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한부 재벌 회장과의 계약 결혼’이라는 줄거리의 드라마 ‘착한여자 부세미’는 막장 드라마처럼 보이는 이 소재를 비틀었다. 결과는 시청률 상승하며, 시청자에게 재미를 선사 중이다. 익숙함과 신선함을 절묘하게 조화시키는 ENA의 성공 공식을 잘 보여준 셈이다. 앞서 중년 로코의 클리셰를 유쾌하게 풀어낸 ‘금쪽같은 내 스타’와 장르물의 카타르시스에 ‘교통 범죄’를 가미해 공감대를 형성한 ‘크래시’ 등과 유사한 흐름이다.
흙수저 경호원 김영란(전여빈)이 시한부 재벌 회장 가성호(문성근)와 계약 결혼을 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은 ENA ‘착한여자 부세미’는 첫 회 2.4%로 출발해 2회 만에 4%를 돌파했으며 6회까지 방송된 현재, 5%대 후반의 시청률일 기록하며 상승 곡선을 그려나가고 있다.
짜임새 있는 전개를 보여주면서 동시에 주인공 부세미를 비롯한 조력자인 가성호의 변호사 이돈(서현우)와 빌런 가선영(장윤주)의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까지. 범죄 드라마와 블랙 코미디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것이 ‘착한 여자 부세미’의 장점이다.
설정만 보면 한 편의 막장 드라마가 펼쳐질 것 같지만, 상속을 둘러싼 긴장감 가득한 전개로 범죄 드라마의 재미를 전하되 곳곳에 심어둔 유머로 웃음을 유발하는 등 신선함과 익숙함을 영리하게 오간 것이 흥행의 이유가 되고 있다.
이는 그간 입소문으로 반전 흥행을 써 온 ENA 드라마의 전반적인 장점이기도 하다. 전작인 ‘금쪽같은 내 스타’ 또한 1%대의 시청률로 출발했지만, 드라마를 향한 호평을 바탕으로 4%대의 시청률로 기분 좋게 마무리를 했었다.
대한민국 최고의 톱스타가 하루아침에 평범한 중년 여성이 된 후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은 이 작품은, 스타와 팬의 로맨스와 한물간 스타의 성장기 등 ‘아는 맛’을 맛있게 전달하는 로코였다. 엄정화, 송승헌 조합 또한 이미 영화 ‘미쓰 와이프’에서 확인한 바 있으나, 그래서 더 찰떡같은 케미로 ‘금쪽같은 내 스타’의 유쾌한 재미를 배가한 것이 시청자들에게 통한 이유가 됐었다.
장르물을 공감 가게 풀어내는 전략으로 만족감을 선사하기도 한다. 범죄 드라마의 카타르시스에, 교통 범죄로 한층 더 탄탄하게 공감대를 형성해 호평받은 ‘크래시’부터 자식을 위해 괴물이 되기로 한 두 아버지의 부성애를 묵직하게 그려낸 ‘유어 아너’, 어설픈 유괴범 김명준과 11살 천재 소녀의 이야기를 따뜻하게 풀어낸 ‘유괴의 날’까지. 어디서 본 것 같지만, 특유의 재미가 있는 작품들로 반전 흥행을 이뤄냈었다.
장르적 재미를 기반으로 하되, 지금의 시청자들이 즐길 수 있는 쉬운 전개로 진입장벽을 낮추고 대신 완성도를 채워 만족도 배가하는 이 방식은 ENA가 부족한 채널 인지도를 극복한 방식으로 분석되기도 했었다.
물론,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에 익숙한 요즘 시청자들을 겨냥, 표현의 수위를 끌어올린 ‘아이쇼핑’은 ‘너무 자극적’이라는 비판을 받으며 2%대의 시청률에 머무르는 등 편안한 전개에서 벗어난 시도는 저조한 반응을 얻기도 했다.
앞서 언급한 작품들 모두 입소문으로 시청률을 끌어올린 쉽지 않은 일을 해냈지만, 그럼에도 5~6%대의 ‘중박’ 이상의 한 방도 필요하다는 아쉬움 섞인 목소리도 없지 않다. 그럼에도 10%를 돌파하는 대박작을 배출하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는 요즘, ‘반전’을 이뤄내는 ENA의 전략만큼은 유의미하다는 평이다. 한 방송 관계자는 “아는 맛을 만족스럽게 전달하는 것도 쉽지는 않다. 특히 요즘엔 장르 클리셰를 세련되게 풀어내는 것이 중요한데, 이것이 통한다는 건 그만큼 시청자들의 니즈를 잘 파악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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