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주거복지 사다리 사라져” vs 정부 “투기수요 차단”
잇단 수요 억제책에도 주택가격전망지수, 4년 만에 최고치
임대차 시장도 ‘흔들’…전세 매물 감소·월세화 가속
ⓒ데일리안 DB
정부의 잇따른 수요 억제 중심의 부동산 정책에도 수도권 아파트 값은 오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다주택자와 갭투자(전세 낀 매매)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잇는 가운데 전월세 가격에 대한 세입자들의 부담도 커질 전망이다.
30일 국회에 따르면 전날 진행된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여야의 공방이 오갔다.
배준영 국민의힘 의원은 “주거복지를 위한 사다리가 사라지고 있다. 부자들의 신용대출과 예금담보대출이 늘어 강남 아파트값은 더 오르고 있다”며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집값의 40% 이상인 대출은 오히려 강북·금천·성북·중랑구가 많고 용산·서초·강남구가 오히려 낮다”고 지적했다.
이어 “동대문·성북·은평구는 전세물량이 감소했는데 송파구는 오히려 13% 늘었다”며 “아파트 월세 상승률은 10년 만에 최고치다. 정부 정책과 모든 게 거꾸로 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정부는 실수요자 위주의 정책을 펼쳤다는 입장이다. 전세의 월세화는 전세사기 사태가 발생했을 때부터 진행된 것으로 정부의 부동산 정책 탓이 아니라고 봤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정부 정책은 실소유주가 아니라 투기적 요소, 실소유와 거리가 먼 주택구입에 대한 대책을 세우는 것”이라며 “10·15 대책 이후 전세의 월세화나 전셋값이 급등하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오랜 기간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되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전세사기나 임차 수요자들의 주거 선호 변화 등이 주요 요인”이라고 부연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대출 규제 및 규제지역·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지정에도 공급이 부족한 상태에서 매매가격이 하락 전환하긴 어렵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한국은행이 전날 발표한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10월 주택가격전망지수는 122로 한 달 새 10포인트(p) 오르며 지난 2021년 10월(125)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해당 지수는 1년 후 전망을 반영하는 것으로 100을 넘기면 집값 상승을 예상하는 소비자가 더 많다는 것을 뜻한다.
한은은 이번 조사에 10·15 대책에 따른 영향이 충분히 반영됐다고 보긴 어렵다는 해석을 내놨지만 대출 규제 중심의 6·27 대책과 수도권 주택 공급 계획을 담은 9·7 대책에도 집값은 오른다는 전망이 우세했다.
김은선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현 시장의 수요와 공급, 유동성 등을 감안했을 때 전반적인 부동산 가격 상승이 점쳐진다”며 “아파트값은 매도자 부담이 어떤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매도자들도 버티고 있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임대차 시장의 불안정성도 증폭되고 있다. 실거래 위주의 규제와 입주물량 감소 등으로 전세 매물이 대폭 줄어들면서 수급불안과 함께 전월세 가격의 상승이 이어질 것이란 지적이다.
김 랩장은 “전월세는 수급에 대한 영향이 크다”며 “세입자들이 감내할 수 있는 주거비용의 가격선을 고려해야겠지만 전세 공급이 줄어들며 대체제인 월세 가격 강세에 영향을 준다”고 설명했다.
또 전세가격에 대해선 “신축 아파트 선호현상이나 전세의 희소가치에 따라 시세가 상향 평준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서울의 아파트 전세 매물은 전날 기준 2만4872가구로 연초 3만1814가구 대비 21.8%(6942가구) 감소했다. 전세 매물 부족에 전셋값 역시 상승 추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전셋값은 올해 2.17% 오르는 등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전세난은 전세의 월세화로 이어진다. 전세대출 규제와 매물 감소로 어쩔 수 없이 월세시장으로 실수요자들이 내몰린다는 설명이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부동산 문제를 부추긴 데에는 서울로 향하는 수요 과잉 문제와 공급 부족 등 구조적인 측면과 전세사기 등 여러 요인이 있지만 정부의 부동산 정책도 시장 왜곡을 불러일으킨 원인 중 하나”라며 “유동성은 늘어나는데 지나치게 규제가 작용하다 보니 불안 심리로 왜곡 반응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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