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K-POP)이 글로벌 문화의 중심으로 확고히 자리 잡으면서, 자신들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방식 또한 다채롭게 진화하고 있다. 최근 가장 두드러진 흐름은 ‘한국적 코드’의 전면적인 활용이다. 과거 동양적인 신비감을 강조하는 수준을 넘어, 한국 고유의 전통미는 물론 현대 한국인의 평범한 ‘일상의 미’까지 콘텐츠에 적극적으로 녹여내며 세계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비비업 ⓒ이고이엔티
그룹 비비업(VIVUP)은 지난 22일 첫 미니 앨범 수록곡 ‘하우스 파티’를 선공개하며, 멤버들이 설화 속 도깨비로 변신하고 전통 한옥을 배경으로 삼는 등 한국적 요소를 깊이 있게 담아냈다. 비비업은 쇼케이스 당시 “한국의 미를 세계에 알리고 싶다”는 명확한 포부를 밝히며 K-콘텐츠의 본질적인 매력을 알리는 데 동참했다.
이처럼 케이팝 아티스트들이 한국적 코드를 자신 있게 내세우는 배경에는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명제가 연이은 성공으로 입증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6월 공개된 ‘케이팝 데몬 헌터스’와 OST ‘골든’ 등의 글로벌 열풍은 이러한 공식을 다시 한번 케이팝 신에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다.
실제로 비비업 외에도 많은 그룹이 한국의 미학을 무대 위로 적극적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그룹 더킹덤은 밀양아리랑을 현대적으로 샘플링한 ‘화월가’를 발표하며 이러한 흐름에 동참했다. 이들은 단순한 음악적 차용을 넘어 무대 퍼포먼스에서 화려한 부채춤을 선보이며, 한국 전통무용의 아름다움을 케이팝 안무에 성공적으로 접목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글로벌 팬덤을 보유한 스트레이 키즈(Stray Kids) 역시 월드 투어 공연 전반에 한국의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투영하고 있다. 이들은 투어 셋리스트 중 ‘워킨 온 워터’(Walkin' On Water) 무대에서 멤버들이 한복을 입고 사자탈 군단과 함께 등장해 압도적인 스케일과 한국적인 미장센을 동시에 선보였다. 또한 무대 스크린을 통해 한국적 이미지를 감각적으로 띄우는가 하면, 히트곡 ‘특’ 무대에서는 서울의 역동적인 명소들을 배경 영상으로 활용해 케이팝의 본고장인 서울과 한국을 전 세계 팬들에게 강하게 각인시킬 것으로 보인다.
최근 케이팝이 한국을 담아내는 방식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지점은, 그 시선이 거대한 전통 문화를 넘어 소박한 ‘일상’으로까지 확장되고 있다는 것이다. 궁궐, 한복 등 웅장하고 전형적인 ‘한국의 미’뿐만 아니라, 지금 한국인들이 살아가는 동시대의 일상적 요소들까지 매력적인 K-콘텐츠의 소재로 재조명받고 있다.
그룹 르세라핌의 뮤직비디오에 등장한 전통시장이 그 예다. 멤버들이 활기 넘치는 시장을 배경으로 퍼포먼스를 펼치는 모습은 국내 팬들에게는 익숙함을, 해외 팬들에게는 한국 고유의 생동감 넘치는 문화를 엿보는 신선한 재미를 선사했다. 또한 미야오(MEOVV)는 한발 더 나아가 지극히 사적인 추억의 공간을 뮤직비디오의 배경으로 선택했다. 학창 시절 친구들과 흔히 찾던 분식집을 배경으로 한 뮤직비디오는, 떡볶이와 튀김으로 대표되는 한국의 분식 문화와 그 시절의 감성을 담아내며 공감을 얻었다. 이처럼 평범한 한국의 일상적 배경들이 글로벌 팬들에게는 가장 트렌디하고 독특한 ‘K-바이브(Vibe)’로 소비되는 모양새다.
사실 케이팝이 한국적인 콘셉트를 전면에 내세워 글로벌 시장에서 호평을 얻은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방탄소년단의 ‘아이돌’(IDOL), 슈가의 ‘대취타’, 스트레이 키즈의 ‘소리꾼’, 아이브의 ‘해야’, 블랙핑크의 ‘하우 유 라이크 댓’(How You Like That) 등 수많은 케이팝 히트곡들이 전통 음악부터 의상, 장소 등 한국의 전통 미학을 성공적으로 재해석해 글로벌 팬덤의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한 케이팝 관계자는 “탄탄하게 쌓아 올린 성공의 역사 위에, 최근 ‘케데헌’의 성공까지 더해지면서 한국적인 소재를 탐구하고 재해석하려는 케이팝 신의 움직임은 앞으로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전통은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소재다. 해외 팬들에게는 물론 국내의 젊은 세대에게도 그렇다. 특히 세계를 누비는 아이돌의 영향력을 바탕으로 국내의 문화르 알리고 관광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일거양득의 효과까지 노릴 수 있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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