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현실이 된 이재명 ‘셰셰 외교’ 위기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5.09.29 07:06  수정 2025.09.29 07:07

말로 얼렁뚱땅해서 될 게 있고 안 되는 것 있다

트럼프 3500억 달러 선불 못 박은 이유 이제 알겠나?

텅 빈 유엔총회장 李 연설에 `우레와 같은 박수'라니….

낯부끄러운 ‘땡전명비’ 방송, 정권 몰락 초래할 것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 총회장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연합뉴스

대통령 이재명의 ‘셰셰(謝謝, ’감사하다‘란 뜻의 중국어)’ 발언만큼 그를 잘 대변하는 어록도 없다.


“왜 중국을 집적거리나? 그냥 중국에도 셰셰, 대만에도 셰셰 이러면 되지. 중국과 대만 국내 문제가 어떻게 되든 우리가 뭔 상관있나?”

너무 가볍고 속(俗)되다. 지난해 3월 4.10 총선 유세차 충남 당진 시장에 갔을 때 일개 시장 상인처럼 한 말이다. 많은 (주로 보수우파) 국민들이 그의 이런 ‘철학’에 한숨지었다.


대다수 진보좌파와 중도좌파들은 우호적으로 해석했을 것이다. “불필요한 갈등 일으키지 말고 사이좋게 지내서 평화 유지하고 이득 취하자는 뜻으로 말한 거겠지….” 그래서 그들은 그가 대표로 있는 민주당에 몰표를 던졌다.


의대 증원 사태로 나라를 시끄럽게 하고 순직 해병 사건 지휘 문제를 덮으려고 한 윤석열에게는 매서운 심판을, 자기에게 충성하는 사람들은 대거 살리고 반대 인사들은 몰살시킨 비명횡사 친명횡재 당에는 ‘셰셰’ 표를 준 결과가 오늘날의 입법 독재 깡패질이다.


검찰청 폐지 등 정부 조직을 자기들 멋대로 군사 작전하듯 보복 개편해 버린다. 대통령 당선으로 잠시 중단된 재판들의 후환을 원천적으로 제거해 버릴 목적이 빤히 보이는 사법부 장악 기도도 서슴지 않는다. 대법원장을 가짜 뉴스로 망신 주려다 실패하자 국회 권력을 휘둘러 청문회를 하겠다고 한다.


무얼 따지자는 청문회인가? 그가 윤석열에게 유리한 대법 결정을 위해 총리 등과 비밀 식사 회동을 했다는 가짜 뉴스가 가짜 뉴스였음을 증명하기 위해 AI 음성을 포함한 그 가짜 뉴스들을 일일이 재방송하겠다는 건가? 어처구니없다.


이재명은 총선 압승, 입법 전횡-특검 압박에 따른 계엄 후 윤 탄핵으로 이뤄진 대선에서 후보가 돼 셰셰 비판을 항변하며 자기 ‘철학’을 재확인했다.


“나는 대만하고 중국하고 싸우든지 말든지 우리랑 무슨 상관이냐고 말했는데, 틀린 말을 했나? 일본 대사한테도 쎄쎄 하려고 하다가 못 알아들을 것 같아서 ‘감사하무니다’라고 했다. 잘못했나? 국민들 좀 더 잘 먹고 잘살게 하자는 일이 외교 아닌가? 언제나 국익 중심으로 한·미·일 협력-동맹하고, 중국·러시아 관계도 잘 유지해 물건도 팔고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취지는 좋다. 그러나 국익만큼 국민의 자존심, 국격도 중요하다. 장사꾼처럼 겉으로 굽실거리고 속으로 몇 푼 이익을 챙기는 태도를 바라는 국민들은 많지 않다. 부드러우면서도 분명한 원칙으로 단호할 땐 단호해야 하는 게 세계 10위권 민주 국가와 대통령이 취해야 할 자세다.


지난번 트럼프와 만나서 ‘국익’에 중대한 관세 협상에 별 성과가 없었던 게 그의 셰셰 외교의 함정이고 한계다. 말로 얼렁뚱땅해서 될 게 있고 안 될 게 있다.


MASGA(Make America Shipbuilding Great Again, 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니 END(Exchange-Normalization-Denuclearization, 교류-관계 정상화-비핵화)니 하는 그럴듯한 조어 솜씨는 속이 곧 드러난다. 디테일이 중요하다. 장사꾼 트럼프는 ‘각하는 피스 메이커, 저는 페이스 메이커’ 식의 얄팍한 말 대접과 장사 기술에 속아 넘어갈 사람이 아니다.


그런데도 이재명 대통령실은 그 셰셰가 통해서 “굳이 합의문이 필요 없을 정도로 잘 된 회담이었다”라고 국민을 속이려 했다. 다들 회담 직후에는 넘어갔다. 의외로 이 대통령이 트럼프도 잘 구슬리고 대안을 설득력 있게 제시해서 관세 쓰나미를 잘 피했나 보다 했다.


그러나 진실이 아닌 건 오래 가지 못한다. 다른 얘기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협상이 잘 된 게 아니라 하지도 않았던 것이다.


이윽고 트럼프의 3500억 달러 선불 발언이 터졌다. ‘놀지 마라’는 경고와도 같다. 그는 시작도 않은 협상이 잘 끝난 것처럼 자화자찬하는 한국 정부를 위에서 내려다보기라도 한 듯이 남대문 옷 장사 시골 청년 돈 빼앗는 협박 발언을 했다.


“우리는 매우 잘하고 있다. 중국 포함 여러 국가와도 잘 진행 중이다. 관세가 부과되고 협정이 체결되면서, 한 사례(EU)만 봐도 9500억 달러를 확보했다. 일본은 5500억 달러(선불, 한국이 바라는 대출-보증이 아니라 ‘사이닝 보너스’(Signing Bonus), 한국은 3500억 달러다. 이건 선불(Up front)로 받는 금액이다.”

난감하다. 트럼프의 기세로 보아 이 선불 조건으로 무슨 딜을 또 치게 될지 모른다. 5500에 근접한 3500 플러스 알파 얘기도 있다. 자동차에 이어 의약품-반도체 관세 폭탄이 다음 차례다. 이재명의 셰셰 기회는 지난 한 번으로 끝났다.


그의 입이 헤벌쭉 벌어지게 할 기회도 이젠 없고 있다고 해도 효과도 없다는 게 증명됐다. 이래도 셰셰로 국익 챙길 수 있다는 말 또 할 수 있나? 그의 지지율과 주가-환율은 안 좋아지고 있다. 내용과 진실이 없는 빈 깡통 말 잔치의 결과다.


이런 판에 그는 세계 정상 150명이 모인 트럼프 주최 만찬장에 가지 않았다. 일 대 일 셰셰 회담에는 자신이 있으나 수많은 지도자들이 한자리에 운집한 파티에는 자신이 없었는가? 혼밥 대통령(문재인)에 이어 천금같은 ‘국익 외교’ 기회를 스스로 걷어차 버린 두 번째 민주당 소속 대통령이다.


그는 셰셰 회담과 함께 혼자 한글 인쇄물을 읽는 연설에는 심혈을 기울였다. 점심시간 연설이 배정된 그 유엔 총회장은 대부분 자리를 빠져나가 텅텅 비어 있었다. 그나마 앉아 있던 국가 대표-직원들도 휴대 전화를 들여다보거나 멍하니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다.


대한민국이 이런 대접을 받는 나라로 추락했다. 그는 이 ‘무관중’ 연설에서 난데없는 ‘국제사회로의 당당한 복귀’를 선언했다. 어안이 벙벙하다. 한국이 언제 국제사회에서 떨어져 고립돼 있었나? 아마도 계엄 사태를 말한 것 같은데, 우리 내부 정치적 코미디 사건에 대한 자학이고 자해다.


공영방송이라고 하는 한 매체는 이 연설을 보도하면서 ‘우레와 같은 박수’라는 자막을 달았다. 이 방송 기자와 데스크 귀에는 텅 빈 회의장에서 몇몇 사람이 의례적으로 쳐 주는 박수가 천둥(우레)소리로 들린 모양이다.


땡전 뉴스를 연상케 하는 한심한 아부 방송이 대통령 지지율을 떠받치려고 안간힘을 쓸 때 그 지지율은 폭락할 수밖에 없다. 친 민주당 방송과 신문의 명비어천가 메아리가 정권의 몰락을 부르게 될 것이다.

글/ 정기수 자유기고가(ksjung72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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