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규리 감독 연출
OTT를 통해 상업영화 뿐 아니라 독립, 단편작들을 과거보다 수월하게 만날 수 있는 무대가 생겼습니다. 그중 재기 발랄한 아이디어부터 사회를 관통하는 날카로운 메시지까지 짧고 굵게 존재감을 발휘하는 50분 이하의 영화들을 찾아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다정하고 섬세한 성격의 태식(이영태)은 예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며, 메이크업을 전공하는 발랄하고 애교 많은 딸 수인(심해인)과 함께 산다.
그러나 태식에게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한 작은 비밀이 있다. 낮 시간, 손님들이 모두 나가고 수인이 집을 비운 틈을 타 그는 혼자만의 즐거움을 누린다.
화장을 하고 가발을 써보며 비로소 자신을 표현하고 해방감을 느낀다. 그에게 이 시간은 억눌렸던 자신을 드러내는 소중한 놀이이자 쉼표 같은 시간인 셈이다.
하지만 어느 날, 평소보다 일찍 돌아온 수인에게 그 모습이 들키게 되면서 평온했던 일상은 흔들리기 시작한다. 예상치 못한 아버지의 모습에 놀란 수인, 그리고 딸에게 자신의 비밀이 드러나 당황한 태식. 두 사람은 잠시 어색하고 불편한 침묵 속에 놓인다.
이 침묵을 깬 건 딸 수인이다. 아버지에게 직접 화장을 해주겠다고 다가온다. 거울에 비친 부녀의 얼굴은 따사롭고, 행복해 보인다.
보통은 부모가 자식의 선택을 믿고 지지해주는 이야기들은 많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 반대 방향에서 시작된다. 자식인 수인이 아버지의 선택과 존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먼저 손을 내미는 서사다.
수인이 태식에게 화장을 해 주는 행위는 마음을 열고 다가가는 행위인 동시에 자신의 꿈을 아버지의 얼굴 위에 펼쳐 보이는 순간이자, 아버지를 인정한다는 진심 어린 표현 아닐까.
부모와 자식이라는 관계를 넘어, 모든 인간관계에서 우리가 가져야 할 존중과 수용의 태도를 생각하게 만든다. 러닝타임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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