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에 이어 오픈AI까지 대규모 물량 요구
韓반도체, 생산능력 확대 로드맵 변화 가능성
전문가 "두 기업 증설 전략이 시장 판도 결정"
경기 이천 소재 SK하이닉스 M16 공장 전경ⓒSK하이닉스
엔비디아에 이어 오픈AI까지 대규모 HBM(고대역폭메모리) 물량을 요구하면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계의 생산능력 확대 로드맵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향후 두 기업의 생산능력이 시장 주도권을 좌우할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오픈AI가 700조원 규모의 '스타게이트(Stargate)' 프로젝트를 위해 요구한 월 90만장 이상의 HBM 공급이 현실화하면 향후 시장이 요구하는 HBM의 물량은 월 100만장을 넘어설 것으로 관측된다. 이는 HBM 수요를 주도하고 있는 엔비디아의 추정 물량인 월 15만장을 포함한 수치다.
현재 글로벌 HBM 월 생산량이 약 40만장 수준에 그친다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몇년 간 수요·공급 불균형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HBM은 AI 학습용 GPU(그래픽처리장치)에 직접 탑재되는 핵심 부품으로, 기술력뿐 아니라 생산 속도와 공급 안정성이 기업 경쟁력을 좌우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오픈AI는 미국 오라클, 일본 소프트뱅크와 최대 5000억 달러(약 700조 원)를 투자해 2029년까지 미국 내 초대형 AI 데이터센터(AIDC) 20개를 건설할 계획이다. AIDC에는 HBM뿐만 아니라 저전력 D램(LPDDR), 서버용 SSD 등 다양한 메모리 반도체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파트너사로 투자의향서(LOI)를 체결했다.
이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오픈AI의 대규모 수요에 맞춰 생산 체계 구축 로드맵을 일부 조정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1일 브리핑에서 "지금 SK와 삼성이 운영하는 공장을 이론적으로만 봐도 두 배 정도고, 공장을 새로 지어야 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약 5개월 간 지연됐던 평택캠퍼스 4공장 페이즈4(Ph·생산공간) 마감공사의 종료 시점을 3개월 앞당겼다. 내년 HBM4 양산 체제를 조기에 확보하기 위한 조치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삼성전자의 평택캠퍼스는 총 6개 공장으로 구성된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생산단지다. 4공장은 네 개의 페이즈로 구분되며, Ph1은 낸드와 D램을 함께 생산하는 하이브리드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Ph3은 최근 마감 공사를 마쳤고, Ph2와 Ph4는 막바지 공사가 진행 중이다.
Ph4는 당초 파운드리 중심 라인으로 계획됐지만, 시장 수요 변화로 10나노급 6세대(1c) D램 중심 라인으로 전환될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는 향후 해당 라인을 HBM 생산에 투입해 공급능력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최근에는 내년 메모리 생산량 확대에 대비하기 위해 5공장 착공 준비에도 돌입한 것으로 전해진다.
SK하이닉스는 경기 이천과 충북 청주 라인의 가동률을 높이는 동시에 라인 전환 등을 통해 대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특히 청주 M15X 신규라인이 물량 대응의 핵심 거점이 될 전망이다. 회사는 연말 M15X 라인 가동을 기점으로 HBM 생산 능력이 대폭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용인 신규 공장 가동은 오는 2027년 예정돼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업계가 기존 로드맵을 가지고 있었던 만큼, 라인 전환 등을 비롯해 증설에도 속도가 붙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학과 교수는 "이번 계기로 고객사 물량이 명확해졌다. 오픈AI가 도전적인 물량을 던졌는데, 이를 소화하기 위해서라도 생산 능력을 확대해야 한다"며 "우리 기업들의 기존 로드맵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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