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9월 이후 3년 만에 파업
2002년 금융노사 합의로 주 5일제 도입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이 근로시간 단축(주 4.5일제 시범 근무)과 3.9%의 임금 인상률, 정년 연장 등을 요구하기 위해 26일 전면 파업에 돌입했다. 이번 파업은 2022년 9월 이후 3년 만이다.
금융노조는 이날 오전 서울 광화문 세종대로사거리 일대에서 집회를 열고 총파업 투쟁에 나섰다. 집회에 참석한 행원들은 세종대로 차선 절반을 차지했다.
금융노조는 사측과 지난 23일 노사 간 대표 교섭을 진행했으나 결렬된 바 있다. 당초 금융노조는 임금 7.1% 인상을 요구했으나 협상이 결렬되면서 최종적으로 3.9% 인상률을 제시했다. 반면 사측은 2.4%의 인상률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금융노조는 주 4.5일제 도입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현재 은행 영업점 근무시간은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다. 영업점 근무시간을 월~목요일 오후 4시30분으로 늘리는 대신 금요일은 오전까지만 근무하겠다는 것이다.
금융노조는 "지난 몇 년간 은행들이 효율화를 내세워 765개 점포를 닫고 7000명이 넘는 인력을 줄인 탓에 남은 노동자들의 부담은 커졌다"며 "현장에선 장시간 노동이 일상이 됐다"고 설명했다.
금융 노사는 주 4.5일제 도입을 두고 본격적인 대화를 하지 못하고 있다. 사용자 측은 주 4.5일제 도입에 대해선 아예 교섭 의제로도 받아들이지 않는 입장이다.
금융노조 총파업에 경영계도 주목하고 있다. 특히 금융노조의 주 4.5일제 요구와 관련해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금융노조는 2002년 사측과 노동 합의를 통해 주 5일제 근무를 도입한 바 있다. 이를 계기로 국내 기업들도 주 5일제 근무를 시작하며 현재와 같이 보편화됐다.
이후 2003년 국회에서 주 5일제(주 40시간) 등 법정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근로기준법이 개정했고, 2004년부터 단계적 시행에 들어갔다.
주 4.5일제는 이재명 정부 국정과제이기도 하다. 주 4.5일제 추진 등 실노동시간 단축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노사정 협의체가 출범했기에 금융노사 간 논의가 진전된다면 전 사업장으로 확산할 동력을 얻을 수 있어서다.
김형선 금융노조 위원장은 전날 조합원들에게 보내는 담화문을 통해 "2002년 투쟁을 통해 대한민국 최초의 주 5일제를 얻어냈듯이 주 4.5일제를 우리 힘으로 열어내자"고 강조했다.
금융노조 측은 3년 전 총파업보다 더 많은 인원이 참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22년 IBK기업은행 노조 집계에 따르면 당시 파업 참석 인원은 약 5000명이었으나, 올해 각 지역에서 참석하기 위해 올라온 인원이 더 늘었다는 게 기업은행 노조의 분석이다.
다만 시중은행의 참여가 3년 전보다 늘었어도 참여율 자체는 높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22년 금융노조 총파업 당시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파업 참여율은 0.8%에 머물렀다. 5대 시중은행 관계자는 "파업에 참여해도 은행 영업에 지장이 없도록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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