의 형태가 오랫동안 유지됐다. 결국 앞으로 어떻게 소통하고, 교류할 지가 관건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는 조직개편 번복을 두고 예산 기능에 대한 견제가 미흡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위, 금융감독위 조직개편이 철회됐고, 예산 기능마저 국무총리 산하로 신설됐기 때문이다.
홍우형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 ‘관치금융’ 체제다. 그러나 금융위는 예산 권한이 없어 관리의 대상이 아니고 금융위는 금융위대로, 기재부는 기재부대로 업무 범위가 다르다. 이러한 부분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기재부가 예산 권한을 쥐고 있을 때는 제도상 규율을 통해 견제가 이뤄졌으나 제도권 밖으로 벗어나면 그만큼 견제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우려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예산이 분리되는 것은 재정 정책에서 상당 부분이 빠져나간다는 의미”라며 “금융 정책을 이를 보완하려 한 것으로 해석된다. 현재 금융, 예산, 국고 등이 잘 맞물려 돌아가고 있지 않다. 정부가 이에 대한 균형의 원리를 살려야 한다”고 진단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